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조업구역 확장...실제는 전보다 조업조건 크게 악화
“어민들은 조업 중단하는데 인천시는 어장확대 홍보에 바빠”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 서해 5도 어장이 확장돼 어민들이 기뻐해야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예전보다 조업이 더 어렵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4월은 알배기 암캐가 올라오는 봄 성어기다. 그러나 대청도 어민들은 3일을 기해 일제히 조업을 중단했다. 이들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6일 뭍으로 상경해 해양수산부가 있는 세종시로 항의 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서해 5도 어장이 확장 됐지만 백령도와 대청도 어민들은 오히려 조업 여건이 악화됐다. 해수부가 소청도 남단 동측에 확장한 D어장은 대청도에서 너무 멀어 무용지물이고, 기존 어장에선 단속이 강화돼 조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복봉 대청도선주협회장은 “조업시간을 오전, 오후 30분씩 확장했다고 하지만 신설어장까지 가는데 만 3시간이다. 하루 조업시간 12시간 중 6시간을 오가는 데 쓰는데 누가 가나. 아무도 안 간다. 또 하루 오가는 데 기름만 드럼통 3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정부가 확대한 곳은 수심이 깊어 잡을 것도 별로 없다고 했다. 어민들은 소청도 남단에 신설한 어장 북쪽으로 새 어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고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대청도 어민들은 ‘그림의 떡’이 된 신설어장을 뒤로하고 기존 어장에 어망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 또한 해수부가 어장 확대를 명분 삼아 단속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상황은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배복봉 회장은 “전에는 기존 어장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에 어망을 설치해도 해수부가 심하게 단속하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해수부가 어장을 확장해줬으니 정해진 구역에서만 조업하라며 무궁화호까지 동원해 엄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어민들이 동의하지도 않았고 갈 수도 없는 먼 곳에 무용지물 어장을 확대해 놓고 옆으로 살짝 벗어나도 단속한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백령도 상황은 더 열악하다. 대청도에서 조업을 나가는 데 3시간 걸리는 확대 어장(D어장)은 백령도에서 더 멀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 백령도 어민들 또한 기존 백령도 어장 옆에 신규 어장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외면했다.

해수부가 단속을 강화하자 대청도 어민들이 어망을 철수 하고 있는 장면.

백령도 어민들 역시 확대 어장을 뒤로 하고 기존 어장에 어망을 설치했으나, 대청도처럼 해수부가 어장이 확대됐다며 조금만 벗어나도 엄격하게 단속하는 바람에 조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백령도와 대청도 어민들은 지난해까진 조업구역을 약간 벗어난 곳에 어망을 설치해도 무방했지만, 해수부가 워낙 까다롭게 감시해 그물을 모두 거둬 들였고, 결국 조업을 중단했다.

배복봉 대청도 선주협회장은 “서해 5도는 북방한계선(NLL)과 인접한 특수지역이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등으로 생계가 여려워 지자 조업구역을 크게 이탈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해수부가 융통성을 발휘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갈 수도 없는 어장 확대를 빌미로 오히려 단속만 심해졌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올해 봄 성어기 조업도 실패할 경우 파산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어장에서 조업하는 데 전처럼 융통성을 발휘해 주거나, 아니면 기존 어장 옆에 신규 어장을 확대할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어민들은 3일 조업을 전면 중단했고 6일 해수부를 항의 방문 할 예정이다.

대청도의 경우 2017 ~ 2018년 어획고는 1년 약 45억 원으로 2016년 120억 원에 비해 1/3로 줄었다. 어민들은 2년 연속 어려웠던 만큼 올해는 조업에 기대를 하고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회복이 어렵다고 했다.

해수부와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서해평화수역운동본부 관계자는 “정부가 민관협의체에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조업구역 확대를 발표해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해수부에 후속 대책 회의 개최를 요구했다”며 “남북 군사합의로 서해에서 포사격 등을 중단하는 지역까지 설정했다. 그렇다면 서해 5도 남측 수역 내에선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실효성이 없다. 우리 정부가 남북 군사합의를 스스로가 못 믿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현장에서 실제로 어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는 외면한 채 ‘평화가 경제’라며 ‘어장 확대’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는 인천시와 옹진군도 문제"라고 했다.

이어 “어장 확대는 서해 5도 어민들이 원했던 일이다. 그러나 어민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결국 무용지물이 됐다. 오죽하면 어민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뭍으로 상경하겠나. 그런데 인천시는 현장엔 와보지도 않고 어장 확대가 마치 자기들 성과인냥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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