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인천투데이] 지난 3월 7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회의가 무산됐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 계층을 대표해 참여하는 청년유니온,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불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야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일방적으로 합의하며 사회적 대화와 노동계 대표들을 주변화 했고, 이 과정에서 청년들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청년유니온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는 촛불로 인한 다양한 변화를 실제 청년들의 삶과 청년 노동현장의 변화로 만들기 위한 기회라고 여겨 어렵게 결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노동존중’을 강조하며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든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탄력근로제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마치 노동자가 출퇴근 시간과 휴식시간을 자유자재로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의 노동현장을 대입해보면, 노동시간 단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시간의 불규칙을 가져와 임금이 감소하거나 노동자의 건강과 일상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

이번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겠다며 달아놓은 일종의 안전장치는 있다. 노동을 한 뒤 직원에게 11시간을 연속적으로 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휴식시간 보장에는 한 가지 예외 조항이 있다. 불가피한 경우 회사가 노동자 대표와 합의하면 이 부분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 청년 노동현장에서 이러한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 계층 대표들이 본회의를 불참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천청년유니온이 2017년 12월 인천지역 청년노동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천 청년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2.7%가 초과근무를 하고 있고, 22.2%가 주 11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한다고 했다. 초과근무 이유는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할당된 업무량이 과다하고 업무특성상 야근이 당연시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노동조합에 가입해있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86.7%이고,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직장 내 노동조합이 없고, 가입하는 방법을 몰라서라고 답했다.

노동조합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청년들의 조건에서 ‘노동자 대표와 합의하면 휴식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은 사용자가 유리한 방식으로 탄력근로제를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대화기구가 단순히 노사 합의라는 허울만을 주는 것이 아닌, 청년들의 진정한 삶의 변화를 위해 기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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