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8
부평구 삼산2동 두산위브아파트 ‘가치&같이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2016년,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같이하는 사람들’ 결성
 

2018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밑반찬 나눔활동 대상자들과 함께한 소풍 사진. (사진제공·가치&같이)

부평구 삼산2동은 2000년대 초반 대규모 택지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주거 형태의 90% 이상이 아파트로 단지 7개가 모여 있다.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입주민들이 노력하는 아파트단지가 있는데, 바로 단지 가까이에 영선초등학교와 삼산중학교를 두고 있는 삼산타운2단지 두산위브아파트다. 입주를 시작한 지 14년 됐고, 1622세대가 살고 있다.

이 아파트에 마을공동체를 만들자고 모인 사람들이 있다. 모임 이름은 ‘가치&같이(대표 이은옥)’.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아파트 특성상 층간소음과 개인주의로 주민들 관계가 어색한데, 함께 소통하고 마을을 변화시켜보자는 취지로 2016년 1월에 주민들이 모여 만들었다. 회원 5명으로 시작한 ‘가치&같이’는 같은 해 부평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한 해 동안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학교가 가까워 아파트 내 학부모를 많이 만나고, 자녀를 키우면서 고민들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주민 대상 ‘부부 대화법’ 강좌를 열었다. 서울의 대표적 마을공동체 사례로 꼽히는 성미산마을공동체 탐방도 진행했다. 어린이 성교육 강좌도 열었는데 하루 만에 신청 접수를 마감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아나바타 장터와 함께 진행한 가족요리대회는 떡볶이 만들기 대회였는데, 어린이 심사단 100명이 30분 만에 모집됐고, 행사장은 장사진을 이뤘다.

2017년부터 직접 만든 밑반찬 나눔 활동
 

2018년 9월 진행한 이웃사랑 가족축제의 가족요리대회 모습.(사진제공·가치&같이)

‘가치&같이’는 2017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 만든 밑반찬을 전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따뜻한 향기 가족봉사단’을 별도로 꾸렸는데, 26가족의 부모와 자녀 52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월 2회 주말에 직접 채소를 다듬고 조리한 밑반찬을 들고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찾아간다.

단순히 밑반찬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방문해 함께 게임을 하며 어울리기도 하고, 주말에 돌봄 종사자가 오지 않은 공백을 가족봉사단이 채우고 사회복지사에게 알리는 역할도 한다. 생활형편은 어렵지만 행정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장애가 있는 40~50대 독거 남성들도 포함했다.

지난해 5월 가정의 달에는 도시락을 준비해 대상자들과 소풍을 다녀왔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 장애가 있는 주민도 있어 멀리 가지 못하고 동네에 있는 시냇물공원을 갔다. 가족봉사단이 하루 가족이 돼 같이 도시락을 먹고 레크리에이션도 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이은옥 대표는 “밑반찬 나눔 활동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져 친밀한 관계가 되다 보니 가끔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한다”며 “봉사활동의 개념을 넘어 마을에서 같이 사는 주민으로서 책임과 역할이라는 본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해 10월이면 여는 이웃사랑 가족축제

2016년부터 10월이면 이웃사랑 가족축제를 열고 있다. 층간소음 등으로 인한 이웃 간 분쟁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관계가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한 장치 중 하나로 가족축제를 기획했다.

가족축제의 특징 중 하나는 가족이 함께 요리를 만들고 뽐내는 행사다. 완성한 요리를 이웃들과 나눠 먹는다. 아나바다 장터와 다양한 체험활동 부스도 운영한다. 아나바다 장터에서 나온 판매수익금의 일부를 밑반찬 나눔활동 후원금으로 기부 받는다.

이 대표는 “광장에서 이웃과 눈을 마주치고 음식을 나눠 먹다보면 마음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며 “가족축제는 하루 종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배려와 소통이 넘치는 행복 충전소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올해 체험교실·배움교실 계획 중
 

2018년 9월 진행한 이웃사랑 가족축제의 아나바다장터 모습.(사진제공·가치&같이)

‘가치&같이’는 올해 더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그동안 진행한 요리 교실과 밑반찬 나눔 활동, 가족축제, 공동체 워크숍뿐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실과 배움교실도 구상 중이다.

체험교실은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커피 바리스타, 면 생리대, 천연화장품, 천연 비누 만들기 강좌를 연다. 배움교실은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삼산동 주민들까지 포함해 오카리나와 우클렐레 등 악기를 배우는 강좌를 열고 가족축제에서 발표하게 할 계획이다.

강좌별로 주민들과 기획팀을 꾸려 진행하고, 삼산동에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회나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단체들과 협업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교실 운영으로 만들어진 소모임이 활성화되면 마을공동체 만들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참여하고 경험한 것이 일상 생활 속에 녹아들어 마을(아파트)에 대한 애착심이 커지고,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주민끼리 소통하고 나눈 것이 긍정적 에너지가 돼 마을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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