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 새해가 되면 한국이주인권센터에는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야하는 엄마들의 문의가 이어진다. 주소를 확인하고 주민센터에 전화해 아이가 가야하는 초교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학교에 전화해 입학절차를 문의한다. 학교에서 일러준 여러 가지 서류를 떼어 학교에 제출한다. 그 이후 개학할 때까지는 한시름 놓는다.

개학하고 나면 다시 상담이 시작된다. 학부모들은 센터에 올 때마다 한 뭉치의 서류를 가지고 온다. 학교에서 오는 온갖 서류를 펼쳐놓고 학부모와 마주앉아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류한다. 가정통신문이 이렇게 많은 건 지, 매번 놀란다. 학교폭력 예방, 등하교 안전, 학교운영위원회 안내 등 안내문은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 역시 가끔은 여러 번 읽어봐야 하고, 그걸 설명해주려면 진땀이 날 때도 있다.

새 학기 시작과 함께 학부모 상담이 시작된다. 담임선생님은 어떤 사람인지,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는지, 선생님은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것은 여느 학부모나 마찬가지다. 이전에 한 이주배경 학생의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를 담임선생님과 학부모가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문자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지라, 학부모 상담을 같이 가서 소통을 도와주기도 한다.

최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직원이 한 외국인과 소통을 구글 번역기로 하고 있는 걸 보고 기가 막혔는데, 당장 아이에 관한 소통이 필요한 선생님이 구글 번역기로 대화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글 번역기는 영어를 제외한 다른 외국어와 한국어의 교차 번역 수준은 낮다.

우리 센터가 있는 연수구는 이주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초교에서는 중요한 가정통신문은 러시아어로 번역해 배포하고, 한국어 수업을 따로 만들어 러시아어권 한국어 강사를 채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러시아어권이 아닌 이주학생들이 의도치 않게 소외되기도 한다. 정규 수업시간에 교실을 분리해 한국어 수업을 하는데 강사가 러시아어권 학생들하고만 의사소통이 된다면 다른 학생들은 어떤 느낌이 들겠는가.

어떤 이주학부모는 정규 수업시간에 이주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해 수업을 듣는 것이 차별이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면 다행인 것이 돼버렸다. 한 학교에서는 이주학생이 너무 많아져 한국어 수업 정원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시험을 봐서 수준이 높은 학생들은 한국어 수업을 들을 수 없게 했다. 수업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니, 예산이 정해져 있어 어쩔 수 없단다.

학교가 알림과 소통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도 이주학부모들을 힘들게 한다. 한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고 학부모들이 찾아서 읽게 한다. 우리 센터를 이용하는 많은 가정에 컴퓨터도 없고, 스마트폰으로 한국어로 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도 힘들다. 학교 홈페이지를 찾아 접속한 뒤 ‘공지’란을 찾아서 자신이 읽어야할 알림장을 찾는 게 이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다행히 담임선생님이 중요한 가정통신문은 인쇄해 이주학생한테 따로 주겠다고 했단다.

이주민을 상담하며 내가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넘어야하는 벽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주아동들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게, 그 책임이 학부모와 학생, 선생님의 혼란과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지 않게 시스템을 보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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