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연중기획] 더불어 사는 마을 넘어 경제공동체로
[2019 연중기획] 더불어 사는 마을 넘어 경제공동체로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9.03.11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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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9)
미추홀구 주안6동 ‘풍성한 마을’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취약한 외딴섬 같던 동네

지은 지 30년 넘은 저층 빌라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원도심 마을이자, 같은 행정동의 다른 통들과 달리 홀로 인천도시철도 2호선 석바위시장역 건너편에 삼각형 모양으로 있는 주안6동 14통. 14통은 행정에서도 소외되고 무단투기 쓰레기가 마을 곳곳에 가득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쓰레기 무단 투기 자리에 마을쉼터가 들어섰고, 주민들의 웃음이 가득하고 정이 넘치는 마을로 변모했다. 특히 인천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마을축제 중 가장 큰 규모의 축제(석바위공원 가족축제)를 여는 마을이 됐다. 바로 마을공동체 활동을 펼치고 있는 ‘풍성한 마을(대표 김순국)’ 덕분이다.

동네환경 개선에서 시작한 마을공동체

2016년 ‘풍성한 마을’이 마을 주민들과 벽화 도색작업을 진행했다.(사진제공 풍성한 마을)
2016년 ‘풍성한 마을’이 마을 주민들과 벽화 도색작업을 진행했다.(사진제공 풍성한 마을)

김순국 대표가 8년 전 이 마을로 이사 온 뒤 통장을맡으면서 ‘풍성한 마을’은 시작됐다. 서울에 살았던 김 대표는 이사 온 뒤 마을에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가 최소 다섯 곳 이상 있는 것을 알았다. 한여름에는 악취는 물론 구더기가 생길 정도였다. 이사 온 지 8개월이 지나 14통 통장 모집 공고가 떴는데, 낯선 곳이라 잘 모르는 주민들을 하나둘 알아가자는 생각과 동네를 깨끗하게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지원했다.

통장이 된 김 대표는 자신이 사는 빌라 주변 쓰레기부터 치우기 시작했고, 무단투기 쓰레기를 치우고 주민들과 돈을 모아 그곳에 화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근 교회와 동 주민센터에서 도움을 받아 화단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하고 현수막을 걸었다.

여기서 끝낸 게 아니라 무단투기 장소의 벽에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렸다. 또, 의자를 설치하고 테라스 형태의 쉼터를 조성했다. 그렇게 무단투기 장소 5곳을 5단계 작업을 거쳐 주민쉼터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는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이 걸렸다.

2013년에 구성된 ‘풍성한 마을’은 2015년에 마을학교도 열었다. 참여한 주민들은 마을의 좋은 점과 개선할 점을 우선순위로 정했고, 그에 맞춰 하나씩 개선했다.

2017년에는 거의 1년간 벽화작업을 했는데, 주민뿐 아니라 벽화 작업 봉사활동단체 회원과 인천예술고등학교 학생 등 100명가량이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동네 치안을 담당하는 석암파출소가 쉼터 공간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았다. 칙칙한 우범지역의 오래된 담장을 철거하고 시골 마을 펜션에서나 볼 수 있는 담장으로 새롭게 꾸몄다.

‘풍성한 마을’은 초창기부터 시작한 동네 청소를 계속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과 한 달에 한번 ‘주민 청소의 날’을 정해 함께 청소한다. 청소년들도 함께해, 마을을 아는 계기가 된다.

‘풍성한 마을’은 동네 환경 개선에 미추홀구 다양한 지원 사업 공모를 활용했다. 주민참여예산 사업과 통두레 사업, 마을공동체 사업 공모에 참여해 도로를 포장하고 보도블록을 확장하는 등, 동네 환경을 개선했다.

동아리와 축제로 주민 간 소통 활성화

2017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쉼터에 붙일 이름표를 만들었다.(사진제공 풍성한 마을)
2017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쉼터에 붙일 이름표를 만들었다.(사진제공 풍성한 마을)

‘풍성한 마을’은 2014년부터 성인 음악 동아리, 청소년 음악 동아리, 청소년 미디어 동아리 등을 운영했다. 성인 음악동아리 회원들은 자비를 들여 전문가를 초청해 일주일에 한 번 노래 수업을 했다. 합창단의 면모를 갖춘 뒤에는 주안미디어축제와 인천인문학콘서트 등 지역 행사에 초청받아 공연하기도 했다.

‘풍성한 마을’은 동네에서 딱히 활동할 만한 게 없던 청소년들을 위해 축구ㆍ농구ㆍ음악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왔다. 미디어 동아리는 청소년 문화 매거진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미추홀구와 인천시교육청이 함께한 교육혁신지구 사업 ‘온마을학교’를 개설해 동네 초등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강좌들도 운영했다.

그런데 주민 간 소통과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동아리들이 지금은 운영을 중단했다. 청소년 동아리는 후원이 끊겨 중단했고, 성인 동아리는 ‘풍성한 마을’이 다른 활동에 더 집중하기 위해 중단했다.

다양한 축제 개최는 주안6동 14통의 자랑이다. ‘풍성한 마을’이 중심이 돼 2014년부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축제를 열고 있다. 14통 주민뿐 아니라, 14통과 인접한 동네 주민들과 함께하는 ‘한마음 마을축제’를 봄이나 가을에 열고 있다.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서로 인사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관계를 돈독하게 하자는 취지다. 장기자랑과 동아리 공연 등을 진행하는 이 축제에는 매해 200여 명이 참여한다.

행정구역상 주안6동은 아니지만 석바위공원에서 2013년부터 ‘석바위공원 가족축제’도 열고 있다. 지난해 행사가 6회였는데, 입소문이 나서 부평이나 송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오는 가족이 늘고 있다. 200명 정도로 시작한 축제가 이제 2500명이 참여하는 축제로 성장했다. “인천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축제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김순국 대표는 자랑했다. 가정의 달이지만 갈 때가 마땅하지 않은 가족들을 위해 행사를 5월로 옮겼다.

이밖에 청소년 음악경연대회와 석바위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함께하는 지하도상가 점등식도 매해 연다. 점등식은 지하도상가를 살리고 주민들이 함께 한 해 소망을 적어 기도하는 행사다.

생활협동조합으로 일자리 창출 준비

2018년 4월 열린 석바위공원 가족축제의 모습.(사진제공 풍성한 마을)
2018년 4월 열린 석바위공원 가족축제의 모습.(사진제공 풍성한 마을)

동네 환경 개선으로 시작해 다양한 주민 참여 문화활동과 축제를 만들어온 ‘풍성한 마을’은 3년 전부터 새로운 꿈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순국 대표는 “마을문화가 형성되고 주민 간 관계가 좋아지니 ‘좋은 일자리가 없을까요?’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마을공동체 활동이 주민 간 관계를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경제적 부분도 마을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예전에는 벽화 작업을 해도 쳐다보지도 않던 주민들이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벽화 작업을 하고 있어도 커피를 사주고, 빵도 사다주고 해서 하루 일하면 먹을 게 많이 남을 정도가 된다”며 “마음으로도 풍성하고 물질로도 풍성한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