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한·일 수산물 분쟁, WTO 승소와 언론 유감
[세상읽기] 한·일 수산물 분쟁, WTO 승소와 언론 유감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4.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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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연 인하대 교수, 문학평론가
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인천투데이] 지난 5년 동안 이어진 한ㆍ일 간 수산물 무역 분쟁에 대한 WTO(세계무역기구)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결과는 한국의 승리. 판결 직전까지도 일본의 우위가 점쳐진 만큼, 역전이라는 결과는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승리는 1심의 패배를 딛고 일궈낸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그 결과 후쿠시마를 포함한 원전 사고 관련 현 8곳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지속된다.

그간 통상 분쟁에서 한국 역대 정부의 전력은 그리 신통하지 않았다. 소극적 대응이 번번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한 이번 WTO 제소에서도 처음엔 마찬가지였다. 1심에서 일본이 승소한 결정적 이유가,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박근혜 정부가 대응에 손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이 2015년에 한국을 WTO에 제소한 이래, 박근혜 정부의 실질적 대응책은 없었는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이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가입을 위해 일본과 외교적 분쟁을 최소화하려했다는 추정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실제로 WTO가 1심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한국 정부의 ‘안전 위험성에 대한 지속적인 재평가 노력 부재’였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러한 의심 역시 일견 타당해 보인다.

따라서 이번 WTO 판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심이 박근혜 정부의 태만으로 인한 한국의 패소였다면, 2심은 아베 정부의 자만으로 인한 일본의 패소다. 판결이 2심에서 뒤집어진 결정적 요인은 한ㆍ일 정부의 바뀐 태도와 그에 따른 전략의 차이였다.

한국 정부는 이전과 달리 치밀하게 대응했다. 무엇보다 내용이 아닌 법리를 다룬다는 상소기구의 특성을 파악해 1심의 법리적 허점을 파고드는 대응방법을 짠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이 점에서 본다면, 이번 WTO 승소는 오랜 만에 맛보는 외교전술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국제외교 무대에서는 절대강자도 절대 약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익, 더구나 그것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요청이라면 매순간 백전불태(百戰不殆)를 추구해야한다. 그 힘이 지피지기(知彼知己)에서 시작한다는 것 역시 상식이리라.

이러한 기쁨에도 불구하고 이번 WTO 승소와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는 못내 씁쓸하다. 2심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많은 언론이 ‘밥상의 안전’을 외쳤다. 그런데 막상 승소 결과가 나오자 일부 언론은 일본과 무역 마찰을 염려하며 ‘이번 승소가 한ㆍ일 외교 경색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기사만을 쏟아냈다. 그토록 열렬하게 외친 ‘밥상의 안전’과 그 가치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말이다. 그래서 애초의 진의마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언론의 역할은 시민이 알아야할 정보를 전달하고 그 의미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일이다. 언론이 정략에 휘말리고 쟁점을 왜곡하면, 국민은 사회적 현안에 올바른 관점을 지니기 어렵게 된다. 적어도 공익의 문제 앞에서만큼은 진영 논리가 아닌 정론에 입각한 목소리를 내는 언론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