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협동에 관한 고정관념을 부순 인생교과서
우정과 협동에 관한 고정관념을 부순 인생교과서
  • 이권우 도서평론가
  • 승인 2019.02.25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서평론]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번역|김영사| 2018.7.30.

기질이 전혀 다른 사람끼리 친하게 지내면 주변에서 의아하게 생각하기 일쑤다. 두 사람 관계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 입방아를 찧기도 한다. 동업하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말리는 일이 흔하다. 친구도 잃고 돈도 잃을 거라는 말을 많이 한다. 허투루 들었다가 곤란을 겪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그럼, 학문영역에서는 어떨까?

공동연구나 논저가 쏟아져 나오는 거를 보면 다를 듯싶다. 행동경제학의 주춧돌을 세운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의 삶과 학문세계를 다룬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를 이런 관점에서 보면 흥미가 배가 된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대니얼은 홀로코스트를 겪었고, 아모스는 거드름 피우는 이스라엘 토박이였다. 대니얼은 자기가 틀렸다고 확신하는 쪽이었다면 아모스는 늘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쪽이었다. 대니얼은 격식을 차리는 쪽이었고, 아모스는 파격을 즐겼다. 예상할 수 있듯, 대니얼은 비관적이었고 아모스는 낙관적이었다. 이리도 달랐기에 히브리대학에 같이 있으면서도 교류가 없었다.

두 사람이 공동연구를 한다고 하니 주변이 놀랄만했다. 도대체 무슨 공통점이 있어 이 두 사람은 심리학을 넘어 경제학에까지 영향을 미친 놀라운 연구를 같이하게 됐을까? 둘은 사람들이 감정에 휩쓸리지 않은 ‘정상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둘 다 과학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단순하면서 막강한 진실을 찾고 싶었다.

기질은 다르나 학문적 목표는 같았던 두 사람은 견고한 성벽에 달려드는 돈키호테였다. 이른바 기대효용 이론은 철옹성이었다. 인간은 결정할 때 효용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판단을 내린다는 하나의 공리였다. 누구도 이론(異論)을 제기하지 않은 이 이론을 바탕으로 전 세계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고 시장이 저절로 작동하게 내버려’뒀다.

두 사람은 흔히 주류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것에 반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결정하거나 판단할 때 합리적이지만은 않은 사례는 숱하게 널려 있었다. 예를 들어보자.

의사가 폐암 환자에게 수술 성공률이 90퍼센트라고 말하니까 환자의 82%가 수술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표현을 달리해 수술 사망률이 10%라고 하니까 수술하기로 한 사람은 54%에 그쳤다. 이 단순한 사례를 보더라도 과연 인간의 판단이 늘 합리성에 기초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끊임없이 인간은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확률에 대응’하는 사례를 세상에 내놓았다.

두 사람의 공동연구는 심리학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끼쳤다. 미국 대학이 두 사람을 이스라엘에 있게 할 리가 없다. 유리한 조건으로 모셔가려고 경쟁했다. 여기서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간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 때에 애초의 아이디어는 누구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한 사람이 뱉어내면 다른 사람이 키워내고 두 사람이 함께 열매를 맺었다.

그런데 세상은 유독 아모스를 더 좋아했다. 둘 다 미국의 대학으로 건너갔지만 아모스가 더 유명한 대학으로 갔다. 상도 아모스에게 몰렸다. 거기다 아모스는 늘 그러했듯 거들먹거렸고, 결정적으로 겸손하지 않았다.

대니얼에게는 모든 것이 상처였다. 두 사람은 마침내 굳게 닫힌 주류 경제학의 성문을 열어젖혔건만, 두 사람의 마음의 문은 오히려 닫혔다. 아모스는 공동연구를 원했지만, 대니얼은 거부했다. 함께 해야 효과가 극대화하는 것은 둘 다 인정했다. 그러나 공을 한 사람이 독차지한다고 여기자 모든 것이 멈춰 섰다.

노벨상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연히 아모스를 중심으로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두 사람은 이제 ‘일종의 이혼’상태였다. 어느 날, 아모스가 대니얼에게 전화를 걸었다. 앞으로 살 날이 잘해야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1996년 6월 아모스는 영면했다.

2001년 대니얼은 세계적 경제학자와 노벨위원회 회원을 대상으로 강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해 대니얼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 잘 알고 있겠지만, 노벨상은 죽은 사람에게는 수여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태동에 대한 해설뿐만 아니라 우정과 협동에 관한 낭만적인 고정관념을 부순 인생교과서 역할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