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차원 ‘이재용 불법 승계 은폐’ 개입 정황 드러나”
“검찰, 철저한 진실규명으로 엄정하게 사법처리 해야”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검찰이 지난 29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와 관련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임직원 2명을 구속했다.

삼바는 에피스의 모(母)회사이고, 삼성물산(2015년 합병 전엔 제일모직이 지배회사)은 삼바의 지배회사이기 때문에 삼바의 분식회계를 통한 상장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깊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삼성바이오의 대주주)의 합병이 필요했다. 그런데 삼성물산의 몸집이 훨씬 커서 삼바의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게 필요했다.

2015년 5월 기준 삼바의 지분 소유 구조는 제일모직이 46.3%였고, 또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23.24%를 포함해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이 42.9%였다. 삼바 주식이 오르면 제일모직의 가치가 상승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주식 가치가 상승하는 구조인데, 분식회계로 삼성바이오 주가를 부풀렸다는 게 핵심이다.

삼성바이오는 당시 지분 변동이 없는데도 자회사(지분율 94.6%)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지분법(equity method) 투자 적용 관계사로 전환한 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공정 가치(시장 거래 가격)로 평가해 처리했고, 금융감독원은 이를 분식회계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의 삼성 임직원 구속은 삼바 분식회계 관련 수사 착수 이후 첫 구속이다. 검찰은 미래전략실 후속 조직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임원이 이들의 증거 인멸을 지시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구속에 앞서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구을)이 삼바 내부 문건 공개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합리화를 위해 미래전략실, 삼바 등이 분식회계를 공모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사실상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금융감독원의 조사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증거 인멸에 깊숙하게 간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삼바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며, 분식회계는 물론 이를 은폐하는 것도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검찰은 망설임 없이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한 사법 처리에 매진할 것”을 촉구했다.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전경

삼바의 분식회계 규모는 4조 5000억 원 규모다. 분식회계로 삼바가 소유한 에피스의 주식은 4600억 원에서 4조8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삼바는 자회사 에피스의 주식 가치 상승으로 회계상 4조5000억 원에 이르는 이익을 실현하며 상장에 유리한 지위를 확보했다.

적자 기업이던 삼바는 에피스의 주가 상승에 따라 2015년 회계기준 1조9049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를 토대로 흑자 전환에 성공해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하지만 삼바는 분식회계가 아니라 국제회계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오히려 금감원한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바는 웹툰·동영상·에스엔에스(SNS) 등을 동원해 ‘미래 먹거리 바이오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위기론을 확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임원이 직접 삼바 분식회계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남으로써, 삼바 분식회계와 관련한 진실이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연결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참여연대는 “삼성은 증거 인멸뿐만 아니라 분식회계에 관여한 삼정과 안진 소속 회계사들에게 금융감독당국 조사와 법원 심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진실 은폐의 또 다른 증거들이다”고 삼성을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 “삼성는 (박근혜 정부)정치 권력과 결탁해 국정농단 ‘정경유착’ 범죄를 저지른 이후, 이재용 부회장 승계를 위한 분식회계를 감추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다시 또 증거 인멸 등과 같은 불법을 저질렀다면, 반드시 그 진실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검찰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심판을 촉구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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