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
의료진 공백 채우려면 급여 현실화와 복지제도 필요
운영 정상화 위해 인천시 예산사업화 고려해 볼만
상급병원 중심 정책서 벗어나 의료전달체계 확립해야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이 의료진 부족과 직원 임금 일부 체납 등, 운영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인천시민들의 건강권이 후퇴하고, 특히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의료원 운영 현황과 개선 방안을 들어보기 위해 조승연 원장을 지난 10일 만났다.

조 원장은 지난해 12월 인천의료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2010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13대 인천의료원장을 맡은 바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

▶ 인천의료원으로 다시 온 소감은

= 이곳에 다시 오기 전에 성남의료원 건립을 위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손잡을 기회가 있어 성남에 갔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성남의료원 건설공사가 지연돼 개원도 하기 전에 임기가 끝났다.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됐다.

인천으로 다시 올 때는 고민을 좀 했다. 인천의료원이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상황이 예전에 내가 있을 때보다 더 악화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난 6년간 아쉬워한 점들도 있고 주변에서 권유하는 분도 많아 뭔가 다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졌다.

▶ 인천의료원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면

= 우리나라 공공병원이 대개 가지고 있는 문제들인데,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에 공공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의료원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적십자병원이나 보훈병원도 있지만, 종합병원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런데 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답하기에는 너무 미약하다. 시설과 장비, 인력, 예산이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인천 공공의료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를 정상화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 인천의료원 현황과 시의 재정 지원은

= 평일 외래환자는 응급을 제외하고 600여 명이고, 입원환자는 220명 정도다. 지난해 연간 외래환자는 16만4000여 명이었다.

우리 의료원 의료수준이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 국가의료장비도 많다. 다만, 의료진 충원이 문제다. 현재 의사는 40명 정도 되고, 간호사도 그렇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몇 명 더 충원했는데, 기본적으로 60명은 돼야한다고 판단한다.

간호사 충원이 더 급하다. 정원보다 훨씬 적어 병동을 아예 못 열고 있다. 초임이 너무 낮으니 오질 않는다. 대학병원과 비교하면 두 배 차이다. 또, 호봉제를 하다 보니 이윤 동기가 안 된다.

우수한 의료진을 충원하고 유지하려면 이윤 동기 외에도 명예와 자긍심 등을 세워줘야한다. 그리고 복지제도가 뒷받침해줘야 한다. 현재는 안식년도 없고 연수도 없다. 노동환경은 민간병원과 다를 바 없지만, 급여는 적고 때 되면 돈 못 번다는 소리까지 들어야한다.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다든지 집이 멀면 사택이라도 제공해주는 등, 복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 재정 지원은, 시설ㆍ장비까지 하면 100억 원 정도는 지원받고 있다. 최소 유지비용으로 본다. 그 중에서 운영비와 사업비 등이 50억~70억 원 정도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은 10억~20억 원 정도다.

운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예산사업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인천의료원 운영예산이 600억 원이라면, 시에서 이를 모두 지원하고 운영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방법이다. 더불어 역할을 규정해주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좋다고 본다.

▶ 개선 방안은

= 경영 측면에서 보면, 현재로서는 환자를 늘리고 수입을 증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취약한 시설인프라와 적은 인력, 예산 부족, 지리적 접근성이 뒤떨어지기에 큰 병원으로 성공하기에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공공병원이라는 측면에서는 지역에서 충족되지 않는 의료 부분을 담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염병 대처를 보면,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인천의료원이 아니었다면 어느 곳에서 그 역할을 담당했겠는가. 긴급한 재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어야한다.

환자수와 단위 진료액수를 늘리면 매출은 늘어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현재 상황에서 환자수를 늘리는 것은 어렵고, 내원하는 시민들도 대부분 취약계층이라 매출을 늘리는 것은 어렵다. 경영수지 관점으로 본다면 답을 찾기 어렵다.

