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인정해 반려는 안 하지만, 혁신안 확약이 먼저”

인천문화재단은 1월 22일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에서 ‘재단 대표이사 후보자 직무계획 발표회’를 개최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최병국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 결재를 보류했다. 대신 문화관광체육국장에게 문화재단을 새롭게 변화시킬 방안을 만들어 신임 대표이사의 확약을 받아오라고 했다.

박 시장이 문화재단 혁신안을 주문한 것은 최 대표이사 임용 반려를 요구할 정도로 지역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절차를 거쳐 올라온 인사를 반려할 수는 없는 만큼, 시가 문화재단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박 시장이 “(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출에 시장이 개입하지 않아야한다는 뜻을 존중했지만, 이제는 (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문화재단의 새로운 변화를 책임지고자 한다”고 한 데서도 드러난다.

인천지역 문화단체들은 1월 28일 ‘문화기관 운영 문제로 시민의 공분을 산 전력이 있는 후보자 선정 반려’를 요청했고, 문화재단노동조합은 ‘직무계획 발표 내용이 지역 예술계의 신뢰 회복과 문화재단 내부 혁신을 책임져야하는 대표이사의 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걱정을 표했다.

박 시장은 “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을 앞두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조언들이 많았다”고 하면서도, 대표이사 선출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문화계의 자율성을 존중하기로 한 당초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절차적 정당성에 따른 결정에 대해 단지 내 뜻과 다른 분들이 추천됐다고 반려한다면 그것도 결국 대표인사 선임에 개입하는 것이 될 것이다”라며 “그래서 반려하지 않되, 신임 대표이사에게 문화재단의 변화를 함께 만들 것을 제도적으로 확약 받고자한다”고 했다.

이어서 “창의성과 다양성 보장, 문화행정의 관료화 경계, 지나치게 비대해진 조직의 슬림화, 무엇보다 정치권력에 좌지우지 않는 인사 독립성 확보 등, 시민들이 문화재단을 바라보는 기대는 매우 크다”며 “그렇기에 문화재단이 변해야한다. 그래야 문화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문화재단의 변화를 준비하고 이행할 기구로 가칭 ‘문화재단 혁신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시와 문화재단은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혁신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혁신위원회는 대표이사 등 문화재단 임원 선출 과정 개선 방안,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과 자율성 보장 방안, 인사 혁신과 조직 개편안, 문화사업의 새로운 방향과 전망 등을 집중 논의해 혁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혁신위원회와 논의해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며 “혁신 방안을 함께 수립하고 추진할 의지가 있고, 시 문화예술 담당부서와 협의해나가겠다는 확약이 있은 후 신임 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원회가 수립할 혁신안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인사 혁신과 조직 개편안이다.

문화재단에 입사한 지 오래된 직원들은 이직률이 거의 없는데, 오래되지 않은 직원들은 조직 내 전망이 어두워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아울러 정무직으로 문화재단에 들어온 이들이 ‘일파’를 형성하고 고위직을 꿰차면서 조직 내 위화감도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문화재단 혁신은 곧 인사 혁신일 수밖에 없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중론이다. 시 또한 이를 알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장님이 강조한 자율성과 독립성, 운영 개선, 새로운 방향 등 혁신안을 수립할 계획이다”라며 “혁신안에 당연히 인사 혁신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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