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하며 잊고 있던 둘째 딸의 존재를 자각”
“세월호 CCTV 저장장치 진상규명 도와달라”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지난 3일 미추홀구 학산소극장. 114석 밖에 없는 작은 극장에 16개의 간이의자를 더 우겨넣었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두 번째 작품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특별공연을 보기위해 인천 시민이 객석을 가득채웠다.

객석을 배경으로 배우, 스탭, 관객이 함께한 기념촬영

‘노란리본’은 2015년 10월 세월호 유족들의 연극치유모임으로 시작해 2016년 3월 창단했다. 지금은 전문극단 뺨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만 64번째다.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대학로 공연을 끝으로 종영했는데, 인천 지역 청년들이 모여 만든 세월호 추모기획단이 요청해 특별히 무대에 올렸다. 이번 작품의 정말 마지막 공연인 셈이다.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다' 연극 장면(자료제공 노란리본)

연극 시작 전 참사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간담회나 토론회에서 느꼈던 무거운 공기를 떨치기 힘들었다. 하지만 연극이 시작하고 객석은 이내 웃음이 넘친다.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코믹 소동극이다.

안산의 연립주택 101호에 예술가 총각 나세찬, 102호에 아내가 집을 나가 혼자 여고생 딸 한소리(입고 나오는 교복은 딸들이 입던 교복이다)를 키우고 있는 아저씨 한대철, 104호에 세월호 유가족 신순애가 살고 있다. 비어있던 103호에 전라도 시골 할아버지 김영광이 이사를 오며 본격적인 연극이 시작한다.

김영광 할아버지는 이웃의 얘기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아픈 마음을 잘 이해하고 보듬어 준다. 세월호 유가족 신순애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질시하고 외면하는 신순애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유일한 사람이 김영광 할아버지다. 한소리, 나세찬에 따뜻한 닭죽을 해먹이며 이웃의 정을 가르치는 사람도 김영광 할아버지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로 김영광 할아버지였을 것이다. 연출을 맡은 김태현 씨는 “세월호 참사 후 새삼스레 깨닫게 된 ‘이웃’이라는 존재를 조명했다”라며 “세월호 가족들에게 ‘이웃’은 엄청난 상처를 안겨준 존재이기도 하고, 힘을 전해준 존재이기도 하다”라며 작품의 배경을 설명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도 가졌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김순덕(2학년 1반 장애진 엄마) = 애진이는 생존학생이다. 생존과 사망이라는 단어의 구분이 아직도 많이 힘들다. 5년이 지나도 이렇게 힘든데, 5년이 지나며 세월호가 많이 잊혀진다는 느낌이다.

김도현(2학년 7반 정동수 엄마) = 여고생 한소리 역을 맡았다. 이 역을 맡을 때 둘째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역할을 맡으며 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도 보였다. 너무 미안했다. 그 전까지는 동수 잃고 슬퍼만 하는 사람이었는데 비로소 엄마가 됐다.

이미경(2학년 6반 이영만 엄마) = 참사 후 하루도 못살 것 같았는데, 5년을 살고 있다. 관객을 만난 힘이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다. 최근 세월호 폐쇠회로텔레비전(CCTV) 저장장치 바꿔치기 의혹이 들어나 너무 힘들다. 얼마나 많은 진실이 묻혀있는지 모르겠다. 진상규명에 힘써줬으면 좋겠다. 세 번째 작품을 곧 무대에 올린다. 새 작품으로도 만났으면 좋겠다.

박유신(2학년 3반 정예진 엄마) = 김영광 할아버지 역을 맡았다. 여기 앉아계신 관객이 김영광 할아버지며, 김영광 할아버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여러분 덕에 열심히 버티며 살고 있다. 특별수사단, 전면 재수사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반드시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김성실(2학년 4반 김동혁 엄마) = 어제 아침 남편이 출근하며 “오늘은 뭐 할거야?”라고 물어본 말에 나도 모르게 “살아 내봐야지”라고 툭 던졌다. 남편은 “맞아. 그것도 힘든 일이지”라고 했다. 특히 4월은 힘들게 살아 내고 있다. 주변은 우리 눈치를 보는 달이 4월이다. 우리는 예민해 혹여 누군가에 상처가 될까 걱정하는 달이 4월이다. 그래서 세월호 행사 아니면 두문불출하는 달이 4월이다.

김명임(2학년 7반 곽수인 엄마) = 한소리 아빠 역을 맡았다. 첫 작품에서는 엄마 역을, 이 작품에서는 아빠 역을 맡았다. 이 역을 맡으며, 엄마일 때 모르는 감정을 알았다. 온전히 상대방 입장에 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여러분이 그런 사람인 것 같다. 같은 방향을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 편이라는 존재가 큰 힘이 된다. 그래서 생명 다하는 날까지 포기 못할 것이다.

임영애(2학년 5반 오준영 엄마) = 국정원 개입, 기무사 사찰 정황이 아무리 드러나도 처벌할 권한이 없다. 세월호 특별조사위는 조사만 할 수 있고, 수사와 기소의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필요하다. 청와대 청원과 서명운동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하는 활동은 재발방지를 위한 판례를 만드는 일이다.

최지영(2학년 6반 권순범 엄마) = 2014년 5월 5일에 아들을 다시 만났다. 그래서 5월까지 마음이 무겁다. 대통령이 바뀌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바뀌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섰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