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칼럼] 서해 5도 어민들의 분노
[신규철 칼럼] 서해 5도 어민들의 분노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4.1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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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 지금 서해 5도는 꽃게잡이가 한창이다. 그런데 꽃게철만 되면 나타나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이다. 연평도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작년보다 더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4ㆍ27 판문점선언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서해 평화수역이 선포되다보니 중국어선이 불법조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 조성됐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어려워지고 남북관계도 별 진전이 없자 이를 틈타 중국어선 출몰이 늘고 있다. 지난 2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은 ‘영해ㆍ접속수역법’ 위반 혐의로 중국어선 한 척을 나포했다. 이 중국어선은 연평도 북방 0.8km 해상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을 0.5km가량 침범해 조업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수십 년간 우리 섬 앞바다에서 치어까지 싹쓸이하고 폐어구를 무단으로 버려 해양생태계를 사막화하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바라봐야만 했다.

이런 어민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 바로 4ㆍ27 판문점선언이다. 아울러 남북은 ‘역사적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이하 9ㆍ19 군사합의서)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포병은 군사분계선 각 5㎞ 이내에서 사격훈련을 중단하고, 해군은 완충구역에서 함포 포신을 덮개로 덮고 해안포의 포문을 닫았다. 공중에선 공대지 유도 무기 사격훈련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시도 때도 없는 포사격 훈련으로 조업하다 말고 뱃머리를 돌려야만했던 일상이 연평도와 백령도 어민들에게서 사라졌다.

이어서 어장이 확대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하지만 어장을 선정하는 데 민주적 절차와 소통은 없었다. 지난해 5개 부처 장관의 서해 5도 방문 이후 어민들의 요구로 서해5도 민관협의회가 운영되고 있으나, 정부는 추가 어장을 일방적으로 정해 발표했다.

그 내용은 서해 5도 어민들이 조업할 수 있는 어장 면적을 기존 1614㎢에서 245㎢ 더 늘려 1859㎢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민들은 늘어난 어장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왕복 4~6시간이나 걸리고 그만큼 기름 값이 더 드는 데다, 수심이 깊어 허가된 어업방식으로는 조업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왕 확장하려면 조업이 손쉬운 기존 어장 인근을 늘려줘야 실효성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의 조업시간 확대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해 5도 야간조업이 금지된 지 올해로 46년째다. 그 긴 세월 동안 어민들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닌 12시간이었다. 정부는 이번에 조업시간을 일출 전 30분, 일몰 후 30분으로 1시간 연장했으나, 어민들은 최소한 일출 1시간 전, 일몰 후 3시간 으로 연장해야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반면에 한참 성어기인데 오히려 단속은 강화됐다. 이 또한 국방부와 해양수산부가 어장 확대를 조건으로 단속을 강화하기로 사전에 합의한 것이라고 하니, 어민들의 배신감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

이에 항의해 어민 130여 명이 백령도 용기포 신항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어선 75척을 이끌고 해상시위도 벌였다. 어민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남북 군사훈련이 중단됐기에 어민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장과 조업시간과 현실에 맞게 늘려달라는 것이다.

서해 5도 조업규제 완화는 북미 간 문제도 아니기에 남북 군사합의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서해 5도 어민들이 지금껏 침해당한 조업권을 보장해주면 된다. 서해5도 민관협의회를 빨리 열어 분노한 민심을 달래고 합리적 대안을 만드는 게, 지금 해수부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