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인천투데이] 마스크가 등굣길과 출근길 필수품이 돼버린지 오래다. 연일 이어지는 초미세먼지의 역습은 일상의 풍경마저도 바꿨다. 바쁜 아침에 끼니를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간단한 요깃거리를 먹으며 걸어가던 풍경은 미세먼지 경보와 함께 사라져버리곤 한다. 하얀 마스크를 낀 채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만 눈에 띌 뿐.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둘째 주 거리풍경 역시 다르지 않다. 삼삼오오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있다. 거의 일주일째 이어진 미세먼지 ‘매우 나쁨’ 단계로 인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인천시교육청이 관내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전체 학급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개학과 맞물려 시작한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인해 학생들의 새 학기 적응보다 공기 질 걱정이 더 큰 상황이니 말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중ㆍ고등학교에는 예산 부족으로 공기정화장치 보급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는데, 좀 더 서둘렀으면 한다. 건강만큼 중요한 건 없지 않은가.

나는 1년여 전에도 미세먼지와 관련한 글을 썼다. 당시 국민청원의 핫 이슈가 일선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일임에도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시행에 나섰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서 맞닿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있다.

작년 4월 25일부터 시행한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에 따라 5급에 해당되는 노후 경유차는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날에는 운행이 제한된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는 도심으로 진입하는 노후 경유차를 단속하는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됐다. 하지만 인천에는 아직 여의치 않은 것처럼 보인다.

관내 등록 차량에 대해 저감장치와 조기폐차 지원을 하고 있지만, 공항과 항만을 오가는 수많은 화물차들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것처럼 보인다. 인천시로 진입하는 도로에는 단속 장치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단속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를 만하다. 국내에서 미세먼지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이 인천이라는 점에서 인천시의 특단이 요구된다.

봄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모든 건물의 창문은 꼭꼭 닫혀 있고, 연일 ‘외출 자제’를 권하는 문자가 우리의 하루를 일깨운다. 환경오염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공기의 질 문제는 최악과 차악을 고르는 수준이다.

창문을 열면 초미세먼지가 공습하고, 창문을 닫으면 이산화탄소가 기다린다. 연일 미세먼지로 뿌연 회색 하늘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2010년대에 유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기억될 하늘의 색은 과연 무엇일까.

미세먼지는 이미 사회적 재난에 가깝다. 근본적 원인을 해결해야할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럼에도 국회는 ‘국내 발’과 ‘국외 발’로 명분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빠른 행보를 위해서라도 국회의사당의 공기청정기를 ‘빼드려야’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