그러면 인천의료원은 인천에서 무슨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이를 규정하고 그 역할에 충실하게 운영방침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환자가 많아야하고 자구노력으로 병원을 유지해야하는 등의 현실은 다들 알고 있다. 의료원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지점인 공공의료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 제2인천의료원 설립은 어떻게 돼 가나

= 인천을 중(中)진료권으로 나누면 ▲남동구ㆍ연수구 ▲서구ㆍ강화군 ▲계양구ㆍ부평구 ▲중구ㆍ동구ㆍ미추홀구 등 권역이 4개다. 인천의 공공병원은 의료원밖에 없기 때문에 나머지 권역 3개를 충족시켜야하는 상황에서 나온 표현이 제2의료원이다.

정부는 공공병원을 신축하는 게 아니라면 기존 민간병원을 공공병원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정할 계획이다. 인천에서 공공병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민간병원이 없다면 제2의료원 신축 계획이 나와야할 것이다.

연수구에 적십자병원이 있지만, 중앙(=대한적십자사)에서 지원이 없어 경영난이 심해졌다. 응급실을 폐쇄하고 종합병원으로서 역할을 상실하면서 사실상 문을 닫았다고 볼 수 있다. 적십자사가 재정이 좋지 않아 결국에는 폐원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적십자병원이 정상화된다면 ‘남동구ㆍ연수구’ 권역의 공공병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남은 지역은 ‘서구ㆍ강화군’과 ‘계양구ㆍ부평구’ 권역인데, 민간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지정하든지 공공병원을 신축하든지 빠른 시일 안에 계획을 세워야한다.

▶ 의료원과 적십자병원 통합얘기도 나온다

= 적십자병원도 공공병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공공성을 가진 종합병원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천시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못할 상황이 벌어지면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통합을 거론하기 전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공공병원을 어떻게 하면 정상화할 것인가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통합은 그 방법 중 하나다. 시가 직접 예산을 지원한다든지, 인수한다든지,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적십자병원은 접근성이 좋고 발전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공공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곳이다. 투자를 좀 했으면 적자를 벗어날 수 있었는데, 적기를 놓쳤다.

인천의료원 직원들과 함께 '화이팅'.(사진제공ㆍ인천의료원)

▶ 한국 의료정책에 대한 평가

= 정부는 지금까지 의료정책을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펼쳐왔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는 잘 돼있지 않나. 또,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고 해서 비급여도 줄였다. 문제는 상급병원으로 환자들이 더 몰린다는 것이다. 상급병원은 MRI와 CT 촬영을 24시간 한다. 이제 특진비 등이 없어지고 예전보다 비교적 저렴한 자부담금으로 상급병원을 쉽게 찾는다.

이러한 현상은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으면 계속될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에 시설도 비교적 좋은 큰 병원에 가서 진료 받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는데, 역효과가 발생한다. 바로 과잉진료다. 대학병원에 가는 환자의 60% 이상은 가까운 병ㆍ의원에서도 충분히 진료 받을 수 있다. 상급병원에서는 꼭 그곳을 가야 치료할 수 있는 중증질환만 대상으로 해도 되지 않겠나.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정부 의지에 달려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쉽지 않겠지만, 인내를 가지고 관계기관 의견수렴은 물론 방향을 잘 잡고 점차적으로 개선하면 된다. 법제화도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게 과제다. 정부가 정해준 병ㆍ의원만 가라고 하면 누가 찬성하겠나. 연착륙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고민이 많다. 인천의 공공병원은 의료원밖에 없고, 의료원 정상화는 시급한 과제다. 공공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기준을 따라가려면 300~500병상 병원의 필수 진료과목을 다 갖춰야 한다. 당장 응급실에는 심혈관 치료 장비도 갖춰야한다.

이런 조건을 채우려면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고, 가장 큰 문제인 접근성을 해결해야 한다.

의료원 이전 건은 시에서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고, 제2의료원 설립 건은 시작한다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지금 시작해도 10년 이후다. 만약 그런 조건이 충족되고 공공의료 인프라가 역할을 분담하면 운영 효율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때가 됐다. 투자해야할 시기다. 시도 어려움이 있다. 왜 모르겠나. 하지만 공공의료 분야는 굉장히 중요하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공공에 대한 준비가 없는 나라는 위험사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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