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극작가

고동희 극작가

[인천투데이] 새로운 앨범 ‘맵 오브 더 소울 : 페르소나’를 내놓은 방탄소년단에 대한 세계인들의 열기가 뜨겁다. 이미 수많은 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으로 지구촌을 들썩이게 한 바 있지만, 타이틀곡인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음반 판매량과 유튜브 조회 수는 물론이고 각종 음악차트를 휩쓸면서 케이 팝(K-pop) 역사를 갈아치우고 있다.

국내에선 클럽 버닝썬을 근거지로 추잡한 이면이 드러나는 것과 대비하면 방탄소년단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성과들은 더더욱 반갑고 값지다. 케이 팝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까지 한국의 대중음악이 성장해온 밑바탕에 부평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새삼 주목할 일이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겪고 미군이 부평에 주둔하면서 미군부대 안팎에 클럽이 생겨났고, 이곳에서 팝송이 전해졌다. 팝송을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자연스레 한국 대중음악의 싹이 텄고, 1950~60년대에 국내 뮤지션들이 부평의 신촌과 삼릉에 모여들면서 부평은 대중음악의 메카가 됐다. 이후 주한미군의 분산 배치와 텔레비전 시대가 열리면서 대중음악의 중심이 옮겨지긴 했지만,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태동을 이끌었던 곳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평이 지닌 이러한 대중음악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부평구문화재단은 지난 2014년 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제작했고, 초연 이후 5년이나 공연을 거듭해왔다.

또한 부평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대상으로 선정돼 부평음악융합도시 사업을 4년째 이어오는 것도 한국 대중음악 발원지로서 부평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 있는 캠프마켓이 올해 안에 완전히 이전하면 한 세기 가까이 주둔해온 미군부대는 완전히 철수하고, 부평의 도심 한가운데를 차지했던 캠프마켓 터 44만㎡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토양오염 문제를 비롯해 캠프마켓 반환에 필요한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캠프마켓 토지활용에 대한 의견들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데, 현재 남아 있는 건축물을 무턱대고 철거하기보다는 역사성을 담아야한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일제강점기 조병창이 있던 곳을 완전히 철거하고 공원으로 만들면서 조병창의 역사적 흔적을 모두 지워버린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캠프마켓 토지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예술대학 유치 등이 논의되고 있다.

부평구가 민관 협치 기구를 통해 예술대학 설립을 제안한 바 있고, 부평구청장과 지역 국회의원을 지낸 최용규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이사장 역시 인천대 예술대학 이전과 대중문화예술고교 설립을 피력한 바 있다. 이처럼 예술기관 설립이나 이전이 활발히 제시되는 데에도 부평이 지녀온 대중음악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여긴다.

여기에 덧붙여 대중음악 관련 박물관 건립도 충분히 검토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인천시가 한국대중음악자료원을 국립 문화시설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한국 대중음악의 태동부터 세계인들의 큰 사랑을 받는 지금의 케이 팝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설이 부평에 들어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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