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 근거 배임 의혹 무혐의, 애꿎은 청년들만 피해
중앙선관위 ‘표적 감사와 예산 협박’ 비판 면하기 어려워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세계선거기관협의회 등 국제기구가 입주해있는 송도 G타워 전경.

김용희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이하 협의회) 사무총장에게 씌워진 배임 의혹이 무혐의로 드러났다. 김 사무총장의 배임 혐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가 협의회 예산을 삭감한 주된 근거였는데, 애꿎은 청년 비정규직만 일자리를 잃은 꼴이 돼버렸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81억 원 규모이던 협의회 예산을 54억 원으로 삭감했다. 이어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를 21억 원으로 줄였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위원회는 다시 15억 원으로 삭감했다. 국회 행안위가 21억 원으로 삭감했을 때 정규직(8명)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가 약 9억 원이었고, 나머지가 사업비였다. 이로 인해 청년 비정규직 16명이 일자리를 잃고, 협의회는 사무처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는데, 이를 다시 15억 원으로 삭감하면서 협의회는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그런데 예산 삭감의 근거인 김 사무총장의 배임 의혹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설 자리를 잃었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중앙선관위는 무리하게 표적 감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중앙선관위와 국회의 예산 삭감은 협의회 사무처가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하고, 김 사무총장이 개표기 수출 부정 알선에 연루됐다는 중앙선관위의 감사 결과에서 비롯했다.

중앙선관위는 엘살바도르 언론이 제기한 ‘부정 알선 의혹’을 토대로 지난해 1월 협의회 B 사무처를 감사했다. 이어서 3월에 ‘김용희 사무총장이 콩고민주공화국과 이라크 등에 선거 개표기 수출을 부정 알선하고, 보조금(예산)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협의회는 당시 감사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1석) 자리싸움에서 비롯한 표적 감사라고 반발했다. ‘선거 장비 수출은 협의회와 무관한 일이고, 보조금 사용의 경우 선관위의 승인을 받아 집행한 일’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협의회는 당시 중앙선관위의 감사와 예산 삭감이 중앙선관위 상임위원(1명) 인선을 앞두고 자리싸움에서 비롯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출신의 김용희 협의회 사무총장이 상임위원 후보 물망에 오르자 중앙선관위가 협의회를 옥죈다고 주장했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측이 공개한 중앙선관위의 예산 삭감 위협 문자.

실제로 중앙선관위의 감사와 검찰 수사 의뢰에 이어 중앙선관위 6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한 직장협의회 격인 행복일터가꾸기위원회가 김용희 사무총장 사퇴를 압박했고, 사퇴하지 않을 경우 2019년 예산을 받지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협의회 사무처 직원협의회가 반발하자,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남은 21억 원조차 전액 삭감하겠다’고 했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다만, 협의회 사무처 직원협의회의 무리한 요구가 국회에서 예산 삭감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협의회 사무처에 파견한 중앙선관위 공무원에게 “예산은 전액 삭감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중앙선관위의 해명은 궁색해지고 말았다.

협의회 관계자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라며 “협의회도 억울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하루아침에 억울하게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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