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신인도 추락, 예산 삭감으로 사업 추진 불가능
김 총장, “명예회복 다행…고통 너무 커 사직하겠다”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세계선거기관협, "서방이 여론 호도할 때 한국 선관위 표적감사"

인천지방검찰청이 2월 12일 김용희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사무총장의 배임 혐의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AWEB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리한 표적 감사와 수사 의뢰였다고 비판했다.

AWEB은 세계 105개 국 111개 선관위와 선거재판소가 가입한 선거 분야 준 국제기구로 2013년 인천시가 유치해 송도에 둥지를 틀었다. AWEB는 민주주의를 바라는 나라에 선거제도 전파, 기술과 교육 지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3월 ‘감사 결과,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이 공적 개발 원조(ODA) 사업을 진행하면서 선거장비 수출 알선, 보조금법 위반, 입찰 방해, 업무상 배임을 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어서 중앙선관위와 국회는 이 감사 결과와 검찰 수사를 빌미로 AWEB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AWEB는 ‘중앙선관위의 승인을 받아 보조금을 사용했다’며 반발했지만, 81억 원에 달하던 예산은 15억 원으로 삭감됐고, 이로 인해 비정규직 청년 16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검찰은 중앙선관위의 수사 의뢰로 1년 가까이 내사와 수사를 벌였으나 아무런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AWEB는 누명을 벗었으나, 예산 삭감에 따른 국제사업 중단으로 국제 신인도는 이미 추락했다. 무엇보다 억울한 것은 일자리에서 쫓겨난 비정규직 청년 16명이다.

AWEB는 2015년에 코이카의 ODA 사업 지원을 받아 키르기스공화국 총선에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해 키르기스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서 2016년 에콰도르, 2017년 엘살바도르 선거에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한국 업체의 정보통신기술이 알려져,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러시아, 이라크는 자체 예산으로 한국 업체와 계약해 전자투표기를 대규모로 도입하기도 했다.

한국 업체의 진출로 그동안 기득권을 누리던 서방 국가들은 위협을 느끼자 엘살바도르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한국의 진출을 저지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AWEB의 정보통신기술 사업을 방해했다. 이는 국내에 AWEB의 수출 부정 알선 의혹으로 확대됐다.

부정 알선 의혹 제기의 시작은 엘살바도르의 인터넷 1인 매체 <크로니오(Cronio)>의 보도에서 비롯했다. 이 매체는 “김용희 사무총장이 선거 정보통신기술 사업에 장비를 납품한 M사로부터 현금다발을 받았다”고 보도했고, 중앙선관위는 이 보도를 토대로 감사를 벌이고 수사를 의뢰했다.

<크로니오(Cronio)>는 엘살바도르 기자협회에 등록되지도 않았고, 주소지도 없었다. 심지어 엘살바도르 선거재판소는 ‘<크로니오(Cronio)>는 유명무실한 인터넷 매체로, 기사는 AWEB의 선거 정보통기술 사업을 반대하는 선진국 기업의 음해’라고 했다.

또, 국내 일부 언론이 ‘한국 전자투표기가 부정선거의 도구가 됐다’고 보도한 이라크 선거에 대해 이라크 정부는 “재검표 결과 전자투표기의 결과와 재검표 결과는 일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AWEB는 “서방 국가들이 기득권 방어를 위한 허위로 여론몰이에 나설 때 한국 선관위는 함께 방어하기보다는 김용희 사무총장이 특정 업체와 결탁했다거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외교 분쟁을 일으켰다며 표적감사를 실시했다”고 했다.

또한 “표적감사 후 보조금 지출을 문제 삼고, 담당자들이 조달청에 의뢰해 정상적으로 처리한 사안에 대해서도 한국의 특정 업체를 위해 입찰 방해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언론과 국회에 왜곡된 자료를 제공해 AWEB와 김용희 사무총장에게 회복할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줬다”고 성토했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 등 국제기구 16개가 입주해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 G타워 전경

김용희 사무총장, “사직하겠다···인천에 본부 유지 걱정”

김용희 사무총장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급여도 없이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국위 선양을 위해 봉사한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에 심적 고통이 너무 크다. 그동안 너무 시달려 이 일을 계속할 힘이 없다”며 “2월 21일 불가리아에서 열리는 집행이사회 때 이사국과 회원국에 사무총장직 사직 의사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긴 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신인도 하락과 AWEB 내 이미지 실추로 한국이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AWEB의 2019년 예산이 전년 80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삭감됐다. 아무 죄 없는 직원들이 직장을 잃었고, 진행하거나 계획한 국제사업 중단으로 신인도가 추락했다”며 “인도 등 몇 나라는 AWEB 사무처를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에 본부를 두고 전과 같이 민주주의 확산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한편, AWEB는 이번 일을 계기로 중앙선관위가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AWEB와 공동으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신인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다. 공동의 노력은 국제사업 추진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확보로 풀이된다. <인천투데이>는 중앙선관위에 반론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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