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12)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 동네한바퀴’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이 된 구한말부터 우물이 열 개가 있어 열우물 또는 십정(十井)리라 불린 지역. 현재 상정초등학교가 있는 자리에 큰 우물이 있었는데, 물이 많고 아무리 추워도 물이 따뜻했기에 열(熱)이 많이 나는 우물이라 열우물이라는 설도 있는 곳. 부평구 십정동 지역이다. 경인철도 1호선 백운역과 동암역 사이를 열우물고개라 부르기도 한다.

십정동 아이들과 ‘우리 마을 이해’ 수업

‘열우물 동네한바퀴’모임에 참가하는 학부모와 마을활동가들.(사진제공 열우물 동네한바퀴)

십정동에 사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마을 역사 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이 있다. 바로 ‘열우물 동네한바퀴(대표 고영주)’다. 이 모임에는 십정동에 있는 십정ㆍ상정ㆍ하정ㆍ동암초등학교와 동암ㆍ상정중학교 학부모와 마을활동가 13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부터 동암중의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에 ‘열우물 동네한바퀴’라는 이름으로 참가한다. 1학년 학급 다섯 반 학생들과 격주로 1회에 2시간씩 총8회로 마을을 알아가는 수업을 진행한다.

3월 21일 첫 수업으로 ‘우리 마을 이해’를 진행했다. 설명하는 수업이 아니라 퀴즈를 내고 맞히는 방식으로 했다. 학생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수업을 지켜보던 교사들도 재미있다며 박수를 쳤다. 첫 수업은 마을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사전 교육이었는데, 어떤 반은 강사의 질문에 모든 학생이 발표하겠다고 손을 들 정도였다. 최고의 강의였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첫 수업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학부모와 마을활동가들의 노력 덕분이다. 올해 1월부터 마을활동가 교육을 수료하고 공부모임을 3개월 동안 했다. 지역을 배우고 학생들과 진행할 수업안을 수십 번 수정해서 짰다. 한마디로 피와 땀을 흘리는 과정이었다.

이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은 6월 말까지 진행한다. 십정동 이야기, 동암역 주변 이야기, 우물 이야기, 인천과 부평 이야기, 부평전투와 조병창 이야기, 열우물길 걷기, 열우물 마을 홍보 포스터와 지도 만들기 순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은 동암중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상정중과 초교에서도 수업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초교와 중학교 각 학년에 맞는 수업안을 다시 짜야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교육혁신지구 선정, 학부모 마을활동 계기
 

3월 21일 첫 수업에서 협동심을 기르는 활동중인 동암중 학생들.(사진제공 열우물 동네한바퀴)

‘열우물 동네한바퀴’ 모임은 인천시교육청의 교육혁신지구 사업에서 출발했다. 2017년 5월 부평구가 교육혁신지구에 선정됐는데, 보통 지구 범위를 구ㆍ군 전체로 선정한 것과 달리 부평구는 십정동만을 선정했다.

교육혁신지구 사업은 지역의 학교와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 등 공공기관과 시민단체, 학부모 등이 힘을 합쳐 ‘온 마을(지역)이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교육혁신지구로 지정된 후 이러한 개념을 잘 몰랐던 십정동 지역 초ㆍ중학교 6개의 학부모들은 교육혁신지구 사업 활성화를 위해 열우물 마을공동체 지원단 ‘너머’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너머’는 2018년도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공모에 신청해 지원을 받았다. 지원받은 돈으로 매달 1회 정기모임을 하며 교육혁신과 마을공동체 관련 교육, ‘심리야 놀자’ 등 학부모 대상 기획 강좌, 부평역사박물관과 함께하는 우리 마을 알기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학부모들은 지원 사업 후 열우물마을공동체 ‘너머’를 해체했고, 올해 ‘열우물 실타래’라는 동아리를 새롭게 만들었다. 매듭 공예와 손뜨개 공예를 배우며 작품을 만들고, 마을축제에서 또는 자체적으로 바자회를 운영해 십정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을 돕는 활동을 펼치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또한 회원 각자 마을활동가가 돼 재능기부로 마을공동체를 위해 활동한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마을활동가와 학부모 동아리의 만남
 

공부 모임중인 학부모와 마을활동가들.(사진제공 열우물 동네한바퀴)

모임 ‘열우물 동네한바퀴’는 동아리 ‘열우물 실타래’ 회원들과 교육혁신지구 사업 중 하나로 추진 중인 ‘열우물 마을학교’에서 양성된 마을활동가들로 구성돼있다. 학부모 동아리 활동 지원은 십정동 교육혁신지구 사업의 하나다.

고영주 ‘열우물 동네한바퀴’ 대표는 “도시에 살면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마을에 대해 하나를 알게 되면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애착심도 생긴다”며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들이 마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 마을이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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