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함께 산다는 것
[영화읽기] 함께 산다는 것
  • 이영주 시민기자
  • 승인 2019.05.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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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시민기자의 영화읽기 - 나의 특별한 형제(Inseparable Bros)
육상효 감독│2019년 개봉

[인천투데이 이영주 시민기자] 어릴 적 무등을 타다 떨어져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세하(신하균)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친척집을 전전하다 맡겨진 복지시설 ‘책임의 집’에서 동구(이광수)를 만난다. 동구는 키도 크고 수영도 잘하고 몸은 멀쩡하지만 지능이 다섯 살에 멈춘 발달장애인이다. 똑똑하고 사리분별을 할 줄 알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세하에게 동구는 몸이 돼주고, 덩치만 크고 어린아이 같은 동구에게 세하는 든든한 보호자가 돼 20년을 함께 산다.

그러나 ‘책임의 집’을 운영하던 박 신부(권해효)가 죽고 난 뒤 더 이상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책임의 집’은 문을 닫고 시설에 거주하던 장애인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세하와 동구는 지체장애와 발달장애로 장애의 종류가 달라 다른 시설로 옮기게 되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서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20년을 살아온 세하와 동구는 함께 살기 위해 오랜 인연을 맺어온 사회복지 공무원 송 주사(박철민)의 도움을 받아 시설 생활이 아닌 자립을 준비한다.

동구가 어른으로 자립하려면 직업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에 세하는 동구의 특기를 살려 수영을 가르치기로 하고 국민체육센터 수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현(이솜)을 설득해 사회인 수영대회를 준비한다. 그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오면서 어릴 적 동구를 버린 어머니 정순(길해연)은 동구를 되찾겠다고 나선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하와 동구는 같이 살 수 있을까?

보통 영화에서 장애는, 난관을 ‘극복’하고 대단한 성취를 이룬 인간 승리 서사를 위한 장치이거나 비장애인의 오염된 세계를 정화해주는 ‘순수’의 공간으로 기능하곤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애인은 비범한 재능을 지녔거나 인간계의 존재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착하고 순수했다. 그러나 육상효 감독의 ‘나의 특별한 형제’의 주인공 세하와 동구는 제목과 달리 특출난 능력자도 아니고 순수의 결정체도 아니다. 보통의 이기심과 보통의 선함을 가지고 보통의 삶을 욕망하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다만,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가기에 불편한 장애라는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를 단지 감동의 소품으로만 이용하지 않고 장애라는 조건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둘이 함께 살며 자립하길 원하는 세하와 동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심한다. 그들을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불편한 존재, 짐으로만 여긴다. 그러나 세하와 동구가 서로 머리가 되고 손발이 돼 함께 사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자연스레 깨닫는다. 장애인이 자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장애 때문이 아니라 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이라는 것을.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서로 기댈 수있는 존재가 돼 함께 살 수 있을 때 비로소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을.

세하와 동구가 인연을 맺은 ‘책임의 집’은 “사람은 태어나면 살아야할 책임이 있다”는 박 신부의 생각에서 나온 이름이다. 결코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인 사람은 서로 약함을 드러내고 약함끼리 기댈 때 비로소 온전히 살 수 있다. 자립할 수 있다. 인간의 자립이란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기울어진, 유약한 존재들이 서로 기대어서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人間)이다. 이것은 비장애인 역시 마찬가지다. 세하와 동구는 박 신부의 가르침대로 각자의 약함으로 서로 지탱하며 20년을 함께 살아왔다.

고시원에서 깡통에 든 깻잎에 햇반으로 배를 채우고 밤낮 없이 아르바이트를 뛰며 악착같이 살아도 매일 같은 자리인 취준생 미현에게, 세하와 동구는 약함을 드러내며 살아도 괜찮다고, 아니, 약함을 드러내며 기대고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임을 가르쳐준 소중한 친구들이 됐다.

영화를 본 뒤, 전혀 특별하지 않은 형제 세하와 동구는 나에게도 인간답게 사는 조건인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가르쳐준 소중한 친구가 됐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를 다룬 영화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지혜롭게 피해가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물음을 던지는, 사려 깊은 친구로 기억될 것 같다.

※ 이영주는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평소 드로잉을 많이 한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