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교수

류수연 인하대 교수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사. 그것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연수에 대한 비난이다. 비단 국회나 지방의회 의원들뿐인가? 각종 공직자들의 해외연수와 관련한 기사에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가 ‘부적절한’이라는 점에서, 이미 ‘해외에 가서 학문이나 기술 따위를 연구하고 배운다’는 본래 취지는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인 듯싶다.

사실 ‘잊을 만하면 등장’이라는 말 역시 어폐가 있다. 2017년 여름을 뒤흔든 ‘레밍 파문’을 기억하는가? 사상 최악의 수해로 인해 고통 받는 도민의 민생을 뒤로 하고 유럽 연수를 떠난 충북도의원이,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레밍(설치류)’ 같다는 답을 해 국민적 분노를 이끈 사건이다. 비단 이 사건뿐이랴. 레밍 파문 전후로 가뭄과 폭우, 화재 등의 각종 재난에도 불구하고 민생을 뒤로 하고 꿋꿋하게(?) 해외연수를 감행한 의원들은 부지기수였다. 그때마다 비난은 들끓었지만, 그만큼 금세 잊혀졌다. 불과 얼마 전에는 경북 예천군의원들이 캐나다 연수에서 접대부를 요구하고 가이드를 폭행하는 희대의 추태를 벌이기도 했다.

인천 역시 이러한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 10일, 해외연수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센 상황에서도 뉴질랜드와 호주 연수를 강행하며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받은 계양구의원들이 출국 이틀 만에 귀국했다. 여러 기사에서 언급된 대로 불과 이틀이면 접을 수 있는 연수였다는 점에서, 애초에 무의미한 연수였음은 이미 증명됐다고 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구의회는 공무국외여행과 관련한 해외출장비를 100% 인상하는 기염(?)을 토하며 시민단체의 반발과 분노를 야기했다. 의회의 예산 자율권은 의원들의 특권을 위한 예산 편성에만 유독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경우, 비난여론에 상대적으로 더 무신경한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원과 달리 여론의 관심이 의원 개인에게까지 세밀하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에 대한 기사가 날로 잦아진다는 것은 자정의 범위를 이미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의원들의 해외연수를 두고 해외도시의 선진적 사례를 배운다는 본래의 취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외연수 보고서마저 요식행위에 불과해진 지 오래라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쯤 되면 해외연수 자체를 없애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대책 마련은 불가능한 것인가? 상식적으로 검토해보아도 해결책은 비교적 명확하다. 무엇보다 연수가 아닌 출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출장이란 업무의 일환이다. 기업의 임직원이 출장할 때에는 짧은 기간 안에 해야 할 업무들이 빼곡한 스케줄로 채워져 있다. 출장 기간이 넉넉하게 주어지지 않는 관계로 주말이나 휴식시간까지 반납하고 업무를 이어가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든 출장에는 반드시 사전 품의서와 사후 보고서가 따른다. 예산이 철저하게 계획되고, 적절하게 예산을 사용했는지, 피치 못하게 추가된 내용은 무엇인지 보고해야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기업도 이런 사정인데 혈세로 나가는 의원들이라면 더 철저하게 업무가 관리돼야하지 않겠는가?

민선 의원들이 사용하는 모든 일정과 경비에 대한 철저한 사전ㆍ사후 보고체계가 정립돼야한다. 더 나아가 해외연수의 내용과 지역 현안의 관련성이 철저하게 검증돼야한다. 지역의 경제ㆍ사회ㆍ문화적 조건과 연관성 없는 해외연수라면 그 내용이 무엇이라 해도 결국 혈세 낭비에 불과하다. 혈세는 의원 개인의 만족이나 필요가 아닌 해당 지역 민생 해결과 그에 따른 필요에 투자돼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 시민 상식에 따른 시스템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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