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자산매각’ 승인해 놓고 경제구역 지정 '엇박자'
관리공단, ‘매각 승인 보류’ 요청했지만 2차도 승인

인천시에서 위탁 받아 인천서부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인천서부산업단지관리공단 본부 건물.

시, 서부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지정 계획 발표

인천시가 서부지방일반산업단지(이하 서부산단)를 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편입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쪽에선 서부산단 재산 매각을 승인하고, 다른 한쪽에선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해 ‘엇박자 행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시는 서부산단 내 오염물질 배출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키고 첨단산업을 유치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앞선 21일에 열린 ‘제1회 환경시민위원회’에서도 서구 환경현안 대안으로 이같이 발표했다.

시는 아울러 서부산단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기본 구상과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1995년에 조성한 서부산단의 면적은 약 59만 4000㎡(18만여 평)다. 현재 기계장비와 주물 공장 등 업체 298개가 입주했고, 이 가운데 93개가 악취 배출시설 신고 사업장이다. 시는 악취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물공장이 모두 충남 예산 신소재산단으로 이전하면 서부산단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산단 기능을 유지하면서 산업구조 고도화로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의 첨단 산단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사업비 7억 원을 편성해 내년 2월까지 기본 구상과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세부 개발계획을 수립해 산업통상자원부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의 이 같은 구상은 ‘엇박자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서부산단은 현재 재산 매각 문제로 입주업체끼리 소송이 진행 중이며, 서부산단 관리주체인 서부관리공단의 재산 매각이 완료되면 공단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부관리공단 매각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소송’

서부산단 조성 당시 150여 명한테 3.3㎡당 49만원에 분양했다. 이 150여 명이 서부관리공단의 정회원이 됐다. 서부관리공단 설립에 필요한 출자금은 3.3㎡당 1만 5000원으로 분양가에 포함됐다.

이 출자금은 공단의 수익자산이 됐다. 그런데 서부관리공단은 이 재산을 매각해 입주업체 298개 중 정회원 업체 95개에 1억 원씩을 환경개선자금 명목으로 나눠줄 계획이다. 목표한 매각대금은 200억 원인데, 지난해 1차 매각으로 48억 원을 확보했다.

서부관리공단은 매각대금 200억 원 중 제세공과금을 빼면 실제 매각수익은 120억 원으로 추산했고, 이중 95억 원을 정회원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공단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서부관리공단은 이 같은 계획 아래 지난해 1차로 두 필지(500평, 650평)를 매각했고, 2차 매각을 위해 시에 매각 승인을 요청했다. 시는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서부산단 입주업체 중 일부 정회원과 준회원은 매각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업체끼리 소송이 진행 중이니 매각 승인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시는 이를 묵살했다.

서부관리공단의 회원은 2002년 정관 개정으로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나뉜다. 정회원은 주로 1995년 분양 시 3.3㎡당 49만원에 매입한 회원으로, 법인(서부관리공단) 설립에 필요한 출자금은 3.3㎡당 1만 5000원으로 분양가에 포함됐다.

서부관리공단은 이 돈으로 법인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재산을 마련했다. 이 재산을 매각해 정회원들에게 나눠주려고 하자, 일부 정회원과 준회원들은 공단 관리와 운영에 필요한 재산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반대했고, 준회원들은 정회원에게만 매각수익금을 지급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서부관리공단은 2002년까지는 기존 공장을 매입한 기업인(준회원)한테도 정회원 자격을 줬다. 이에 따라 현재 공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기업인도 공단 설립 이후 입주했지만 정회원이 됐다.

그런데 공단은 2002년 법인 정관 개정 이후 기존 공장을 매입한 업체가 정회원이 되려면 그동안 땅값 상승에 비례한 출자금을 내야한다고 했다. 정회원이 되려면 그동안 땅값이 10배가량 상승한 만큼 출자금으로 3.3㎡당 약 15만원을 내라는 것이다. 1000평을 가지고 있으면 1억5000만 원을 내라는 얘기다.

준회원들은 2002년 정관 개정이 위법하다며 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시가 서부관리공단에 서부산단 관리와 운영을 위탁한 만큼 시에 지도ㆍ감독 책임이 있지만, 시는 민사 사항이라고 했다.

그 뒤 매각을 반대하는 업체가 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매각 승인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시는 매각을 승인했다. 2차 매각 승인으로 1필지가 매각됐고, 다른 1필지는 유찰됐다.

한쪽에서 매각 승인, 한쪽에선 경제자유구역 지정 ‘빈축’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집적법)’ 제10조에 ‘공장 승인을 받은 자의 그 공장에 관한 권리ㆍ의무를 승계한다’고 명시돼있는 만큼, 준회원들은 서부관리공단의 정관 개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토대로 준회원들은 지난해 인천지방법원에 ‘서부관리공단 재산 매각 취소’ 소송과 ‘재산 매각대금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매각 승인 보류를 요청했지만, 시는 매각을 승인했다. 한쪽에서 매각을 승인하고, 한쪽에선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엇박자 행정’을 보이고 있다.

시는 ‘공단의 정관 개정이 산업집적법 10조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며 유권해석을 미뤘다. 아울러 서부관리공단 지도ㆍ감독 업무에 대해서도 산업통상자원부 권한이라고 책임을 넘겼다.

소송을 제기한 업체 관계자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며 유권해석을 미뤄놓고 매각을 승인하는 것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아울러 산단 관리는 지자체의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이래 놓고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한다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쓴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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