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 지난해 8월 22일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의 합동단속을 피하다가 지하 8m로 추락해 뇌사 판정을 받고 사망한 딴저테이 씨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정문이 2월 13일 나왔다.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부상당하거나 사망해도 법무부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나 책임자 처벌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단속 과정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부당한 상황을 겪었더라도 보호소로 격리되고 추방되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말할 수도 없다. 민간이 청구한 단속 관련 정보 공개는 국가 이익을 해친다거나 직무를 곤란하게 한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이 때문에 출입국외국인청이 행한 인권침해에 대해 호소할 곳은 인권위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한동안 인권위는 출입국외국인청의 무소불위와도 같은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기에, 걱정하면서 직권조사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딴저테이 씨 사망 사건에 대해 인권위는 의욕을 가지고 의견을 청취했고, 현장을 조사했다. 특히 대책위원회가 제기한 문제 중 주거권자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점, 추락 이후 단속원들의 구조 활동이 없었던 점, 추락을 알고서도 단속을 계속한 점이 사실로 확인했다. 2개월 걸렸다는 단속 준비기간에 안전 검토는 없었다. 119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건설현장 직원들은 딴저테이 씨를 구조하기 위해 애쓴 반면, 단속원들은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법무부가 자체 조사를 했다며 발표한 거짓말들이다. 법무부는 구조 활동을 했다고 했지만, 119에 신고한 것이 유일한 행위였다. 단속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고 무분별한 단속과 욕설이 없었다고 했으나, 주거권자의 동의 없이 급습했고, 단속원의 바디 캠에 찍힌 영상에서 단속원들의 욕설과 아수라장이 된 현장의 소리들이 확인됐다.

인권위의 결정문에는 단속 이유가 없는 한국인과 외국인들을 고압적으로 제압하고, 무차별적으로 수갑을 채우고, 등록증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용버스로 끌어갔다가 풀어 준 상황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더 나아가 인권위는 예외적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하는 ‘긴급보호서’가 단속 현장에서 남용된 것을 지적했다. 또한 딴저테이 씨의 죽음에 책임 있는 실무자들을 명시해 징계를 권고했다.

아쉬운 점들도 있다. 인권위가 딴저테이 씨의 사망에 국가의 포괄적 책임은 인정했지만, 직접적 사망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추락 장면을 봤다는 목격자는 119 신고자라는 출입국관리직원(운전사)이 유일한데, 이 목격자의 진술을 충분히 확인하고 검증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또한 미등록 이주민이 단속 대상이 되는 게 전제돼있기에, 이주노동자를 위험으로 몰아넣는 단속과 추방의 근원적 문제들은 다뤄지기 어려웠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경찰청과 합동단속을 또 예고했다. 법무부가 할 일은 당장의 미등록 체류자 비율 줄이기가 아니다. 딴저테이 씨 가족에게 정식 사과하고, 폭력적 단속을 중단해야한다. 미등록 체류자를 발생하게 하는 제도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피해자 구제방안을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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