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연중기획] 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4
남동구 복합문화서점 ‘마샘’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은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서점과 카페에다 세미나실과 공연·전시 공간까지
 

복합문화서점 마샘.

그냥 서점이라고 부르기엔 모자라다. 책뿐만 아니라 공연시설과 전시 공간, 세미나실, 카페까지 구비돼있는 이 공간을 뭐라고 불러야할까 고민하는데 벽에 떡하니 걸려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복합문화서점 마샘. 말 그대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책들이 진열돼있는 모습은 여느 서점과 다를 바 없지만, 한 쪽 카페에서 음료 등을 팔고 있고, 다른 한 쪽에 피아노와 앰프시설을 갖춘 무대가 있고, 그 앞으로 테이블이 펼쳐져있다. 그 옆으로 눈길을 옮겨보면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만든 전시작품들과 놀이공간이 있고, 그 옆으로는 모임이 한창인 세미나실이 있다.

공간 입구에는 ‘민주시민대학’ 교육프로그램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 읽어주기 프로그램 안내 입간판이 보이고, 전시 내용을 살펴보니 유튜브와 캘리그라피 교육도 한단다. 이만하면 어지간한 문화 활동은 이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평일 낮,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는 부모들로 시끌벅적하다.

마샘은 ‘마중물 문화광장 샘’의 줄인 말인데,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마법의 샘, 마중물의 샘의 의미도 갖고 있다. 2009년에 시민들이 모여 창립한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을 위한 사단법인 마중물(이하 마중물)’이 주축이 돼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차이가 편안하게 드러나는 풍성한 공론장’을 목표로 한 마중물 세미나 정신에 동의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든 것인데, 일반적 협동조합과는 다르게 문화소비자협동조합이자 문화생산자협동조합을 목표로 한다.

2017년 9월 9일, 수인선 소래포구역 앞(인천시 남동구 소래역남로 16번길 75)에 둥지를 튼 마샘은 주민들과 지역 문화계에 쉴 곳이자 배우는 곳, 토론하고 즐기는 곳으로 인식돼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원동력은 자발적 시민참여
 

주말마다 열리는 ‘소래길 공방마켓’ 모습.(사진제공ㆍ마샘)

마샘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시와 음악이 흐르는 마샘 시음회 ▲문화공연 제르미날 ▲목요광장-책ㆍ영화ㆍ이슈 읽기 ▲인문사회과학 강좌 깊은 샘 ▲문화교양강좌 심미안 ▲지역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갤러리 미래 ▲추천도서 정기구독 사업 ‘북레터 상상상’ ▲동화책 읽어주기 톡톡 ▲경력단절여성 등이 참여하는 프리마켓 ▲마중물 민주시민대학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다. 마샘 운영진이 기획해 시작한 사업도 있지만, 지역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한다. 아이와 함께 마샘을 찾은 부모들이 모여 자기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토요일에 진행하는 ‘동화책 읽어주기 톡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 모임이 발전해 함께 공부하고 인형극을 만든다.

캘리그라피 수업을 듣는 여성들이 스스로 전시회를 열고 여기서 나온 판매수익금으로 소외계층 아동들을 후원하고, 재능기부로 다른 행사와 연계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역할놀이연극을 통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본 한 시민이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로 코딩 교육을 했고, 한 화가는 아이들과 카드와 책갈피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한다. 주말마다 열리는 프리마켓에서는 지역 생활문화예술인, 공방 작가, 경력단절여성들이 만든 사회적경제 상품이 판매된다.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마샘 갤러리 ‘미래’에서 판매되는 작품의 수익금은 지역 소외계층에 전달되고, 이 작가들이 진행하는 교양강좌 수강생들은 따로 동아리를 만들어 각종 행사에 재능을 기부하거나 사회 기여활동을 논의한다.

이처럼 마샘은 하나의 움직임이 여러 갈래로 번지는, 마중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문제를 공부하고 토론하며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주민들의 자발적 모임과 실천이 마샘이라는 공간에서 계속 확산되는 것이다.

마샘은 지역 문화네트워크와 커뮤니티의 센터로 자리 잡았다. 인천시가 지난해 ‘1000개의 문화 오아시스’사업으로 선정한 오아시스 공간 57곳 중 거점형 오아시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민대학과 전국 네트워크를 꿈꾸다
 

이재필 마샘 대표

이재필 마샘 대표는 “누구나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은데, 마샘에서 즐기고 배우며 직접 해보려는 욕구를 실현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겠다’며 연결되고 확장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책은 나눔과 소통의 속성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나눔과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공공성을 지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마샘을 계획했다”며 “정부가 강조하는 생활사회간접자본의 역할을 마샘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사회간접자본은 생활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말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올리겠다는 목표로 올해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50% 늘린 8조7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생활사회간접자본이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마샘이 협동조합으로서 개인의 뜻과 의지를 모아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런 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마샘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크고 작은 문화시설들이 재정 문제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획을 공공이 먼저 시행해 마을의 작은 쉼터 역할을 하는 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공공도서관과 서점을 연계해 시행하고 있는 ‘희망도서 바로대출서비스’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가까운 지역 서점에 반납하는 사업 등이 그 예다.

이 대표는 마샘의 방향이 ‘시민대학’으로 가길 바란다며 “사실 마샘에서 하고 있는 토론이나 프로그램이 시민대학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샘이 마중물의 가치와 철학이 전달되는 사업을 하길 원한다”며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을 원하는 곳이 있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문화사업 인프라 등을 활용해 전국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문의ㆍ032-423-0990) 

2018년 4월에 4.16합창단 공연을 유치했다.(사진제공ㆍ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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