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수준, 그리고 이길여 이사장의 ‘갑질’로 인해 가천대길병원 설립 60년 만에 최초로 지난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가 파업을 했다. 길병원 노동자들은 다른 병원과 비교해 낮은 임금수준과 부족한 간호인력 등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함께, 인천의 대표적 병원인 길병원의 의료수준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이 파업은 1월 1일 노사의 극적 타결로 끝났다. 병원 측은 노조가 요구한 적정 간호인력 확보와 조합 활동 보장 등 여섯 가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노사가 합의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병원 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조합원들이 다시 고통받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병원 측 지시를 받은 수간호사가 조합원들에게 기존 기업노조로 가입을 종용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파업 이후 일부 병동 폐쇄로 간호사들을 업무에 복귀시키기 않고 상시 대기상태로 두거나 새로운 업무에 일방적으로 배치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속출했다고 한다. 노동현장의 투쟁은 지난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투쟁 과정도 중요하지만 노사 합의로 투쟁이 끝난 이후도 상당히 중요하다.

투쟁이 한창일 때는 대중의 이목이 집중됐다가 노사가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대중의 관심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사측이 바로 이때를 노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을 때, 교묘하고 치사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분란을 조장한다.

이를 노조가 폭로하고 몇몇 언론이 보도하더라도 사람들에게는 ‘노사 합의’가 이미 뇌리에 박힌 상태이기에, 대중의 관심은 다시 집중되기 어렵다. 공영방송과 유성기업, 그리고 최근 굴뚝에서 내려온 파인텍 등, 파업을 경험한 대부분의 사업장은 투쟁 이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렸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서기 위해서는 결국 노동자들이 단결해야한다. 파업 후에도 바뀐 것이 없다는 무기력감에 빠지기 전에 사소한 부당노동행위일지라도 함께 맞서 싸워야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노동자들만 희생해야하는 건가. 우리는 국민들의 촛불로 만든 정권에서 살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정부 탄생도 촛불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촛불을 든 다수 국민들의 뜻이 반영됐기에 민주당이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압승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박남춘 시정부는 그 촛불의 요구에 응답해야한다. 인천의 대표적 병원으로 자리매김한 길병원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높은 의료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주체가 되는 노동자들이 안정된 노동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야한다. 박남춘 시정부가 이전 시정부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길병원 문제 해결로 보여주길 바란다.

인천시민들에게 안전하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도 길병원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책임 있는 행보를 보이길 바란다. 2019년 우리는, 촛불 정권과 시정부에서 살고 있다. 노동자와 시민들이 그것을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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