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심혜진 시민기자] 얼마 전 유명한 맛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

“디엔에이(DNA)도 단백질이죠.”

우선, 이 말부터 하고 싶다. DNA는 단백질이 아니다. 절대로!

맛 칼럼니스트는 “우리 몸이 단백질로 구성돼있으니 단백질을 섭취해야한다”는 말을 하던 중 저 문장을 뱉고 말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의 말은 완전히 틀렸다.

사람 몸을 구성하는 무수히 많은 세포 가운데 대부분은 핵이 있다. 핵 안에는 인산, 당, 염기성 물질로 이뤄진 핵산(Nucleic Acid)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정 당-데옥시리보스가 들어 있는 핵산을 데옥시리보핵산(Deoxyribo Nucleic Acid)이라고 한다. 글자가 너무 긴 탓에 일일이 표기하기 어려워 각 단어의 앞 글자를 따 DNA로 부르기로 했다.

그러니까 DNA는 핵 안에 든 핵산의 한 종류다. 아미노산 여러 개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단백질과는 성분 자체가 다르다.

맛 칼럼니스트의 말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다가 아차, 싶었다. 이건 완전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거다. 나 역시 그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지금껏많이 헷갈리고 있을 게 분명하니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나는 생물 과목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이과를 택한 업보로 한층 어려운 내용을 배우게 된 이유도 있었지만, 새로 부임한 선생님 때문이기도 했다.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둔 그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치는 생물 과목에 자부심이 높았다.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생명과 몸의 비밀을 파헤쳐 인류에게 직접적 도움이 되는 학문이라며, 자신의 제자들이 생물학에 매력을 느껴 의대에도 가고 자신처럼 생물 교사가 된 이도 있다고 했다. 나 역시 과학 중에서도 생물을 특히 좋아했다. 물리처럼 복잡한 공식도 없었고, 지구과학처럼 외울 게 많지도 않았다. 적어도 그 선생님을만나기 전까지는.

첫 시간에 선생님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스스로 ‘스파르타’라 불렀다.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강력한 왕권체제에서 혹독한 군사훈련을 한 것으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스파르타, 그런데 그게 지금 인자한 표정의 생물 선생님과 무슨 상관이람?

다음 시간부터 선생님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졌다. 필기와 설명, 질문을 동시다발적으로 학생들에게 던지며, 이해에 앞서 “무조건 암기”를 외쳤다. 이전 시간에 배운 것을 속 시원히 대답하지 못할 경우 목소리가 커지고, 붉어진 얼굴을 몹시 찡그렸다. 늘 앞자리에 앉은 나는 선생님의 목에 솟은 핏줄을 봤다. 저 핏줄이 터지는 건 아닐까? 세포, 염색체, 유전자, DNA…. 교과 내용이 방대해질수록 선생님의 핏줄은 더 굵고 울퉁불퉁해졌다.

“자, 다 같이, DNA는 어디? 세포 속! 세포 속에 뭐? 핵! 핵 속의 뭐? 핵산! 핵산은 뭐? 인산, 당, 핵염기! 핵염기 네 가지는 뭐? 아데닌, 시토신, 구아닌, 티민! 이걸 못 외워? 이것도 모르면서 나한테 생물 배웠단 말하지 마!”

지식을 쪼아대듯 머리에 콕콕 박아주려는 선생님의 수업방식에 질력이 나버렸다. 수업이 하나도 재미없었다. 그래도 선생님의 온몸을 불사른 외침에 세뇌돼 도무지 외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달달 외운 덕분인지, 한 생명의 모든 유전정보가 담긴 염색체의 구성물질인 DNA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 지금도 어렴풋이생각난다. 그러는 사이, 이들을 발견한 과학자들과 그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게 된 과정, 그리고 드러나지 않은 한 과학자와 이후 추락한 노벨상 수상자의 사연 등, 흥미진진한 내용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세포, DNA 등과 관련한 내용은 아예 쳐다보기도 싫었다. 다시 관심을 갖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맛 칼럼니스트처럼 엄한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일까.(다음 회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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