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 남북관계 대비한다면서 부두기능 고려 안해
옹진군 '연안부두 확장' 공사 '매각' 갈등...시 협의체 구성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제1국제여객터미널 활용방안 현안으로 부각

인천항의 새 국제여객터미널 개장이 다가오면서 기존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의 부두 기능 재배치 문제가 부각했다.

인천항만공사는 남북관계에 대비한다면서도 항만정책에서는 인천시와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보다 항만공사의 수익성을 염두에 두고 제1여객터미널 부두 매각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재 제1여객터미널(연안부두 옆)과 제2여객터미널(내항 1ㆍ2부두)로 이원화돼있는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올해 12월 남항에 새 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일원화된다.

항만공사는 새 국제여객터미널 건립 공사가 공정률 80%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6월 말 준공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국제여객터미널은 연면적 6만5600㎡ 규모로 축구장 아홉 개를 합친 면적보다 넓다. 6월 준공 이후 CIQ(세관ㆍ출입국ㆍ검역) 관계기관의 시범 운영을 거쳐 12월에 개장할 예정이다.

새 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기존 제1ㆍ2여객터미널로 이원화돼있던 게 일원화되고, 기존 터미널 활용이 과제로 남는다.

제2여객터미널로 사용한 내항 1부두는 시민 개방 계획을 그대로 이행하면 되지만, 제1여객터미널 활용방안은 이해관계자들이 ‘동상이몽’을 하고 있어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인천항 새 국제여객터미널 건설공사 현장 전경.

인천항만공사 ‘매각’···인천시 ‘매각 제동’···옹진군 ‘연안부두 확장’

항만공사는 제1여객터미널 매각에 중점을 뒀다. 재산매각으로 항만공사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민간이 개발 부지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새 국제여객터미널 건설 공사를 항만공사가 맡기로 할 때 사업 타당성 확보 방안으로 제1여객터미널을 매각하겠다고 제시한 만큼,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시와 옹진군은 의견을 달리했다. 시는 섣부른 매각 대신 남북관계 대비 등 다각적 활용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며 해당 부지의 용적률(건축물 높이)을 대폭 낮췄다. 매각에 제동을 건 것이다.

옹진군은 현 연안부두가 좁다며 제1여객터미널까지 연안부두로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여객 부두를 대형 연안여객선이 접안하는 부두로 활용하고, 터미널 부지를 매입해 장기적 관점에서 청사와 보건소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옹진군 주민들 또한 연안부두로 확장하는 데 찬성한다.

아울러 항만업계도 매각 대신 부두로 활용하자는 게 중론이다. 새 국제여객터미널 건설 정책 결정 당시에는 매각을 내걸었더라도 이제는 매각 없이 건설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남북관계 개선 등 여건 변화가 있는 만큼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물론 일부 주민은 매각해 개발 부지로 활용해야한다며, 시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의견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자, 시와 항만공사는 협의체를 구성해 제1여객터미널 활용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제주카페리 투입은 매각과 모순···활용방안 새 국면 열려

그런데 최근 항만공사가 제1여객터미널을 제주카페리 부두로 활용하겠다고 해, 새 국면이 조성됐다. 항만공사의 일관성 없는 행보이긴 하지만 항만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항만공사는 제1여객터미널 자리에 세월호 참사 이후 운항이 중단된 ‘인천~제주’ 카페리를 복원하겠고 밝혔고, 최근 사업자 선정을 마쳤다.

사업자는 대저해운으로 포항에서 울릉도를 운항하는 해운회사다. 투입할 배는 세월호의 3.6배에 달하는 2만4000톤급 카페리(여객+화물) 오리엔탈펄8호로 현재 광양항에서 운항을 준비 중이다.

오리엔탈펄8호는 최대 승객 1500명과 차량 120대, 컨테이너 214TEU(1TEU = 6m짜리 컨테이너 한 개)를 싣고 22.3노트(시속 41.3㎞)로 운항할 수 있다.

항만공사, 남북관계 대비한다면서 여객선 대비는 안 해

항만공사는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 교류 활성화에 대비해 태스크 포스(T/F)를 운영하고 있고, 태스크 포스는 남포항과 해주항 항로 복원과 항로 준설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물동량과 여객 증가에 대비한 부두 대비는 뒷전이다. 오히려 제1여객터미널 매각 의사를 고수해 태스크 포스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제주카페리 복원을 계기로 제1여객터미널 매각 대신 부두 기능 재배치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천항은 5.24조치로 남북 교역이 단절될 때까지 물동량 총4억4034만 톤을 처리하며 남북 경제협력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대부분의 물자는 남포항(처리능력 1050만 톤)과 해주항(처리능력 195만 톤)을 통해 오갔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면 개성공단 외에도 북한이 경제특구로 지정한 서해안 해주강령ㆍ평양ㆍ남포ㆍ신의주공단 등에서 남북 경협을 통한 화물과 여객 물동량 창출이 기대되는 만큼 이를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화물 물동량은 기존처럼 인천 내항에서 처리하면 되지만, 여객 처리는 새로 준비해야한다. 연안부두가 좁은 데다 북한을 오가는 여객선은 국제여객터미널보다는 연안부두에서 처리해야하니 연안부두를 확장하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항만공사는 연안부두 확장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연안부두가 좁다고 해서 지난해 계획을 세워 현재 용역 중이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현 여객터미널을 확장하고 주차장 시설을 지으면 된다”며 “제1여객터미널 부두는 수심이 깊어 제주카페리 등 대형 카페리는 접안이 가능해도, 연안여객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매각도 부두 기능을 유지하고 터미널만 매각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현재 연안부두는 이미 부족한 상태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여객 증가에 따라 확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당장 매각할 게 아니라 부두 기능과 터미널 기능을 유지하며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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