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나는 B등급 교사다
[세상읽기] 나는 B등급 교사다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4.0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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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찬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인천투데이] 나는 B등급 교사다. 아니, 정확히 말해 A, B, C 세 등급 중 C등급 교사다. 왜냐하면 교육부는 교사들 기분 나쁘지 않게 하려고 했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지만 교사들의 성과급 등급을 S, A, B로 명칭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나는 제일 마지막 등급의 교사다.

나는 내가 언제부터 최하위 등급을 받았는 지 모른다. 교사들에게 성과급이 정확히 언제부터 지급됐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성과급 평가표를 내본 적이 없다는 것에 있다.

학교는 매해 교육부 지침을 바탕으로 평가기준표를 만들고, 교사들은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 자기 점수를 매겨 제출한다. 그러면 학교는 그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등급을 매긴다. 나는 그것을 내본 적이 없다. 그러니 항상 최하위 등급일 수밖에.

내가 그것을 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평가표의 기준이 결코 교사의 역량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1년 동안 연수를 몇 시간 들었는지가 점수로 환산된다.

나는 연수를 전혀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루한 온라인 연수나, 꾸벅꾸벅 조는 오프라인 연수를 듣느니 차라리 책을 사서 보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맡고 있는 업무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학교에서 기피업무라 할 수 있는 담임이나 학생부 등을 맡으면 점수를 조금 더 준다. 힘든 일을 하니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지 모르나, 그 전에 그 업무를 기피업무로 만들어버린 학교의 구조적 문제를 먼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학교 내 기피업무를 만들어놓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돈 조금 더 줘서 그것을 대충 뭉개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학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정부는 성과급을 없앨 의도가 전혀 없다. 올해도 작년과 똑같이 시행한다고 한다. 정부는 학교에서 이 성과급이 선생님들의 성과에 대한 보상인지, 아니면 이 사회가 등급 매기기를 좋아하니 그에 따라 습관적으로 교사들도 한우 등급 매기듯이 매기는 것인지, 전혀 성찰하지 않는다. 그저 기업도 하고, 다른 곳도 하니 따라갈 뿐이다.

정부가 이렇게 하는 것이 어디 이것뿐이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도 그러하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의해 통치되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뻑하면 서구 기준을 들이대는 나라다. 그러면 뭐하겠는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노동조합을 할 권리도 빼앗고, 국제노동기구인 ILO가 교사ㆍ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한국의 국가공무원법 65조를 협약 위반이라고 해도 여전히 버팅기고 있는데 말이다.

B등급 교사인 내가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B등급에서 벗어나 S등급을 받아서 더 많은 성과급을 받는 것?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정부가 자신의 정책과 목표를 스스로 성찰하는 것이다.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정량화해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환상이라는 성찰, 전교조를 비롯해 대한민국 노동조합의 권리가 국제기준에 맞게 돼있는지 반성하는 성찰, 이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된다.

정책을 만드는 관료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특정인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된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당장 할 일은 바로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