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남북관계 좋을 땐 잠잠...교착 상태 빠지자 출몰
서해평화수역운동본부, “남북공동 해양수산자원 조사 시급”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서해 5도 어장 확대가 시행된 첫 날 중국어선도 같이 몰려왔다.

정부는 지난 2월 서해 5도 어장을 3209㎢에서 3454㎢로 245㎢ 확대하고, 조업 시간을 아침과 저녁 각각 30분씩 1시간 늘리기로 했다.

여의도 면적의 84배에 달하는 어장이 4월 1일부터 확대되는 것이라 서해 5도 어민들은 기대에 부풀었지만, 어장 확대와 동시에 중국어선이 대거 몰려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해 5도 어민연합회는 “4월은 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달이고, 특히 연평도의 경우 알배기 꽃게가 출하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중국어선이 대여섯 척도 아니고 까마득하게 몰려와 연평도 북측 수역에서 북한 용매도 앞까지 진을 치고 싹쓸이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어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부가 어장을 확대했어도 중국어선이 황금 어장 중간에 해당하는 북방한계선 인근 수역에서 끊어먹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어장 확대 규모를 보면 연평어장은 기존 815㎢에서 90㎢(동측 46.6㎢, 서측 43.7㎢) 늘어난 905㎢로 확장 됐고, 대청도와 소청도의 경우 소청도 남단 B어장 동측 수역에 154.6㎢ 규모의 D어장이 신설됐다. 모두 우리 어장 남방 또는 좌우에 해당하는 곳이다.

중국 어선이 중간에서 싹쓸이 중인 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나오는 토사와 플랑크톤으로 어족 자원이 풍부해 황금어장을 불린다. 또한 각종 어패류 등이 산란하는 곳이다.

현재 서해 5도는 어선 201척이 꽃게, 참홍어, 새우, 까나리 등을 연간 4000톤 가량 어획하며 300억 원 규모의 어획고를 올리고 있다. 정부는 어장확장으로 어획량이 최소 10% 이상 늘어나 서해 5도 어민들의 수익 증가를 기대했지만, 중국어선이 먼저 들어와 중간에서 싹쓸이 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어선은 쌍끌이 어선이라 바닥까지 싹 훑어 담는다. 우리 어민들의 어획량 감소뿐만 아니라, 서해 5도 수역의 어족 자원 고갈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

서해 5도 어장 확장에 맞춰 정부는 해경을 강화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은 서해 5도 어장 인근에 기존 경비함 3척, 방탄정 2척 등 총 5척에다 경비함 1척을 추가로 배치했다. 하지만 중국어선은 교묘하게 북방한계선을 이용해 조업하고 있어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남북관계 교착 상태에 빠지자 중국어선 몰려들어

중국어선이 대거 몰려 왔다는 것은 북한이 남한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북측 수역을 열어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NLL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북측에 입어료를 내고 거의 대부분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중국어선이 NLL수역에서 활개 치고 다닌다는 것은 북측의 동의 없인 어려운 실정이다.

2004년 북중 어업협정이 체결된 이후 북한 수역으로 들어오는 중국어선의 수가 증가해 2014년 최대 1904척, 2016년 1268척이 남한 수역을 경유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한 것으로 조사됐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17)

이들이 북한에 내는 입어료에 대한 자료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으나, 과거 동해 해양경비안전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척당 연간 3만 달러(2014년 기준)에서 4만 달러(2015년 기준) 사이로 추산된다.

중국어선은 남북관계가 냉랭하면 많이 들어왔고, 관계가 좋으면 보기 드물었다. 지난해 4월만 해도 중국어선은 거의 없었다. 즉,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북미회담과 남북관계가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중국어선이 이틈을 활용해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회담 때 서해 공동어로구역 지정과 공동순찰을 합의했다. 중국어선이 주로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NLL을 타고 어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남북이 이 해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지정하겠다는 것은 중국어선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였는데, 최근 남북 관계를 반영이라고 하듯 중국어선이 대거 밀려들었다.

사실 서해 5도 어민들은 공동어로구역에서 조업하는 것보다 중국어선을 차단하는 걸 더 기대하고 있다. 남북이 중국어선의 진입 입구만 막아주면 굳이 NLL 일대에서 조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서해 5도 어민들의 입장이다.

“북방한계선 공동 해양수산자원 조사로 중국어선 막자”

서해평화수역운동본부는 북방한계선 일대를 완충지대인 가칭 서해평화수역지대로 설정하고, 이 지역에 대해 1~2년 남북 공동 해양수산자원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남측 어민들이 남북이 중국어선만 막아주면 NLL 이남 어업통제선 아래의 우리 어장을 확대하고 야간에만 조업할 수 있게 해줘도 충분하다고 했는데, 이 같은 기대는 어장 확대 첫날 무너지고 말았다.

서해평화수역운동본부는 유엔 대북제재로 당장 공동 순찰과 공동어로구역 지정이 어렵다면, 서해 5도 해양생태계와 어족 자원에 대한 공동 조사 연구로 중국어선을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서해평화수역운동본부 관계자는 “학술 조사는 대북제재와 무관하다. 지금 당장 공동어로구역 지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연구와 조사로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 한강하구 강화도부터 백령도에 이르는 해역의 해양생태계와 어족 자원, 기후, 수온 변화, 수심 등을 조사해야 향후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장소, 어족자원 보존지역 등을 지정할 수 있다. 남북 공동 조사로 중국어선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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