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학종은 억울하고 슬프다
[시론] 학종은 억울하고 슬프다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2.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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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찬 학익고 교사

[인천투데이] 드라마 ‘SKY 캐슬’이 매우 높은 인기리에 종영됐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입시제도를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SKY 캐슬’이 다루고 있는 입시제도는 학생부종합전형, 일명 ‘학종’이다. 이 학종은 작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당시 학종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스펙을 쌓기 유리한 부자들을 위한 ‘금수저’ 전형이며, 소수 학교가 특정 대학을 독점하는 학교서열화의 원인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것은 학종에 너무도 억울한 비판이다. 과거 기사를 검색해보면 2005년에 ‘과외비 만도 한 달에 500만 원’, ‘서울대 인기 학과, 강남 8학군 출신 많다’라는 기사를 볼 수 있다.

이런 기사들은 학종 이전에도 대한민국의 입시는 고액의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소수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었음을 말해준다. 학교 서열화도 학종과 상관없다. 고교 평준화는 명목상으로만 존재할 뿐 이명박 정부 시절 실시한 고교 교육 다양화 정책으로 이미 깨졌다. 과학영재고, 과학고, 국제고, 외고, 자사고, 과학중점학교, 그리고 ‘그저 그런 일반고’로 이미 서열화된 것이다. 그러니 학종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정확히 말해 학종이 받는 모든 비판은 승자 독식사회, 경제적ㆍ사회적 불평등이 당연한 사회, 서울대를 정점으로 서열화 된 대학사회, 그리고 그 대학에 진학해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이 받아야한다. 이러한 것들이 지금까지 학종을 비롯해 예비고사, 본고사, 학력고사, 수능 등 한국의 모든 입시제도를 모순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학종은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 비판에 가려진 진실 때문에 슬프기도 하다. 학종 비판의 본질은 서울의 상위권 대학이라고 일컫는 대학에 자신의 아이를 더 많이 입학시키고 싶지만, 그 기회가 학종 때문에 줄어든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렇기에 학종의 공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정하지 못하다. 그 비판의 목적이 소수 아이들을 위해 입시제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기에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학종 논란 뒤에는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를 구성할 나머지 90%의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논란과 이슈가 되고 있는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과 개혁 모두에서 소외돼있다. 그래서 학종은 슬프다. 학교 교육은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오직 소수의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비판하면서 없어져야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 비판과 논란 속에는 배움, 성장, 미래교육 같은 것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학종을 비롯해 한국의 모든 입시제도가 갖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할지 모른다. 비정규직 노동자일지라도 결혼해서 아이 낳고, 등록금 걱정 없이 아이 대학 보내고, 은행 대출이나 부모 도움 없이 집도 사고, 노후를 걱정 없이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SKY를 향한 욕망도 끝날 수 있을지 모른다.

이제 드라마는 끝났다. 학종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그러나 그 비판이 승자독식 사회, 불평등한 사회, 서열화 된 사회로 옮겨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SKY 캐슬에 갇힐 수 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SKY를 열망하며 학종을 바꿀 것인가, SKY를 열망하는 사회를 바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