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윤동주가 그립다"
"우리는 여전히 윤동주가 그립다"
  • 류병희 기자
  • 승인 2019.03.06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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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극 <동주-찰라와 억겁>, 10일까지 공연
올해 3·1운동 100주년 기념 의미 더해 관객 호평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윤동주는 1942년 ‘히라누마 도쥬’(平沼東柱)로 창씨개명을 했다. 일본 유학을 수월히 가기 위해 집안어른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에 윤동주는 시 ‘참회록’을 남겼다.

유학길에 오른지 1년 후 윤동주는 ‘독립운동’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게 체포당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 윤동주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일제의 생체실험을 당하고 짧은 생을 마감한다.

윤동주가 사망하고 반년 뒤, 일제는 패망하고 우리나라는 해방을 맞이했다.

 

공연 포스터 (자료제공 극단 서울공장)
공연 포스터 (자료제공 극단 서울공장)

‘창씨개명’...시로 반성한 청년 윤동주의 고뇌

'동주-찰나와 억겁' 공연 장면 (자료제공 극단 서울공장)
'동주-찰나와 억겁' 공연 장면 (자료제공 극단 서울공장)

낭송음악극 <동주-찰나와 억겁>이 관객들의 호평과 성원이 이어지면서 연장공연에 들어간다.

지난 1월 26일부터 8일간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진행된 공연은 오는 3월 10일까지 연장했다.

공연은 청년 윤동주가 일본 유학을 위해 ‘창씨개명’ 한 후 그에 대한 부끄러움과 고뇌를 그가 남긴 시를 낭송하며 전개되는 음악극이다.

낭송음악극은 새로운 유형의 공연으로서 특히 윤동주의 생애뿐만 아니라 이상과 현실의 괴리 등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큰 호평을 받았다.

관객들은 그가 남긴 시를 통해 접한 그리움과 아련함, 서정성, 부끄러움 등의 감정이 공연에 그대로 녹아있다는 평가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시인 윤동주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입증한 공연인 것이다.

또 이번 공연은 시낭송극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공연을 실험하면서 시낭송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연장공연은 이러한 관심의 답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시인의 저항정신과 식민지시대 스스로 돌아보며 부끄러워했던 지식인의 자화상을 되새길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이선·추헌엽 등 배우들의 열연...그리고 섬세한 윤경로 음악감독

<동주 - 찰나와 억겁>은 배우들의 열정이 러닝타임 70분을 가득 메운다.

<햄릿 아바따>에서 연기를 인정받으며 연기파 배우로서 입지를 굳힌 성우 이선 씨는 우물의 여인을 연기했다. 낭랑한 목소리의 낭송과 노래, 그리고 연기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그동안 안젤리나 졸리, 모니카 벨루치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특히 아이들의 영원한 대통령 ‘뽀로로’의 목소리 주인공이기도 하다.

'동주-찰나와 억겁' 공연 장면 (자료제공 극단 서울공장)
'동주-찰나와 억겁' 공연 장면 (자료제공 극단 서울공장)

윤동주 역을 맡은 배우 추헌엽 씨는 창씨개명으로 ‘자화상’ ‘참회록’ 등을 읊으며 부끄러워하고 고뇌하는 시인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는 영화 <프락치>와 MBC 베스트셀러극장 등에서 폭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연극 <햄릿 아바따>에 이은 이번 공연으로 더 넓은 연기 세계를 펼쳐가고 있다.

극에서 어른아이를 맡은 배우 김충근과 이미숙 씨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배우답게 순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동주와 함께 동심의 세계를 채우는 아이들 역에는 배우 구정은, 김예은, 우혜빈, 김예원 씨가 맡았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호평을 받은 건 음악이다. ‘낭송음악극’답게 극의 선율을 잘 살려준 음악은 기타리스트이자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윤경로 씨가 맡았다.

윤 감독은 지난 8년간 극단 서울공장의 연출가 임형택 씨와 음악 작업을 주로 했다. 이번 공연에서 시 노래를 통해 윤동주 시의 운율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호흡하며 섬세한 내공으로 낭송을 위한 배경음악을 직접 연주한다. 피아노는 이성영 씨가 합류했다.

 

윤동주 시인의 부끄러움과 참회 그리고 예술가의 삶 담아

'동주-찰나와 억겁' 공연 장면 (자료제공 극단 서울공장)
'동주-찰나와 억겁' 공연 장면 (자료제공 극단 서울공장)

극단 서울공장의 임형택 연출가는 “윤동주의 시를 이해하는 첫 걸음은 부끄러움에 대한 성찰이었다”며, “‘히라누마 도쥬’로 창씨개명하고 ‘찰나’의 부끄러움을 받아들였지만 지워질 수 없는 시를 통해 ‘억겁’의 참회를 한 ‘윤동주’라는 예술가의 삶이 우리에게 전이되기를 바란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극단 서울공장은 연기예술의 탐구 및 훈련을 목적으로 2000년 3월에 설립된 ‘서울연기연구실(Seoul Acting Lab)'이 모태다. 연출 임형택 씨는 연극 <두 메데아>로 카이로연극제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체언어 위주의 연기 훈련을 바탕으로 고전적인 작품을 재해석하고,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연기 훈련법을 개발하는 등 이를 바탕으로 공연 작업을 하고 있다.

 

<동주-찰나와 억겁>은 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해 청소년 단체(20명 이상) 관람은 50%를 할인한다. 특히 시낭송가와 문인들에게는 20%를 할인해 준다.

티켓은 R석 3만원, S석 2만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http://ticket.interpark.com)를 통해 할 수 있다. 예매 관련 문의는 극단 서울공장(010-4423-1811)으로 하면 된다.

'동주-찰나와 억겁' 공연 장면 (자료제공 극단 서울공장)
'동주-찰나와 억겁' 공연 장면 (자료제공 극단 서울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