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칼럼] 인천시 주민참여예산 500억 원의 의미
[신규철 칼럼] 인천시 주민참여예산 500억 원의 의미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2.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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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 모집에 많은 시민이 참여해 열띤 분위기라고 한다. 시는 주민참여예산학교 기본교육과정 4시간을 이수한 시민들 중에서 200명을 위원으로 위촉할 계획이다. 1월 19일~2월 20일 교육 대상자를 공모했는데, 신청한 시민이 300명을 넘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인 예산편성권 안에서 주민이 예산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해 의견 제시 등으로 지자체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구현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시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었다. 먼저 제도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1999년부터 ‘실ㆍ국별 예산정책 토론회’를 열어 예산편성에 대한 시민 의견을 단순히 수렴했다. 그러다 민선 단체장들의 전시성 사업과 치적 쌓기 사업이 많아지자, 중앙정부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을 의무화했다. 인천시도 이에 따라 2011년과 2012년 조례를 제ㆍ개정했다. 분과위원회 운영과 시장과 민간이 공동위원장이 되는 민관협의회를 핵심으로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송영길 시장에서 유정복 시장으로 바뀌자 후퇴를 거듭했다. 위원장을 부시장으로 했고, 단독 조례를 재정운영 통합 조례로 흡수하며 힘 빼기를 했다.

그러다 작년에 박남춘 시장이 취임한 후 다시 단독 조례로 개정했고, 운영을 보다 내실화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를 국내 최초로 설치했다. 또한 결정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 수를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예산 반영률 면에서도 시정부 간 차이가 크다.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본격 시행된 2014년에 69억 원이던 예산이 유정복 시장으로 바뀐 후 2015년 7억 원으로 대폭 줄더니, 2018년까지 10억 원대를 유지했다. 이를 박남춘 시장이 199억 원으로 늘렸다. 시정부는 2020년 300억, 2021년 400억, 2022년 500억 원으로 단계 별 확대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시민 제안을 보다 다양화했고, 예산사업 선정과정에서 절차적 민주성도 강화했다. 그동안 시민들은 정해진 기간에 온라인이나 우편ㆍ방문 신청 또는 실ㆍ국별 주민참여예산 정책토론회에서 의견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정책을 제안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시민 제안을 참여형과 계획형으로 나눴다.

일반 참여형(180억 원)은 광역도시문제 해결과 전체 시민 편익을 위한 사업이고, 지역참여형(50억 원)은 군ㆍ구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운영 등으로 발굴ㆍ선정한 사업 중 시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시 계획형(50억 원)은 청년ㆍ다문화ㆍ장애인ㆍ여성 등 관심 계층별, 미세먼지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의제별 사업이다. 동 계획형(20억 원)은 읍ㆍ면ㆍ동 단위 생활밀착형 사업이다. 제안 사업 선정 과정에 위원들만이 아니라 인터넷 투표, 총회 등의 제도를 도입해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했다.

유정복 전 시장 재임 기간에 지방세 수입이 평년기간보다 2조 원 늘어 재정위기 탈출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작년부터 시의 지방세 수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올 한 해에만 1000억 원 이상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민참여예산을 대폭 늘린 것은 큰 결단이다.

박남춘 시장의 시정 운영 철학이 소통과 협치라고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도 확대ㆍ시행은 이러한 시정 철학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의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시민들에게 예산편성 권한을 배분하고 주민자치를 강화하는 협치의 모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