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BODㆍT-N 기준치 초과 상태로 방류
대기배출허용량과 오염방지시설 용량 부적합 ‘의심’
노후한 도금업체 등, 선진 시설단지로 집적화 ‘시급’

[인천투데이 이승희 기자] 대기와 수생태계 환경오염에 대한 경감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역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 상당수가 여전히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농도의 폐수를 배출하는가 하면, 대기오염물질을 허용량보다 더 많이 배출하고 있다. 이로 이해 인천의 하수처리장에서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나 총질소(T-N)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로 방류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악취나 대기오염 관련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노후한 도금(표면처리)업체 등 취약사업장들의 시설 선진화와 집적화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천환경공단 승기사업소 하수종말처리장 실내 모습.(사진출처 인천환경공단)

시, 도금업체 등 취약사업장 점검 강화한다고 했지만

인천시는 관내 산업단지 10개에 입주해있는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 1299곳을 2018년 한 해 동안 전수 점검한 결과, 환경 관련 법규 위반 업소 223곳(17.2%)을 적발했다고 지난 1월 초 밝힌 바 있다. 법규 위반 유형은 무허가(미신고) 배출시설 설치ㆍ운영, 배출시설 비정상 가동, 배출허용기준 초과 배출 등이다.

여기서 환경 관련 법규는 ‘대기환경보전법’과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산업단지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 점검은 시에서 담당하고, 산업단지 외 지역 배출업소 점검은 해당 지역 구ㆍ군이 맡는다.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할 때는 오염물질의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정화해 배출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정한 오염방지시설을 설치, 정상적으로 가동해야한다.

시는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농도 폐수를 무단 방류해 하수처리장의 처리 효율을 저해할 수 있는 도금업체나 폐수처리수탁업체 등 취약사업장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수처리장, BODㆍT-N 법정기준치 초과 상태로 방류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 ‘배출허용기준 초과 배출’ 원인

하지만 남동공단에서 배출되는 폐수 등을 처리하는 인천환경공단 승기사업소에서는 BOD가 법정 기준치인 10mg/l를 초과한 상태로 여전히 방류하고 있다.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오염물질이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돼 미생물에 의한 정화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날마다 폐ㆍ하수 약 18만㎥를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BOD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로 방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구지역 폐ㆍ하수를 처리하는 가좌사업소도 비슷한 상황이다. 가좌사업소는 T-N이 법정 기준치(20mg/l)를 초과한 상태로 방류하고 있다. 올해 들어 4월 8일까지 총98일 중 79일을 T-N이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로 방류했다. 지난해에는 365일 중 241일이 이에 해당했다. 이로 인해 환경부로부터 개선 명령을 받았고, 현재 폐수 전처리 시설(폐수와 하수를 분리 유입해 폐수만 따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설계 중이다.

가좌사업소 관계자는 “폐수수탁처리업체와 폐수배출업소가 서구 지역에 많아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설계용량을 초과해 유입되는 문제가 있고, 특히 배출업소에서 배출허용기준을 지키지 않고 기준치의 몇 배에서 몇 십 배로 방류하는 문제가 있다. 하수관 맨홀에서 시료를 채취해 측정해보면 어떨 때는 기준치의 100배 이상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서 “T-N, T-P(총인)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생물학적 처리를 하는데, 독극성 물질이 유입되면 질소나 인을 줄이는 미생물이 활동하지 않거나 죽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단속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어, 우리가 무단 방류 의심 사업장을 찾아가면 문도 안 열어준다”고 하소연했다.

고농도 폐수 무단 배출 의심 업소는 대개 시설이 노후한 도금업체나 폐수처리수탁업체 등이다. 산업단지가 아닌 서구 석남동과 가좌동에는 시설이 노후한 도금업체 200여개가 밀집돼있다. 보통 여러 업체가 한 건물에 입주해 작은 단지 형태로 있는데, 폐수배출시설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폐수배출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은 폐수처리수탁업체에 맡긴다.

서구 환경보전과가 2018년 한 해 동안 관내 도금업체를 점검한 결과를 보면, ▲폐수 변경 신고 미이행 1건(단지 업체 11개의 대표사업장 경고와 과태료 60만 원) ▲폐수 배출허용기준 초과 22건(개선 명령) ▲폐수 적산유량계 고장 방치 1건(과태료 500만 원) ▲폐수 배출ㆍ방지시설 비정상 가동으로 배출허용기준 초과한 오염물질 배출 3건(조업정지 10일 처분 후 과징금 각각 1200만 원으로 갈음)이다.

도금 공장의 도금조, 수세조, 국소배기장치 등.

도금업체 대기배출허용량 준수하는지 전수 조사 필요
업체별 대기배출허용량과 오염방지시설 용량 부적합

폐수 관련 적발에 비해 대기 관련 적발 건수는 매우 적었다. 대기오염방지시설 비정상 가동 1건(조업정지 10일), 대기오염방지시설 훼손 방치 1건(단지 11개 업체의 대표사업장 경고와 과태료 200만 원)이 고작이다. 도금 작업으로 발생하는 각종 산가스와 유해가스를 제대로 세정 처리해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지 점검해야하는데, 대기오염방지시설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금업체 시설 구조를 보면, 중금속(동, 니켈, 크롬 등)과 화학물질(시안화나트륨 등)로 도금 처리를 하는 도금조(용기)와 도금 후 세척하는 수세조가 있다. 도금처리 과정에서 화학작용으로 인한 산가스와 유해가스가 나온다. 보통 도금조마다 가스를 빨아들이는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고 있고, 여기서 빨아들인 가스는 스크러버(세정식 집진장치)에서 세정한 뒤 대기로 배출된다.

