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연중기획] 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3
계양구 효성1동 ‘남성빌라 하늘마을공동체’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은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을 노인의 삼고초려와 통장 수락

시내버스 2번 종점을 지나 천마산과 맞닿은 곳에 있는 남성빌라는 1991년 지어져 30년 가까이 됐다. 계양구 효성1동에 속한 이 빌라에는 156세대가 살고 있는데, 주민 대다수는 60대 이상 노인이다.

오래된 건물인 데다 길이 끝나는 곳에 있다 보니, 주변에 쓰레기가 대량으로 방치돼있는 등, 주거환경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재작년 1월, 이 빌라에서 8년 정도 산 김석곤(49) 씨가 통장을 맡으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목회 일을 하던 김 씨가 통장을 맡은 건 마을 노인의 삼고초려(三顧草廬) 덕분이다. 노인이 통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는데, 김 씨는 계속 거절했다. 그러자 노인이 “젊은 사람이 좀 맡아줘야지” 하며 화를 내는 바람에, 김 씨는 결국 수락했다.

쓰레기 치우고 향후 관리문제도 해결
 

2017년 마을 담장에 벽화를 그린 후 봉사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제공·하늘마을공동체)

통장을 맡은 김 씨는 먼저 빌라 주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김 씨는 먼저 마음 맞는 주민들과 주민자치회를 만들고, 효성1동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며칠 동안 함께 쓰레기를 치웠다. 치운 쓰레기량이 1톤 트럭 두 대가 넘었다.

이제 향후 관리가 문제였다. 한참을 고민한 김 씨는 빌라 세대별로 월 5000원을 관리비로 걷고, 빌라를 정기적으로 청소할 사람을 구했다. 그 청소원은 빌라 주민 중 한 명이 됐다. 청소원은 재활용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분리를 철저히 했고, 그 덕분에 빌라와 주변은 점점 깨끗해졌다.

김 씨는 계양구 평생학습관에서 개설한 집수리교실을 수강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마을 담장에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집수리교실 수강생들과 함께 혼자 사는 노인들 집에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까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집수리교실을 진행한 송의섭 사회안전문화재단 대표가 마을 담장 벽화 작업을 제안했다. 벽화 그리기에는 수강생들뿐 아니라 효성1동 통장들과 효성지구대 직원들이 함께 했다.

비영리법인과 마을공동체를 만들다

지난해 3월,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남성빌라’라는 명칭의 비영리법인을 만든 것. 김 씨는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는 주민들과 회장·총무·회계·감사 등 비영리법인 임원을 구성했다.

그리고 다른 지역 공동주택 규약을 참고해 비영리법인의 규약을 만들었다. ‘남성빌라 하늘마을공동체’라는 마을공동체 이름도 정했다. 힘든 삶 속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하늘이라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이다.

비영리법인과 마을공동체를 만든 것은 쓰레기 문제 해결에서 더 나아가 혼자 어렵게 사는 노인들을 돕는 일을 해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비영리법인과 마을공동체를 만든 지 얼마 안 된 5월, 마을에 일이 터졌다. 빌라 진입로 토지를 경매에서 구입한 사람이 빌라 주민들에게 사용료를 내라고 통보했다. 주민들이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하자, 토지 소유주는 승용차로 진입로를 막았다. 주민들이 차를 타고 빌라로 들어가지 못하기도 했고, 택배와 정화조 차량이 빌라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임원들은 구청과 법원,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느라 지난해에는 꿈꿨던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땅 주인이 승용차로 진입로를 막고 있지는 않지만,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서로 도우며 함께 사는 마을 꿈꿔

‘남성빌라 하늘마을공동체’의 임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하늘마을공동체)

마을공동체는 올해에는 진입로 문제 해결과 함께 계양구에서 실시하는 노후주택 개량 지원 사업 공모에 집중할 계획이다. 건축된 지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 신청 대상인데, 빌라 몇 개 동 옥상에서 비가 새기 때문에 방수공사가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재원을 마련해 마을에 혼자 사는 노인들을 보살피고, 집수리 봉사활동도 계속하려고 한다. 마을 노인들이 편히 쉴 수 있고, 주민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을 서로 나눌 수 있는 문화사랑방 같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꿈이다.

정호용(70) 남성마을 하늘마을공동체 회장은 “빌라와 그 주변을 깨끗하게 하고, 주인의식을 높이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라며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을 도우며 함께 살았으면 하고, 마을공동체 성원이 더 많이 늘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데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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