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얼아침대화] 장재연 교수 강연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미세먼지가 한번 불어닥치면 며칠 동안 하늘이 뿌옇다. 국민들은 아침마다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해 마스크를 챙기는 일이 일상이 됐다.

새얼문화재단은 8일 제396회 새얼아침대화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을 진행했다.

장재연 아주대학교 예방의학실 교수는 제396회 새얼아침대화에 나와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을 주제로 강연하며, 미세먼지 대책에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하며,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장 교수는 1986년 미세먼지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쓴 이래로 30여 년간 미세먼지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책을 집필했다.

“과거 미세먼지 오염이 지금보다 낮았다는 과학적 근거 없다”

장 교수는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로 1950년대 영국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를 꼽으며, 우리나라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트 스모그는 1952년 12월 5일부터 9일 사이 5일간 런던에서 발생해 1만2000명 이상이 사망한 인류역사상 최악의 대기 오염 공해 사건이다. 특히 공업 지대와 항만 지역에서는 자신의 발밑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당시 대책으로 영국 의회가 청정대기법을 제정했고, 석탄, 디젤 사용 등을 제한하며 지금 런던은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깨끗한 나라 중 도시로 꼽히고 있다.

장 교수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며, 1984년부터 미세먼지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그 때는 정말 심각했다”며 “당시 서울은 세계 최악의 미세먼지 국가 중 하나였으며 지금과 비교자체가 불가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공인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차량 강제2부제, 일부 산업시설(특히 목욕탕) 가동 중지 등 비상대책을 가동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며 “런던과 서울 사례의 공통점은 오염원의 차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미국도 스모그 사태를 겪는 등 선진국이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노력한 세월이 50여 년이며 대한민국도 그 과정에서는 지속 감소추세다”며 “과거 미세먼지 오염이 지금보다 낮았다는 과학적 근거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 발생 미세먼지 줄이자 주장하면 중국간첩 돼”

장 교수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을 예로 들며, “미세먼지 대책으로 우리나라 발생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주장이 지동설처럼 취급받는다”며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중국에서 찾아야 인정받고 국내에서 찾으면 중국간첩이 된다”고 비꼬았다.

이어 “중국은 특별대책을 시행해 5년간 미세먼지를 40% 가량 줄였다”며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가 중국에서 기반했다고 하는 것이 틀리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또 “원인을 중국에서 찾다보니 국내에서 대기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이 소홀해졌다”며 “그러다보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찾지 못하고 마스크, 공기청정기 등의 임시조치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공기 중 물질은 거리가 멀수록 희석되는데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유입된다고 하면 물리법칙에 위배된다”며 “산둥반도를 기준으로 한국과 500킬로미터(km) 떨어져 있는데 강한 서풍이 이틀정도 불어야 한국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 전후로 한반도 기상상태를 확인하면 서풍이 아니라 동서남북풍 모두 존재한다”며 “중국 탓을 하며 원인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국내 원인을 찾아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마스크 권유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

8일 새얼아침대화에서 장재연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장 교수는 정부가 영세업체 배출감축, 단독주택 낡은 보일러 교체 지원, 농촌 소각 등 미세먼지 오염원을 줄이기보다 공기청정기, 마스크 보급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역설했다.

 “영세업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도 심각한데, 정부 지원 없이 미세먼지 오염원 감축을 요구하면 공장 폐쇄 또는 몰래 배출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정부가 공기청정기, 마스크 보급보다 근본적인 오염원 감축에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기청정기 사용을 위해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 생산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가동해야한다”며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미세먼지를 늘리는 꼴이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전 세계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마스크를 권유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산업 현장이 아닌 곳에서 산업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나라도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 시 불편하더라도 신체적으로 이겨낼 수 있으나, 노약자나 임산부·태아 등의 경우는 숨쉬기 힘들다는 것이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세계 의학계에서는 미세먼지 오염 시에도 마스크 착용보다 제한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흉부학회(American Thoracic Society)은 가이드라인에서 보호용 마스크 착용은 숨쉬기 힘들게 만들어 육체적으로 부담을 주며, 1회 호흡량을 감소시켜 호흡 빈도를 증가시키고, 심박출량 감소 같은 악영향 가능성까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 NASA 공동연구 결론은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 줄이라는 것”

장 교수는 30여 년 전과 비교해 미세먼지가 많이 줄었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노력이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므로 근본적 오염원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 소각 감축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 ▲불가피할 경우 공기 중 배출량 줄이기 등을 제안했다.

“고농도 오염시 기상변화가 아니고는 줄일 방법이 없다”며 “평소 미세먼지 감축으로 고농도 오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NASA가 한국 미세먼지를 주제로 공동 연구한 결과에서도 국내 원인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내 발생 오염원 감축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7년 7월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내 미세먼지 관련 전문가 580명이 참여한 한,미 공동 대기질 연구 보고서에서 대한민국 상공을 뒤덮었던 미세먼지 원인으로 국내 발생 52%, 중국 파생 34%라는 내용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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