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10)
중구 자유공원서로 37번길과 사회적협동조합 M커뮤니티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아침 못 먹는 아이들에게 간식 제공
 

37번길에서 진행한 골목길 놀이터 행사에서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다.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인근에 위치한 관광지 중 하나인 송월동 동화마을. 차이나타운과 동화마을 사이에는 자유공원서로 37번길이 있다. 이 길은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과 쓰레기, 차량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돼있다.

이 길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고 아이들 웃음이 넘치는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회적협동조합 M커뮤니티(대표이사 이명선)다.

중구 내동에 있는 성미가엘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오랜 시간 이명선 대표와 네트워크로 지역 문제를 고민하던 교육복지사, 간호사, 상담사 등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의미 있는 지역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그게 M커뮤니티의 모태다.

일시적 복지사업이 아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집단지성으로 힘을 발휘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먼저,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자유공원 일대에서 했다. 매일 아침 30분간 신체활동을 하게 한 뒤 식사대용 간식을 제공한다.

이 활동은 2013년 중구의 바우처(Voucher) 사업에 선정된 후 2014년 동구, 2017년 미추홀구와 서구로 확대됐다. 지금은 ‘즐거운 아침, 행복한 학교’라는 이름으로 진행한다. 아울러 남부교육지원청과 연계해 방학 중에는 아이들에게 돌봄 활동과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품앗이 마을학교와 골목길 놀이터
 

품앗이 마을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의 모습.

모임은 바우처 사업을 하기 위해 M커뮤니티를 설립하고 이명선 대표와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사는 37번길로 눈을 돌렸다. 아침뿐 아니라 저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마을학교를 열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학교 교실은 이 대표가 사는 집의 일부 공간을 내어 만들었다.

교육은 독서지도사 자격이 있는 학부모나 고등학생 등 주민들의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 그래서 학교 이름을 ‘품앗이 마을학교’로 했다. 마을 책 만들기, 독서활동, 영어 노래 부르기 등의 프로그램을 주 2회 운영한다.

품앗이 마을학교는 ‘골목길 놀이터’ 활동으로 이어졌다. 주말에 아이들이 놀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기에 마을을 놀이터로 만들어 신나게 놀아보자는 활동이다. 자원봉사를 나온 청소년들이 마을 곳곳에 서 있으면 아이들이 찾아가 전래놀이, 과학실험, 보드게임 등을 하며 논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마다 37번길 일대에서 진행한다.

37번길은 언덕길이라 동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린다. 그래서 ‘골목길 놀이터’를 운영할 때는 마을 어른들이 인형 탈을 쓰고 ‘아이들이 놀고 있어요, 천천히 가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안내한다.

이명선 대표는 “골목길 놀이터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시끄럽다고 하시는 어르신들도 있었는데, 4년 정도 꾸준히 활동하니 이제는 어르신들이 차량을 통제해주시고 고구마를 쪄서 간식으로 주시는 등, 도움을 주신다”며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이 넘치고 활기가 있다며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M커뮤니티는 올해부터 아이들과 함께 마을소식을 알리는 ‘마을신문’을 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기자단으로 참여해 만든 신문을 마을 곳곳에 전달하는 것이다. 매달 셋째 주에는 아이들이 음식을 직접 만들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찾아가 전하고 있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마을 문제 해결
 

37번길 커뮤니티공간에서 마을 주민이 정기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미용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활동도 계속 하고 있다. 첫 활동은 2016년 진행한 프리마켓이다. 여기서 생긴 수익금으로 페인트를 사서 60년이 넘은 오래된 담장을 칠했다. 십이지신(十二支神)을 그려 넣었는데, 이를 지켜본 식당 주인이 칠이 끝난 날까지 점심식사를 공짜로 제공했다.

이렇게 시작한 활동은 푸른두레생협 나누미 사업과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으로 보조금을 지원받아 인문학 수업을 진행하거나 마을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활동으로 발전했다.

품앗이 마을학교는 주민들이 언제든지 모여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됐다. 지난해에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무단주차 문제를 논의했다. 그 결과, 벽화로 그린 십이지신 캐릭터를 활용한 주차표지판을 만들어 전체 주민에게 배부했다. 올해에도 제작해 나눠줄 계획이다.

이 대표는 “마을에서 생태복지를 실천하고 확대하는 것이 M커뮤니티의 궁극적 목표”라며 “ 여기서 생태는 물리적 생태와 사회적 생태,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정리하면, 균형 있는 식사로 챙기는 건강과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환경보호 등이 물리적 생태이고,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사회적 생태다. 이 두 가지가 조화로워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고 온 마을이 함께하는 복지생태계를 이룰 수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동구의 의뢰로 만북 접경 새뜰마을에서 마을공동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37번길의 활동이 롤(역할)모델이 돼, 다른 마을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되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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