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서해 5도 어민들의 일손이 바빠지는 때다. 알이 밴 꽃게가 올라오는 성어기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지난 1일부터 서해 5도 어민들의 조업구역이 확대되고, 조업시간도 늘어났다. 확대된 조업구역 면적은 245㎢로 기존 조업구역의 15%가량 된다. 조업시간은 일출 전과 일몰 후 각 30분씩 1시간 늘어났다. 조업구역과 조업시간 확대는 서해 5도 어민들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어민들은 기뻐하기는커녕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청도 선주협회와 어촌계는 지난 3일 조업을 전면 중단했고, 다음날에는 6일 새벽 어선 50여척을 이끌고 출항해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를 항의 방문하기로 결의했다. 백령도 어민들도 항의시위에 동참하려는 분위기다.

어민들이 불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새로 지정된 조업구역이 기존 어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조업구역을 포기하고 그냥 기존 어장에서 조업하는데, 정부는 조업구역이 확대됐다며 이전과 달리 조업구역 이탈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조업구역을 어느 정도 벗어나도 봐주는 융통성을 보였는 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그러니 어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 조업조건은 나빠졌다.

이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다. 어민들은 기존 어장 동서 양쪽, 즉 기존 어장 옆으로 조업구역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가 조업구역으로 새로 지정한 곳은 소청도 남단 동쪽으로, 대청도에서 왕복 6시간이나 걸린다. 백령도에선 더 멀다.

정부가 늘려준 조업시간 1시간으로는 엄두를 못 낸다. 하루 조업시간 12시간 중 절반을 오가는 데 쓸 바에야 가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시간만 버리는 게 아니고, 선박기름도 200리터 들이 드럼통 3개나 소진해야하니 남는 게 없다.

물론 어민들의 요청대로 할 경우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과 닿을 수 있다는 걱정을 국방부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이 군사합의로 포격과 훈련을 중단한 상태이고, 북한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곳까지 조업구역을 확장하는 게 불가능해보이진 않는다. 결국 정부의 행정 편의적 일처리가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거나 들어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나 사업은 실질적 효과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많다.

고통 받는 어민들의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정부 관계부처와 지자체, 어민과 시민단체로 구성한 서해 5도 민관협의회를 빨리 소집해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만 어민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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