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16)
부평구 화랑북로 골목축제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요식업계 유명인사가 출연해 골목상권(식당)을 살리는 방송 프로그램이 여러 논란 속에서도 인기를 끈다. 원도심 지역의 쇠퇴한 골목상권을 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부평구 산곡3동에 있는 한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주민과 상인들이 뭉쳤다. 이들의 활동은 7년째 접어들고 있다.

2013년, 골목 살리고자 ‘화랑북로 골목축제’ 기획
 

2018년 제6회 ‘화랑북로 골목축제’에서 떡집이 준비한 떡메치기와 인절미 만들기를 체험하는 어린이.

산곡3동 산곡119안전센터 옆 골목으로, 대로인 마장로에서 우성4차 아파트까지 400m 정도의 길. 이 골목 이름은 화랑북로다. 이곳엔 상점 50여 개가 있다. 골목 일대에는 오래된 주택이 많고, 상권은 쇠퇴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상권은 더 어려워졌다.

2003년, 이 골목에 작은도서관 ‘청개구리도서관(관장 유영란)’이 개관했다. 부평대건신용협동조합 건물 2층에 둥지를 틀고 10년간 주민들과 함께한 청개구리도서관이 중심이 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나섰다.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함께 소통하고 배우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골목에 활기가 돌면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인들과 함께 골목축제를 기획했다. 청개구리도서관이 주관한 1회 축제가 2013년 10월 26일 열렸다.

부평대건신협, 산곡3동 천주교회, 산곡3동 주민자치위원회ㆍ새마을부녀회ㆍ통장협의회, 인천여성회 등이 축제추진위원회에 참가했다. 골목 상점들은 문을 활짝 열었고, 주민들은 재능기부로 함께했다.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 사업으로 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화랑북로 차량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오후 1시 길놀이로 축제 시작을 알렸다. 천주교회 앞에선 주민들과 축제추진위 참가 단체들이 준비한 각종 체험마당, 공연마당, 먹거리장터가 펼쳐졌다. 부평대건신협은 주민들에게 막걸리와 파전을 제공했다. 떡집은 떡을, 정육점은 고기를 주민들에게 내놓았다. 미용실은 무료로 간단한 머리손질을 해줬고, 슈퍼마켓에선 무료로 화초를 나눠줬고, 홈패션 가게에선 소품 만들기를 무료로 진행했다. 부평서중학교 학생들의 관현악과 오카리나 공연도 이어졌다.

참가 주민들이 상점을 방문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스티커를 받고 스티커 다섯 장을 모으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가위바위보 놀이’는 큰 인기였다.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축제 활성화
 

2018년 화랑북로 골목축제 벼룩시장.

첫 축제 후 일부 참가자를 제외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바라보던 상인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후원했다. 아울러 상인들은 5회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아 축제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2017년 5회부터 진행한 주민노래자랑이 그렇다. 주민노래자랑으로 주민과 상인이 함께 어우러져 흥을 나눌 수 있었고, 더 많은 주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처음 진행한 노래자랑에선 참가자를 모으기 어려웠지만 다음해 노래자랑에선 신청자가 넘칠 정도였다.

축제 날짜가 10월 9일, 한글날로 고정됐다. 10월 중 주말에 하다가 토요일이 한글날이었던 때 축제를 한 뒤, 주민들이 쉽게 날짜를 기억할 수 있게 한글날로 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보통 축제를 하기 3개월 전 축제추진위에 참가할 단체들이 모여 지난해 축제를 돌아보고 올해 개선해야할 점 등을 추가해 축제를 기획한다.

지난해까지 축제추진위에는 부평대건신협, 산곡3동 행정복지센터ㆍ주민자치위ㆍ통장협의회·새마을부녀회, 부평평화복지연대, 인천여성회 부평지부, 청개구리도서관이 참가했다. 축제 기획이 끝나면 단체들은 협조 공문 발송, 공연ㆍ체험마당 준비, 홍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축제는 2015년부터 부평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에 공모해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2018년 2000여 명 참가, 화랑북로를 오고 싶은 골목으로

화랑북로 골목상점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책을 대여해주는 찾아가는 책수레 활동 모습.(사진제공 화랑북로 골목축제)

지난해 6회 축제에는 가장 많은 2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제 다른 지역에서도 축제를 찾은 덕분이다. ‘떴다, 우리 동네 상인’ 마당의 경우 떡집에서 인절미 만들기, 미용실에서 브릿지 염색 체험하기, 홈패션 가게에서 에코백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의류ㆍ미용ㆍ정육가게 등의 대박 할인 행사도 진행했다.

체험마당에선 손뜨개 수세미 만들기, 북아트 미니북 만들기, 한글 배지 만들기 등 체험행사 20가지가 진행됐다. 산곡3동 주민센터와 산곡남중 밴드동아리,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이 참가한 공연마당과 벼룩시장이 펼쳐졌다. 대미는 상점 18곳에서 경품을 후원한 주민노래자랑이 장식했다. 화랑북로 인근 학교 학생들과 어린이집ㆍ유치원 아이들, 출판사가 축제 진행에 참가했다. 올해 10월 9일에도 축제는 열릴 예정이다. 골목상권과 마을을 살리는 데 기여하는 축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청개구리도서관은 골목축제 시작과 함께 진행한 ‘찾아가는 책수레’ 사업도 올해 계속할 예정이다. 도서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상인들에게 책수레를 끌고 가서 책을 빌려주고 반납 받는다. 상점 50여 곳을 방문해 상인들이 선호하는 책을 조사한 뒤 그 책을 구입해 대출해주기도 한다. 상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상인과 주민이 함께 만드는 맛있는 공동체’라는 사업으로 수제맥주 만들기를 진행했는 데, 올해는 가양주 만들기를 할 예정이다. 상인과 주민이 만나 즐겁거나 어려운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된다. 가양주 만들기에 더해 천연 로션 만들기도 할 계획이다. 지난해 골목축제에 참여하거나 후원한 상인들에게 천연 핸드크림을 만들어줬는데 반응이 좋아 함께 만들기로 했다.

유영란 청개구리도서관 관장은 “축제가 열릴 때는 골목과 동네에 사람이 가득하고 활기가 넘치는데 끝나면 한산한 곳이 되는 게 아쉽다”며 “축제와 행사들이 지속성을 가지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화랑북로를 많은 주민이 오고 싶은 골목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18년 상인과 주민이 함께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다.(사진제공 화랑북로 골목축제)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