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 폭행과 상납 의혹을 받은 전 인천시체육회 부장이 논란 끝에 시체육회 사무처장 자리에 앉았다. 시장이 시체육회 회장인 데다 체육회 상임부회장 제도가 폐지되면서 사무처장이 시체육회 실세로 통한다.

이사회는 1월 23일 사무처장 임명 동의안을 가결했다. 재적 이사 37명 중 21명이 참석했는데, 이사들은 안건 토론 없이 바로 표결했고, 21명 전원이 찬성했단다. 사무처장 내정자의 자격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박남춘 시장이 임명을 밀어붙인 표면상 이유는 폭행과 상납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다.

부장 시절 체육지도사 자리 이동 대가로 고급 양주를 받고, 부하 직원에게 ‘머리 박아’를 시키는 등의 폭력을 행사한 의혹을 조사한 경찰은 지난해 배임수재와 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폭행 피해자 일부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일부 폭행 사건은 피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고급 양주 상납건도 받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 조사 이후 피해자들을 회유하고 다녔다’는 시체육회 직원의 진술이 언론에 보도된 상황에서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임명을 강행한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게다가 시체육회가 관리하는 체육시설 계약직 노동자들이 ‘폭행 의혹을 경찰에 제보한 시체육회 직원과 가까운 사이고, 경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가 사실관계를 진술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고 주장한 상황이었다.

일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해자를 사무처장 자리에 앉히는 게 과연 시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가. 아니, 시민 눈높이를 떠나 가해자가 최고 실세가 돼 돌아온 것을 보는 피해자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해고의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한 이들의 심정은 또 어떠할까. 이를 지켜본 시체육회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시의회가 체육계의 성폭력이나 인권침해 민원을 접수해 적극 조사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시체육회 사무처장 임명이 찬물을 끼얹은 건 아닌가. 여러모로 궁금하다.

궁금증 또 하나. 신임 사무처장은 박 시장한테서 임명장을 받은 뒤 ‘믿고 기다려준 시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인천 체육을 위해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단다. 박 시장이 검찰 처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준 것으로 풀이되는데, 뭘 믿었다는 것일까. 무혐의 처분이 나올 거라고 믿은 걸까? 신임 사무처장의 도덕성은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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