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센터 계획…인천시·도시공사 ‘끙끙’
굴러들어온 국내 유명 기업 발로 걷어찬 꼴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투모로우시티를 복합문화기능을 갖춘 청년창업센터로 사용하겠다고 밀어붙여 빈축을 사고 있다. 시와 인천도시공사는 한차례 협의는 했지만 최종 합의 한 게 아니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는 인천경제청이 지난 3월 아트센터인천 2단계 사업 기본합의에 이어 이번에도 일방적으로 추진하자 못마땅한 분위기가 역력하고, 인천도시공사는 건물 소유주 임에도 불구하고 산하 공기업이다 보니 반대의견을 내지 못한 채 속앓이 중이다.

인천경제청은 송도국제도시 투모로우시티에 내년 상반기 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벤처폴리스' 1단계를 개소하고, 그 안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강점인 IT·바이오·스마트시티 산업을 중심으로 한 청년창업 지원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지난 1일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 사물인터넷 융합플랫폼, 공유경제 플랫폼, 창업 지원 클라우드센터 등을 갖출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송도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투모로우시티는 총 사업비 1541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6층에 연면적 4만7000㎡ 규모로 지어졌다. 투모로우시티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체험하는 시설과 인천국제공항과 지방을 오가는 시외버스들이 정차하는 교통환승센터로 꾸며졌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체험시설은 문을 닫은 상태고, 교통환승센터 역시 시외버스가 송도국제도시 안까지 들어가는 것을 기피하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투모로우시티는 시가 인천도시공사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2017년 현물 출자하면서 도시공사의 자산이 됐다. 공사는 수익성 활용 방안을 찾고 있는 가운데, 인천경제청이 일방적으로 청년창업센터로 활용하겠다고 해 시와 공사 모두 당혹스럽다고 했다.

인천시가 2017년 인천도시공사에 현물 출자한 송도 투모로우시티 전경. 

인천경제청이 청년창업센터로 조성하겠다고 공식화 하기 전, 국내 유명 출판회사가 투모로우시티~아트센터인천~트라이보울에 이르는 구간을 문화벨트로 조성하겠다고 시에 투자를 제안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인천경제청이 청년창업센터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시와 공사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해 시와 경제청, 도시공사는 최근 한차례 만나 의견을 나눈게 전부다.

경제청의 밀어붙이기 행정으로 인천시가 국내 굴지 회사의 투자유치 기회를 발로 차 버린 셈이다. 경제청은 투자유치라는 고유 업무를 상실한 어이없는 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또한 굳이 투모로우시티를 청년창업센터로 사용하는게 비용 측면에서도 적정한지 의문이 남는다.

인천도시공사는 부채비율 감축이 지상과제 이기 때문에 해당 시설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즉, 인천경제청이 청년창업센터로 사용하기 위해서도 일정하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

투모로우시티 사용료는 3.3㎡ 당 7만 원 안팎이지만, 인접한 송도IBS타워는 3.3㎡ 당 1만 원으로 알려져 있어, 비용 측면에서도 송도IBS타워가 더 효율적이다.

이 같은 비용문제를 해소하려면 투모로우시티를 다시 인천경제청 자산으로 이관하는 것인데, 이 또한 현실성이 떨어진다.

시는 인천도시공사의 부채비율을 감축하기 위해 현물출자 했는데, 이를 다시 인천경제청 자산으로 이관할 경우 공사 부채비율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천경제청으로 넘기면 인천도시공사에 다시 같은 자산가치를 지닌 토지를 제공해야 하는데, 시에서 대토 용지를 마련하기 어려운데다 시의회가 쉽게 동의해 줄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IBS타워 같은 업무용 시설이 더 적합하기 때문에, 유비쿼터스 등 체험장으로 사용됐던 투모로우시티는 오히려 문화산업을 진흥하는 쪽으로 사용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게 시 내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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