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쓰비시 줄사택’ 관련 토론회를 앞두고
[기고] ‘미쓰비시 줄사택’ 관련 토론회를 앞두고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3.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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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창 부평2동 주민자치위원
이수창 부평구 부평2동 주민자치위원.
이수창 부평구 부평2동 주민자치위원.

[인천투데이] 사라졌다. 1943~44년에 건축된 것으로 알려진 아베식당이 사라졌다. 문화재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기에. 문화ㆍ역사적 가치도 있고 상태도 좋은 건물이라면 보존하는 것이 당연할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천 부평지역는 옛 건물이 많지 않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조병창이 조성되면서 주변에 하청공장들이 들어섰다. 그에 따라 사택과 주택, 상가들이 조성됐다. 그래서 부평지역 건축물들은 오래 됐다고 해도 지은 지 80년가량 됐다. 옛 건물을 보존해야한다는 의식이 부족하던 시절, 건물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지금은 몇 안 남았다.

3월 22일 부평구청에서 미쓰비시 줄사택 관련 토론회를 연다. 역사ㆍ문화적 가치를 평가하고, 그 활용방안을 찾겠다고 한다. 옛 건물의 가치를 평가하고 활용방안을 찾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마는 이 토론회는 의아한 점이 많다.

첫 번째,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역사학자와 건축가들로만 구성됐다. 미쓰비시 줄사택의 가치와 활용방안을 찾겠다고 한다면 관련 전문가의 의견과 함께 주민 의견도 들어야한다. 이곳에 주민센터와 마을회관,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인데 주민 의견을 배제한 채 활용방안을 논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보존과 개발이라는 상반된 가치 앞에 공정한 토론이 되기 위해서는 양쪽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야한다.

두 번째, 토론회 주제를 ‘부평 근대문화유산 토론회’로 확대해야한다. 미쓰비시 줄사택에만 국한하다보니 정작 지켜야했던 아베식당이 철거될 때까지 전문가, 행정, 의회 모두 손놓고 있었다. 건축된 지 80년가량 된 부영주택(일제강점기 인천부에서 지은 주택)은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되자 오피스텔ㆍ요양원ㆍ주차장 등으로 바뀌었고 이제 한 채 남았다.

미쓰비시 줄사택 2호 두 채는 좋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지만 재개발구역에 포함돼있어 몇 년 후면 사라질지도 모른다. 미쓰비시 줄사택 중 구(舊)사택은 신(新)사택보다 먼저 지어진 주택으로 이 지역도 재개발구역에 포함돼있다. 부평역 남부에 있는 철도 관사 두 채도 아베식당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일제강점기와 애스컴시티(캠프마켓) 시절을 지낸 부평주민들에게 향수(鄕愁)를 젖게 하는 군용철도(제6종합창선)는 상태도 좋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에도 주민 불편을 이유로 폐선하려 한다. 부평고등학교 앞에 있는 국산 자동차 사택과 디젤 사택 지역은 아파트형 주택이 들어선 지 오래다.

부평에 남아있는 근대문화유산 전반의 가치와 활용방안을 토론하는 것이야말로 부평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부평구 부평2동 미쓰비시 줄사택.
부평구 부평2동 미쓰비시 줄사택.

세 번째, 토론을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줄사택에 한정하지 말고 해방 이후 애스컴시티와 관련한 역사에까지 확장해야한다. 부평2동(삼릉)과 부평3동(신촌)은 미군기지와 함께 많은 뮤지션들이 살았고 클럽이 성행했으며, 대중문화의 꽃을 피운 곳이다.

1973년 애스컴이 해체되고 대다수 미군부대가 떠나자 뮤지션들도 사라져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배호가 살며 거닐던 거리, 많은 가수와 밴드, 연주가가 살며 연주하던 곳, 지금은 흔적이 별로 남지 않은 클럽에까지 확장하면 미쓰비시 줄사택과 관련해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다양한 활용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부평역사박물관에서 ‘삼릉, 멈춰버린 시간’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시를 하며 학술토론회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정비 사업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이 시점에 이런 토론회를 개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심지어 미쓰비시 줄사택을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말을 들을 때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곳을 관광지호 하려면 부평공원에 있던 건물, 즉 미쓰비시 공장과 영화 ‘쉬리’의 북한군 촬영지 등을 남겨놓아야 했다. 다 쓰러져가는 흉물스런 건물 몇 동 남겨놓으면 관광지가 된다는 말인가. 이런 발상이 기가 막힐 뿐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정말 보존할 가치가 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자랑스러운 것이든 부끄러운 것이든 보존해야한다. 반면에 밤길을 거닐기 무섭고 주민들이 기피하는 곳이라면 주민편의를 우선해야한다. 토론자들은 토론하고 나면 그만이지만, 주민들은 계속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 전문가든, 행정이든, 의회든 주민들을 그만 괴롭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