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극작가

고동희 극작가

2019년이다. 비록 맹렬한 추위에 갇히고 숨이 막히는 미세먼지 속이지만 새로이 맞이한 해다. 개개인이 갖는 새해의 다짐도 특별하겠으나, 대한민국의 2019년은 각별한 의미가 담긴 해다.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나라를 되찾고자 일어선 3ㆍ1만세운동이 100주년을 맞는 해이고, 대한민국 정통성의 뿌리인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지자체별로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의 국가(國歌)인 ‘애국가’를 놓고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애국가의 작곡자인 안익태의 행적이 친일뿐만 아니라 친나치였다는 사실이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연구로 새롭게 드러났다. 안익태의 친일 행적은 익히 알려진 바 있는데, 이 교수가 찾아낸 친나치 행적은 지금의 애국가가 대한민국의 국가로 온당한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애국가는 박정희 정권부터 이어진 군부독재시절까지 ‘국기 하강식’에서 가장 엄숙하고 장엄하게 울리면서 모든 국민에게 부동자세로 국가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게 강요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또한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애국가가 울리는 가운데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선수의 얼굴과 태극기가 겹치는 장면은 매우 익숙하다. 지금도 공식 행사의 시작은 국민의례이고, 여기에도 애국가는 빠지지 않는다.

친일을 넘어 친나치 활동을 해온 안익태가 만든 곡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묻어둔 채로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가로 애국가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을 두고 일본은 여전히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는 마당에 친일과 친나치 전력이 드러난 자의 곡이라니, 100년 전 독립을 위해 항거한 3ㆍ1운동의 정신과 임시정부를 꾸려 대한민국의 뿌리를 만들어낸 선대들의 희생에 견주어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광복 이후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해 만든 반민특위가 제 구실은 고사하고 오히려 친일파가 다시 득세하는 계기가 됐던 탓에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한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는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겸허한 자세를 요구한 것을 놓고 불필요하게 일본을 자극했다고 한 사람은 일본의 극우정치인이 아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다. 굳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절망이다.

꼭 100년 전에 거행된 3ㆍ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을 다시 되짚어보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질 기념행사로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선열들의 뜻을 올곧게 받들어야한다. 그 하나가 대한민국의 국가를 새롭게 제정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100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친일과 친나치 활동가였던 안익태의 애국가를 듣고 불러야하는 부조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 전혀 애국적이지 못한 애국가를 언제까지 국가로 대접할 것인가.

새로운 국가 제정은 시간문제도 아니고, 비용은 더더욱 문제가 아니다. 부끄러운 역사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열어갈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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