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든 사람들 2

박소희·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장  

 

연·재·순·서

1. 연재를 시작하며
2. 금산 기적의도서관 개관 준비를 시작하며
3. 기적을 만든 사람들1
4. 기적을 만든 사람들2
5. 기적의도서관이 우리에게 남긴 것

기적의 도서관은 민과 관이 함께 만드는 도서관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이 다양한 형태의 도움을 주셨다. 어린이들을 위해 마음을 내어 주신 분들께 이 지면을 통해 인사드린다.
정승각(‘강아지똥’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 ‘오소리네집 꽃밭’ 등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선생님이 금산에 4박 5일간 머무셨다. 개관 준비과정에서 기적의도서관 주변을 벽화로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모아지고 선생님을 초대하기로 결정했다.
정승각 선생님과의 작업을 한 4박 5일 동안은 개관을 준비한 나에게도 교육의 시간이 됐다.
단순히 벽면을 정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인식 전반을 뒤흔드는 선생님의 작업 방식은 금산의 모든 사람을 감동시켰다.
첫 작업은 어린이들이 쓰던 장난감을 모으는 일로부터 시작했다. 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 부조물을 만드는 것이 선생님의 구상이었다.
학교를 방문해 협조를 얻었다. 그것도 모자라다 싶어 인근 아파트에 방송을 해서 일주일 동안 열심히 장난감을 모았다. 수북히 쌓인 장난감을 일일이 들어 보이며 선생님은 기발한 생각들을 들려주셨다.
버리기 쉬운 하찮은 장난감들이 선생님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 듯했다. 장난감을 모으는 동안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리게 했다.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그리는 그림이 아닌 어린이 스스로 창조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얘기하고 또 얘기하며 그림은 완성돼 갔다.
또 향림원 어린이들과 ‘소리 그림’ 작업을 하셨다. 징, 꽹과리, 장구의 소리를 듣고 표현해 내는 어린이들의 그림은 가히 ‘예술’이라 부를 만했다. 그 그림 안에는 진정한 소리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어린이들의 그림을 살리고 그것에 덧붙여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창조란 무엇인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정승각 선생님의 벽화작업 과정은 바로 어린이도서관이 추구해야 할 정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충분히 살리는 일, 억지의 과정이 아니라 자연 속에 어울림을 강조하는 것, 틀에 박힌 사고의 틀을 깨는 것…. 그 속에 지금 어린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가 숨어 있었고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니 창조가 이루어졌다.
지금 금산 기적의도서관을 오르는 계단 벽에는 정승각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훌륭한 그림책이 한 권 있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을, 선생님은 금산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선물하셨다.

벽화와 함께 금산 기적의도서관을 빛내는 것은 조경이다.
일명 ‘똥꼬’ 선생님. 생태주의자이며 들꽃선생님이며 자연지킴이인 이동고 선생님.
금산 기적의도서관의 조경은 다른 곳과 다르다. 인위적으로 큰 나무만을 옮겨다 심는,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의 취지에 맞게 나비가 잘 찾아오게 하는 들꽃동산이다. 개관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간 금산 기적의도서관 앞마당에서 이동고 선생님과 나는 나비가 되기 전 애벌레를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다. 어느 틈에 찾아왔을까 궁금해하며. 초록 잎에 자신을 감추고 꾸물대고 있는 그 녀석을 보며 “바로 이런 것이 자연스러움”이라고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옆에는 오래된 향교가 있고 향교의 옛 벽면을 타고 이러저러한 들꽃들이 무수히 피어 있다. 향교 저 너머에 큰 은행나무가 어린이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조경은 이미 있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었다. 자연지킴이들과 이동고 선생님이 들꽃을 심고 몇 날 몇 일 물을 주면서 정성스레 가꾼 그 들꽃 밭에서 지금 금산의 어린이들이 들꽃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적의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적의도서관에는 자연이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책임을 일깨워주는, 그런 공간이 있다. 작은 연못 하나 만들어 놓았더니 어느 틈엔가 소금쟁이 등 물가 곤충이 오는 것을 보며 자연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연의 이치를 전달하려는 선생님의 자연사랑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기적의도서관은 이렇게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모아내는 그런 곳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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