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에 더 빛나는 바다, 데이트 장소로 딱
도시와 근접한 인천 송도의 숨은 일몰 명소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봄이 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하늘과 바다, 그리고 대지가 기지개를 켜고, 새 생명을 품는 시간. 무심코 지나던 거리에도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꽃망울.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희망과 행복을 생각한다. 이제 우울한 외투를 벗을 시간.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앞 솔찬공원에는 오후가 되면 산책하는 사람들, 반려견과 외출한 사람들, 아이들과 젊은 가족들, 사색을 즐기는 초로의 노인들이 송도 앞 바다의 정취를 만끽한다.

해가 지는 저녁 무렵이 되면 검푸른 물결이 붉게 물들고, 영종도 쪽으로 진하게 넘어가는 해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바다의 향기를 느끼며 그저 해가 지는 풍경을 조용히 바라본다.

이 곳은 갈매기의 땅. 갯벌 위에 세워진 철골 구조물로 새들의 공간이 좁아졌지만, 썰물이 되면 속살을 드러낸 갯벌에는 갈매기들이 먹이활동으로 여념이 없다. 갯벌은 아직 살아 있고, 듬성듬성 뚫린 숨구멍으로 봄기운은 만연하다.

독특한 인천바다의 색, 그리고 사람들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이보다 더 빛나는 바다는 없다. 솔찬공원은 숨어 있는 일몰 명소다. 일몰을 감상하는 곳 중에는 대표적으로 영종대교 옆 정서진이 있지만, 도시에 근접한 솔찬공원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장소다.

솔찬공원은 원래 인천대교 설치 당시 교각구조를 기초제작 했던 접안시설이었다. 인천대교가 2009년 완공되고, 공유수면 위에 철골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지금과 같은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조성됐다. 10년 안팎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어린아이들이 갈매기와 벗하며 언제든 놀러올 수 있는 공간이 됐다. 

나른한 오후에는 잔디밭에서 낮잠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인천대학교 학생들은 “캠퍼스보다 솔찬공원에서 가끔 즐기는 낮술과 친구들과의 수다가 더 좋다”고 말했다. 청춘의 낭만이라고 할까. 캠퍼스 커플로 보이는 연인들은 벤치에 앉아 말없이 바닷가를 바라보거나 저 멀리 보이는 섬 뒤로 넘어가는 해를 보며 사랑을 속삭인다.

문화공간으로 주목받는 ‘케이슨24’

솔찬공원 내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케이슨24’가 있다. 1층 카페에는 평일에도 많은 인원이 가득 들어찬다. 커피와 다양한 음료, 그리고 간단한 빵과 간식도 즐길 수 있다.

산책 나온 노신사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모임이 있는 사람들을 삼삼오오 모여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나눈다.

‘케이슨’이란 이름은 인천대교를 제작했던 공법에서 따왔다. 케이슨 공법은 인천 앞 바다와 같이 갯벌이나 연약지반에 구조물을 세울 경우 철근콘크리트로 큰 통(caisson)을 만들어 땅에 묻고 그 안에 골재를 넣는 방식을 말한다.

이곳은 지난해 인천시 사업인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에 선정돼 문화사업도 진행했다. 올해에도 ‘청춘버스킹 송도밤바다’ 사업도 도전한다.

2층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수제맥주도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 관계자는 “평일에도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70~80팀이 되고 주말에는 최대 150팀 내외가 될 정도로 북적북적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컬쳐뮤지엄, 포토스튜디오 등 다양한 문화 향유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시민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곳은 해가 지고난 다음이 더 볼만 하다. 건물 외관에 설치한 조명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람들은 연신 ‘셀카’를 누르며 여유를 즐긴다.

인천 산책길의 하이라이트, 솔찬공원

솔찬공원은 인천 종주길 10코스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인천 종주길 10코스는 동막역에서 시작해 외암도사거리와 해돋이공원, 그리고 송도센트럴공원을 지나 솔찬공원으로 이어지는 약 12km의 트레킹 코스를 말한다. 이 길만 대략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솔찬공원에 도착하면 주변의 자연환경을 즐기면서, 북쪽과 남쪽을 향해 즐거움을 확장할 수 있다.

북쪽으로 향하면 최근 개관한 ‘아트센터인천’를 만날 수 있다. 거리는 약 3km. 잭니클라우스 콜프클럽 옆길을 걸으며 운동 겸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트센터인천에 도착하면 동쪽으로 송도센트럴공원과 이어져 있다. 그리고 송도달빛축제공원도 이어져 때에 맞춰 ‘펜타포트 락페스티벌’과 ‘송도맥주축제’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솔찬공원 남쪽을 향해 보자. 이 곳에는 야생동물구조센터와 송도국제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이 운영하는 기관으로 지난해 3월에 개소했다. 최근까지 20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구조해 이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동물들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한다. 이 중에는 천연기념물에 속하는 독수리와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도 포함되어 있다. 센터에서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솔찬공원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송도국제캠핑장이 3년째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곳은 2004년 3만2000㎡ 규모로 조성돼 초창기 번성했으나 2016년부터 수탁업체가 없어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시민 접근도 어렵다. 인천경제청은 2017년 피크닉존을 무료 개방하는 등 운영을 지속하려고 노력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는 5월 개장을 목표로 새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대안이 없다면 시민의 공간인 만큼 문부터 우선 열어야 한다. 길은 통해야 하는 것이다.

*[길안내] 솔찬공원을 가려면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를 향하는 6, 8, 81, 82번 간선버스나 1301, M6405,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인천 1호선을 이용해 지식정보단지역(2번 출구)이나 인천대입구역(1번 출구)에서 내려 서쪽으로 이동하면 된다. 도보로 10~15분 거리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대학교와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과 맞닿아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