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에 35년 된 독일기업 철수···노조 반발
[단독] 인천에 35년 된 독일기업 철수···노조 반발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9.03.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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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문 닫을 정도로 경영 악화 아니다”
회사, “문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인천 미추홀구에 1984년 문을 연 독일 기업이 올해 안에 폐업 후 철수한다.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미추홀구 학익동에 있는 헤라우스 오리엔탈 하이텍(주)은 지난 2월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헤라우스 오리엔탈 하이텍지회 지회장에게 ‘경영상 어려움으로 올해 안에 국내 사업을 영구적으로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노동자들에게 폐업을 통보한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위치한 헤라우스 오리엔탈 하이텍의 건물 모습.
노동자들에게 폐업을 통보한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위치한 헤라우스 오리엔탈 하이텍의 건물 모습.

헤라우스 오리엔탈 하이텍은 독일 기업인 헤라우스와 한국 기업인 동양화학이 합작해 1984년에 설립했다. 반도체 제작 과정에 단자나 회로의 전기적 연결을 위해 사용하는 도선(본딩 와이어)을 생산해왔다. 직원이 많을 때는 140명이었지만 현재는 54명이다.

회사는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제조업계 불황 등 거시적 변화와 함께 회사가 주력해온 금(金) 본딩 와이어 시장이 코팅 구리 와이어 등 비금속으로 전환되는 추세고 본딩 와이어가 필요 없는 반도체 칩이 도입됨에 따라 업계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문을 닫는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제품 주문 감소, 주요 고객의 투자 감소, 가격 조정과 생산성 압박 등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임금과 승진 동결, 연차 휴가 사용 촉진 등 비용감소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됐다”며 “지난해 9월 한 달간 1억2200만 원 적자에 이어 연간 적자액이 5억1100만 원에 이르고 올해에는 14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경영 개선 여지가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회사는 기업 청산 절차에 따라 올해 4분기를 기해 운영을 중단하고 직원들의 고용을 종료하겠다고 했다. 다만, 고용관계 종료에 따른 세부적 논의는 노조와 하고, 그동안 헌신적으로 일한 직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경영 악화로 인한 폐업은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2017년 매출액은 1290억 원이다. 2018년은 이보다는 줄어들지만 970억 원 정도는 될 것으로 노조는 예상하고 있다.

연 매출 1000억 원의 기업이 지난해 적자 5억 원과 올해 예상 적자 14억 원을 이유로 경영상 어려움을 들어 폐업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2011년 연 매출 3700억 원에서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독일 본사가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에 공장을 새로 세우고 한국의 영업부와 기술개발부 등을 빼냈기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고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

독일 본사는 2015년 7월 헤라우스 코리아라는 법인을 새로 설립하고 영업을 담당하게 했다. 기술개발부는 싱가포르에 세운 공장으로 옮겨갔고, 헤라우스 오리엔탈 하이텍의 생산 라인들도 다른 나라에 세운 공장으로 옮겼다.

2014년부터는 회사가 어렵다며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다. 지난해 2월 회사가 독일로 철수한다는 소문이 돌아 노조는 독일 본사에 질의해 ‘철수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노조는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많이 희생하고 희망퇴직도 했다”며 “현재의 경영 악화가 문을 닫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1년 전에는 문 닫을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해놓고 갑자기 폐업을 통보하는 게 어디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폐업을 통보받고 나니 왜 점점 규모를 축소했는지, 거래처를 중국으로 계속 넘겼는지 알 것 같다”며 “일방적 폐업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회사는 영업부와 기술개발부를 다시 배치하고 직원의 총고용 보장 등을 통해 정상화에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헤라우스 오리엔탈 하이텍 관계자는 “경영 상의 어려움으로 올해 안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전에 이를 알린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