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15)
서구상인협동조합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서구 지역화폐 ‘서로e음’ 5월 1일 발행 예정

다음달 1일 발행할 예정인 인천 서구의 지역화폐 ‘서로e음’. 올해 1000억 원 발행이 목표다. 국비와 시ㆍ구비 등 총1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모바일 앱과 선불카드를 결합한 형태로 운영한다. 인천시의 인천사랑 전자상품권 ‘인천e음’과 같은 형식이다.

서구지역 소상공인 가게 2만5000여 개에서 결제 시 10%의 캐시백, 서구 이외 인천지역 가게에서 결제 시 6%의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맹점에선 카드수수료 0.5%를 지원받는다.

‘서로e음’은 소상공인의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로e음’ 발행은 그동안 지역화폐 발행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착한 소비 운동, 마을공동체 활동을 꾸준히 벌여온 서구상인협동조합(이사장 장영환)의 노력 덕분이다. 서구상인협동조합과 함께 서구공동체복지협의회를 구성한 서구노인복지관ㆍ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ㆍ성모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ㆍ지역아동센터(8개)ㆍ인천여성회 서구지부ㆍ서구평화복지연대 등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서구상인협동조합, 2007년 ‘연심회’에서 출발
 

2018년 11월 열린 서구상인협동조합 현판식 모습.(사진제공 서구상인협동조합)

서구상인협동조합은 연희ㆍ심곡ㆍ검암동에서 치킨ㆍ피자ㆍ중화요리 등을 배달하는 배달 전문 음식점들이 모여 2007년 결성한 ‘연심회’라는 모임에서 출발했다. 연심회 탄생 배경은 이렇다. 당시 연희동과 심곡동 일대에만 피자가게가 20개 넘어 경쟁이 치열했다. 동네에 광고 전단지와 책자가 넘쳐났고, 주민들도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렇게 경쟁하다가 함께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순번을 정해 광고하기로 하고 광고비를 줄이기 위해 전단지와 책자를 함께 제작했다. 이를 계기로 연심회를 만들었다.

연심회 참여 대상 업종을 치킨과 중화요리, 족발로 점차 확대했고, 지역도 검암동까지 확장했다. 친목모임은 자연스럽게 상인회의 성격을 띠게 됐다. 2013년 ‘연심회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골목상권 지키기 위해 지역화폐 고민
 

동네사랑상품권 발행 전인 2015년에 만든 우리동네상품권 홍보 모습.(사진제공 서구상인협동조합)

협동조합을 만든 건 경기침체와 대형 마트ㆍ프랜차이즈 때문에 붕괴하는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특히 인근에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 건설 중이었는데, 아시안게임 개최 후 이곳에 들어오기로 예정된 대형 마트와 영화관, 아울렛, 대형 푸드코트 매장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했다.

협동조합은 지역화폐를 만드는 것도 함께 고민했다. 지역화폐는 소비의 외부 유출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하는데, 조합원 가게가 있는 지역의 상권을 묶어 소비자들에게 더 이익을 주면 자연스럽게 지역소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선 조합원들의 가게에서 공통으로 사용이 가능한 쿠폰을 2013년에 만들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찢어지거나 버려지기 쉬운 단점을 극복하고 현금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했다. 다음 해에는 모바일 앱(어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2016년 12월에는 ‘동네사랑상품권’이라는 이름의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총3억 원 어치를 발행했는데, 관련 비용은 모두 협동조합이 부담했다. 앱도 다시 만들었다. 그러나 잘 운영되지 않았다. 새마을금고와 협약해 새마을금고에서만 구입이 가능하게 했는데, 소비자가 새마을금고를 찾는 건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나마 상품권을 구매하는 주민은 대부분 노인이었는데, 앱 이용이 쉽지 않았다.

협동조합은 다른 지역 지역화폐 운영기관을 방문하면서 지역화폐가 마을공동체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동안 관계를 맺은 지역 기관ㆍ단체들과 서구공동체복지협의회를 구성했다. 서구공동체복지협의회는 협의회 참여 기관ㆍ단체 회원들이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사용한 금액의 3%를 상인들이 마을기금으로 조성하고, 협의회가 기금 사용을 결정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지역아동센터 환경 개선과 교복 지원 사업 등이 기금 사업으로 제안됐다.

지역화폐 공약한 서구청장 당선, ‘서로e음’ 발행으로

2016년 12월 발행한 동네사랑상품권.(사진제공 서구상인협동조합)

협동조합이 자체적으로 만든 지역화폐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구청장과 지방의회의원 후보들이 지역화폐 발행을 공약으로 내걸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당선된 이재현 서구청장도 지역화폐 발행을 공약했다.

연심회 협동조합은 이제 맛고을상인회, 검암상인회, 검단상인회를 포괄하는 서구상인협동조합으로 확대됐고, 조합원이 100명 됐다. 드디어 5월 1일, 그동안 꿈꿔온 지역화폐가 발행된다.

김남녕 서구상인협동조합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이 서구 지역화폐의 마중물 역할을 했고, 서구공동체복지협의회는 지역화폐를 만드는 데 든든한 기둥 역할을 했다”며 “지역화폐는 할인율이 중요할 수 있지만, 이것보다는 주민들이 지역에서 착한 소비를 하고 그로 인해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서구가 지역화폐를 운영하면서 많은 상인을 만나고 의견을 들었으면 한다”며 “결국 먹고 사는 게 중요한데, 다른 지역처럼 상권활성화재단이나 골목상권지원센터가 있어야한다. 배달 앱의 독과점과 수수료 등으로 인한 상인들의 어려움이 크기에 지역화폐 앱을 개발할 때 지역만의 배달 앱 개발도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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