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준비위, “당시 시스템 점검했으면 ‘세월호 참사’ 없어”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사망자 57명 등 14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를 맞아 ‘사적 영역에서 기념이 아닌, 공적 영역에서 기억하고 관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현동 화재 참사 유족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구성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이하 추모준비위)는 22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인현동 참사 20주기 추모 준비위원회가 22일 인천시청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재원 인현동 화재 참사 유족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불법영업 중이던 인현동 호프집에서 1999년 10월 30일 발생했다. 57명이 숨지고 87명이 다쳤다. 사고가 난 업소는 1999년 3월에 영업장 폐쇄 명령을 받은 상태로 영업하고 있었다.

추모준비위는 “언론에서 당시 참사를 불법영업과 청소년 일탈로 축소 보도했고, 이는 세월호 참사에서 그대로 답습됐다”며 “참사 당시 공적 책임과 시스템 점검이 이뤄졌다면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행정의 무책임과 졸속 처리로 동네 일반 화재사건으로 치부됐고, 희생자의 명예는 청소년 일탈로 치부돼 유족과 지인의 고통은 지금도 여전하다”며 “상처받은 시민을 위한 공적 책임과 집단치유를 우선 시행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가 요구안을 인천시장실에 제출하고 있다..

추모준비위는 최근 제정된 ‘월미도 희생자 보상’ 관련 인천시 조례를 예로 들며 “반공 이데올로기적 증오의 정치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존중하는 공공의 정치로 변화”라며 “참사가 아픈 기억이지만 공적 기억으로 복원해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정비로 도시공공성을 확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원 인현동 화재참사 유족회 회장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이 ‘제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한 후 지역구 선거 출마를 위해 3일 만에 사퇴했다”라며 “참사가 얼마나 졸속으로 처리됐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희생자 중 종업원(아르바이트)은 보상에서 제외됐고, 유족은 장례비용을 포함해 기타 비용 전액을 반납하라는 행정 처리에 시달렸다”라며 “결국 견디지 못하고 인천을 떠났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이상훈 (사)인천사람과문화 사무국장은 “5년 전 세월호 참사로 당시 기억이 살아났다”며 “나뿐만 아니라 당시 또래 학생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라고 말했다.

추모준비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천시장실을 방문해 ▲개인의 기억 채집 ▲관공서 기록물 정리 ▲시민과 기념식 이행 등의 요구안을 전달했다.

한편, 인현동 화재 참사 추모 공간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야외주차장 한 쪽에 마련돼 있으나, 유족이 사적으로 건립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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