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11)
부평구 부개1동·일신동 ‘부일댄스체조모임’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부평구 부일종합시장과 일신종합시장 근처에 있는 부개1동 신협 빌딩 지하 강당에선 매주 월ㆍ수ㆍ금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개1동과 일신동에 거주하는 70~80대 주민들이 참여하는 ‘부일체조댄스모임(대표 최동년)’이 열리는 것.

강당은 이 빌딩을 사용하고 있는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평화의료사협)의 공간이고, 부일체조댄스모임은 평화의료사협의 소모임 중 하나다. 산행ㆍ노래교실ㆍ탁구 등 여러 소모임이 운영 중이고, 주로 평화의료사협 조합원들이 구성원이다.

1998년, 규칙적 운동으로 건강 유지 위해 시작

2016년 워크숍 후 회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사진제공 부일체조댄스모임)

평화의료사협은 1989년 기독청년의료인회 회원 30명이 부평지역 노동자와 서민의 건강 확보를 위한 1차 의료사업과 산업재해ㆍ직업병 상담, 치료ㆍ예방 활동을 하기 위해 기금을 모아 설립한 평화의원에서 출발했다.

1996년 주민 출자를 받아 협동조합 형태의 평화의료사협을 설립한 뒤 평화의원을 계속 운영했고, 2006년 이후에는 한의원, 가정간호사업소, 평화노인복지센터, 방문간호센터, 평화치과도 개원했다.

평화의료사협은 조합원이 주인이 돼 조합원과 지역주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지역사회의 건강공동체를 추구한다. 아플 때 치료하는 일뿐 아니라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게 하는 활동과 예방의학을 중심에 두고 있다.

평화의료사협 설립 초창기인 1998년, ‘무지개체조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부일체조댄스모임도 조합원과 지역주민들에게 건강 유지를 위해선 규칙적 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조합 임원이 아는 체조 강사를 섭외해 시작했다. 모임 회원이 가장 많았을 때는 40명에 달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체조교실을 꾸준하게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았기에 강당이 가득 찰 정도로 회원이 많이 모였다. 하지만 주변 주민센터에 주민자치센터가 생기고 체조 강좌를 열면서 지금은 회원이 많이 줄었다.

체조교실과 댄스교실, 인문학 강좌에 봉사활동도
 

2018년 10월 평화의료사협 지하 강당에서 진행한 100세 청춘 근육 키우기 강좌.(사진제공 부일체조댄스모임)

현재 체조모임 회원은 12명으로 69세부터 85세까지 있다. 초창기부터 활동한 최동년 대표는 50대에 시작해 70대가 됐다. 대표이자 총무 역할을 맡은 지 15년 됐다.

최 대표는 “모임 인원이 많고 잘 될 때는 생활체조경연대회도 나가고 인천대학교 캠퍼스와 부평구 여성의 날 행사에 가서 공연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회원들이 나이가 많다 보니 평화의료사협 송년회에서 장기자랑을 하는 정도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2014~2016년 부평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지원을 받은 체조모임은 주3회 체조교실뿐 아니라 주2회 라인댄스교실도 운영했다. 라인댄스교실은 주로 50~60대 회원들이 참가했다.

체조교실과 댄스교실 외에 인문학 강좌를 마련해 회원뿐 아니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강좌 주제는 ▲비폭력 대화법 ▲나이 듦과 죽음 준비 ▲건강과 활력 ▲지역사회 문제와 협동 등이었다. 체조와 댄스를 배우며 건강을 유지하거나 증진하는 것뿐 아니라 인문학 강좌로 중ㆍ노년기의 삶을 나누고 소통하며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에도 목적을 뒀다.

2017년에는 ‘우리가 만드는 건강마을’ 사업이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공모에서 선정됐다. 체조교실과 댄스교실, 인문학 강좌에 이어 회원들이 평화의료사협 직원들과 함께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을 위한 체조’를 알려주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꾸준히 했다.

지난해에는 노인복지기금 사업에 선정돼 건강 강좌를 네 차례 진행했다. 강좌 내용은 ▲생존체력 기르기 ▲치매 예방관리 ▲공감소통 대화법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등이었다.

“덕분에 우울감 해소돼, 모임이 오래 계속되길”
 

평화의료사협의 어르신 재활모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부일체조댄스모임 회원들.(사진제공 부일체조댄스모임)

최 대표는 체조모임이 오래 계속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했다. 최 대표가 모임을 시작한 계기는 심한 우울감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마침 동네에 체조모임이 있었다.

최 대표는 “집에만 있다가 체조모임으로 운동을 하고 활동도 하니 이제는 마음이 편해졌다”며 “병원이 가까워 이용하기 쉬운 장점도 있고, 회원들 간에 끈끈한 정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아마 웃음소리가 나는 병원은 이 병원밖에 없을 것”이라며 “건강을 챙기고 인문학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게 좋다. 정말 좋아서 다른 회원보다 일찍 와서 준비하고 음식을 많이 해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평화의료사협에서 체조모임 관련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양희 보건복지실장은 “고령화 사회이기도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40%가 어르신들을 위해 쓰인다고 하는데, 어르신들이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이런 모임이 동네마다 있어야하는 것 아니냐”라며 “정부에서 이런 모임을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4년 에에로빅대회에 출전한 부일체조댄스모임.(사진제공 부일체조댄스모임)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