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 “한때 직원이 200명이나 있었다. 그러나 힘들어서 가게 몇 개를 처분했다. 자영업을 꿈꾸는 젊은 친구들 볼 때마다 어떻게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버티고 있다. 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홍석천이 한 예능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울먹이며 한 말이란다.

대기업의 무차별적 골목상권 침탈과 계속된 불경기로 상가골목의 불빛들이 사그라져 가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작년 12월에 ‘자영업 성장ㆍ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ㆍ소상공인연합회 등 상인단체들이 참여해 현장의 생생한 요구를 담은 대책이다.

핵심 정책과제를 여덟 가지로 설정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지역사랑상품권 정책이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2조 원으로 늘리고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 결과 올해부터 상품권 구매 인센티브와 운영비용(발행액의 8%)의 절반을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약 800억 원이다. 이러한 정책을 만든 이면에는 상인들의 자발적 노력이 있었다. 대표적 예가 인천 서구연심회상인협동조합의 ‘동네사랑상품권’ 실험이다.

이들은 서구에 들어설 대규모 복합쇼핑몰에 맞서 동네상권을 지키기 위해 2016년부터 자비를 들여 지역상품권을 만들고 가맹점을 모집했다. 여기에 뜻을 같이한 시민단체와 복지기관들이 동참했다. 지방선거를 거치며 서구의 지역경제 핵심 정책이 됐으며, 서구 지역화폐인 ‘서로e음’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민관 협치 모델이 정부 정책 설계의 기초가 됐다.

서구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일반가입자가 2만4000명을 넘었고, 대기자도 1만1000명을 넘었다. 하루에 3000명꼴로 신규 가입하고 충전 금액이 하루 평균 7억8000만 원 정도 된다하니, 실로 놀라운 반응이다. 담당공무원이 올해 목표한 1000억 원이 조기에 소진될까봐 걱정하는 정도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를 시작했는데,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에게 10% 할인혜택을 주는 보편적 소비복지 정책이 됐다.

서구의 한 치킨집 사장은 생닭을 인천보다 단가가 조금 싼 안산에서 구매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구매처를 서구지역 업체로 바꾸려고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자영업자도 ‘서로e음’ 카드로 결제하면 10%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한 여성은 지역화폐 사용으로 캐시백이 쌓이는 재미가 쏠쏠해 골목상권에 관심을 가졌다. 예전에는 주말에 몰아서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장을 봤는데, 거기서는 서로e음 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서 이제는 사려는 상품을 동네 어느 가게에서 파는지부터 찾아본다.

이렇듯 지역화폐는 주민에겐 소비복지, 골목상점엔 매출확대, 지역경제엔 돈의 역외유출 방지 기능을 한다. 자영업자들은 앉아서 혜택만 봐서는 안 된다. 기부가맹점이나 할인가맹점에 가입해 지역사회 공헌활동으로 보답해야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와 공동체가 융합하는 지역선순환경제 모델이다.

인천시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박남춘 시장은 ‘인천e음’ 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화폐에 대한 인천 10개 구ㆍ군 간 인식과 의지 차는 크다. 부평ㆍ계양ㆍ중구와 옹진군은 조례조차 없다. 그나마 연수ㆍ미추홀ㆍ남동ㆍ동구가 지역화폐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시가 구ㆍ군에 특별교부금을 줄 때 지역화폐 우수 기초단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진흥정책을 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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