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인천투데이] 한 달 반에 한 번 꼴로 돌아오는 이 지면에 가급적 지역의 노동현안에 대해 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가 강행하는 노동개악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노동개악안이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가 있다. 문제가 되는 법안은 두 개다.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개정안과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개정안.

단순화해 핵심만 요약하면 이렇다. 법정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고, 이를 넘길 시 사용자는 150%에 해당하는 임금을 노동자에게 줘야한다. 추가임금을 주더라도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넘길 수는 없다. 탄력근로제는 특정기간 내 평균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을 넘지 않으면 50%의 추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현재는 특정기간의 단위가 3개월인데, 국회에 상정된 개정안은 이를 6개월로 늘리는 것이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한다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은 주 28시간으로 짧게 일하고, 4~6월 3개월은 내리 주 52시간을 일해도 단위기간 6개월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다. 이때 3개월을 주 52시간 일하고도 노동자는 초과된 주 12시간에 대한 50% 추가임금을 받을 수 없다. 여기에다 한주 12시간 한도의 연장근로까지 하게 되면 주 64시간까지도 일할 수 있다.

이렇게 일하고 과연 노동자의 건강이 남아날까? 노동자를 고무줄처럼 일시키고 사용자들의 비용은 절감되는 법안이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악은 이렇다. 현재는 최저임금을 노ㆍ사ㆍ공익위원 각 9인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매해 결정한다. 당연히 노사는 늘 대립하고 중재를 자임하는 공익위원들의 제시안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만다.

그런데 공익위원을 정부가 추천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사실상 정부의 뜻대로 결정되는 것이라 제도 개선 요구가 컸다. 이번 개정안은 최저임금심의위를 구간설정위와 결정위로 이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에서 최저임금 인상폭 구간을 미리 설정하고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노사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더 세질 수밖에 없다.

아직 끝이 아니다. 국회에 올라가 있는 개악안보다 더 센 요구가 많다.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까지 확대하자고 한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경제상황과 고용상황도 반영하자는 주장도 난무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최저생활수준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제도인데,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를 삭감할 수도 있게 된다.

탄력근로제,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개악 다음에는 노동조합법 개악이 기다리고 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처벌규정 삭제, 심지어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사업장 안에서 쟁의행위 금지 등 노조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 일색이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역시 노동운동가 출신의 같은 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한때 노동존중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경제정책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정부의 노동개악은 당연히 아무런 방패막이 없는, 노조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그나마 여러 방편을 고민하고 싸워서 도입을 막아볼 수도 있다. 4월 임시국회가 폐원하는 5월 7일까지는 민주노총에게 ‘뜨거운 봄’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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