도금조의 표면적 크기와 개수에 따라 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거기에 걸맞은 용량의 스크로버를 설치해야한다. 국소배기장치가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으면 작업자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뿐 아니라, 유해가스가 그냥 대기 중으로 배출돼 대기를 오염시킨다. 악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남동공단의 한 영세 도금업체에서 발생한 시안화(청산)수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대표적 사례다. 국소배기장치가 없는 도금조에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물과 시안화나트륨을 투입하다 벌어진 사고다.

서구 일반 도금단지의 경우 업체 2~4개가 하나의 스크러버를 공동 사용한다. 각 업체의 도금조 배치도와 도금조의 크기, 개수, 그리고 대기배출 허용량과 그에 걸맞은 스크러버 배치도는 인허가 서류상에 표기돼있다.

그런데 최근 <인천투데이>에 제보된 내용을 정리하면, 서구의 한 도금단지에 여러 업체가 몰려있는데 업체 수에 비해 스크러버 용량이 부족해 보인다. 스크러버 하나를 업체 2~4개 에서 연결해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스크러버 용량이 업체들이 배출하는 유해가스를 세정 처리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도금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했다는 이 제보자는 “스크러버 용량이 1000㎥ 정도인데, 통상 400㎥ 이상이 필요한 업체 4개가 이 스크러버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허가 서류와 실제 현지 시설을 비교ㆍ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둘이 맞지 않는다면 인허가 이후에 시설을 변경했거나, 인허가 과정에서 현지실사를 제대로 안 하고 허가해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 환경관리과 허가팀 관계자는 “도면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당사자(=해당 업체)의 동의를 얻어야한다"고 한 뒤 "제보된 사항은 지도팀에 전달해 해당 단지 시설을 점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도금업체 집적화를 위해 건립한 검단 표면처리센터 옥상에 설치돼있는 대기오염방지시설 '스크러버(세정식 정화 장치)'.

노후한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 선진화와 집적화 시급

환경오염물질 허용기준 초과 배출 등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 대책은 배출업체들의 시설 선진화와 집적화, 관계당국의 점검 강화다. 사업자의 의식 개선도 요구되지만, 시설 투자와 환경오염물질 처리에 드는 많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허용기준 초과 배출이라는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초과 배출한다고 반드시 적발되는 것도 아니고, 재수 없게 적발되면 과태료 정도 물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시도 이러한 고질적 문제와 환경오염 관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배출업체 시설 선진화와 집적화를 모색했다. 대표적 사례가 최신 시설을 갖춘 도금단지 조성이다. 남동공단 DS솔루텍, 주안산단 스마트테크노타워, 검단산단 표면처리센터가 조성돼 가동 중이다. 검단산단 표면처리센터의 경우 폐수 전처리 시설을 갖춰, 여기서 배출하는 폐수는 하수와 섞이지 않은 상태로 검단산단 폐수종말처리장으로 직접 간다. 하지만 이 표면처리단지들의 업체 입주율은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유인책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노후한 도금단지에 대한 미흡한 점검과 행정처분으로 인해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시행을 대비해 선진 시설단지로 입주한 업체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노후한 배출업소 점검 강화와 선진 단지 집적화를 위한 이전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화관법 시행, 5월 21일까지 영업 허가요건 갖춰야
환경부, “더 이상 유예 조치 없고 강력하게 대처”

정부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유해물질관리법을 개정, 화관법을 2015년 시행했다. 하지만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소들의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유예 조치를 취했다. 2017년 11월 22일부터 2018년 5월 21일까지 기존 유해물질관리법과 화관법 위반 사항 자진신고 제도를 운영했다. 자진 신고한 업체는 올해 5월 21일까지 기술인력 선임, 취급시설 검사 적합, 장외영향평가서 등을 이행해야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무허가 업체가 된다. 허가를 받지 않고 유해화학물질을 영업 또는 취급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유해물질관리법과 화관법을 적용 받는 인천지역 업체는 3월 22일 기준 1234개다. 이중 법 위반 자진신고 업체는 861개이고, 이중 377개가 신고 사항 이행을 완료했다.(3월 31일 기준)

인천지역 영업 허가를 담당하는 시흥합동방재센터 관계자는 “나머지 484곳은 서류 보완 등. 진행 중이다. 자진신고 건수가 워낙 많아 현지실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서류만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5월 21일 이후 특별점검 등 추후 계획이 환경부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정의당 이정미(비례, 당대표) 국회의원이 ‘유예 조치로 인해 시설 개선을 준비하려던 업체들이 또 연기될 거라며 시설 개선을 유보하고 있는데, 향후 조치 계획은 무엇이냐’고 질의하자, 환경부는 “법질서 훼손 여지를 불식하기 위해 2019년 5월 21일까지 영업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할 시 강력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답한 뒤, “미신고 의심업체에 대해서는 일제점검을 실시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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