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발표된 자료 짜깁기와 ‘복사해서 붙여넣기’
관광성 비판 받았던 계양구의회 일정과 ‘판박이’

인천 계양구의회가 호주와 뉴질랜드로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비난 여론에 이틀 만에 귀국한 가운데, 이보다 두 달 전에 호주와 뉴질랜드로 8000만 원짜리 해외연수를 다녀온 미추홀구의회의 보고서가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추홀구의회가 지난해 11월 말 공개한 ‘2018년 미추홀구의회 공무국외연수 귀국보고서 및 연구보고서’를 보면, 의회는 2018년 11월 5일부터 8박 9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다녀왔다.

참가자는 구의원 15명 전원과 의회사무국 소속 공무원 10명 등 총25명으로, 1인당 경비 320만 원을 지원받아 예산 8000만 원을 사용했다.

이들이 다녀온 일정을 보면, 최근 관광성 해외연수 비난을 받고 있는 계양구의회가 계획한 일정과 거의 비슷하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랜드마크 방문, 오클랜드로 이동해 와이모토 동굴 견학, 뉴질랜드 로토루아의회 방문 등은 동일하다.

미추홀구의회가 2018년 11월 말 공개한 해외연수 연구보고서 일부 자료(왼쪽)와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속가능 시드니 2030 계획’ 자료.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수준이다.

미추홀구의회가 공개한 공무국외연수 귀국보고서는 예산 8000만 원을 지출했음에도 매우 부실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국가와 기관 소개가 보고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그나마 작성한 기관 방문 목적과 소감도 수준 이하이다.

예를 들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도서관을 방문한 뒤 ‘주립도서관이 공간 부족으로 새롭게 현대식 도서관을 개관했다는데, 시설 노후화는 이용자의 불편함과 관리에 어려움을 줄 주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는 소감을 썼다.

뉴질랜드 로토루아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나선 ‘우리의 전통시장과 다른 점을 비교한 결과, 현지인의 친절함과 소박함을 배울 수 있었고, 다양한 과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적었다.

특히, 뉴질랜드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을 참고해 미추홀구에서 운영해보겠다는 소감도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미추홀구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운영 중인 시스템도 있다.

로토로아 시립도서관을 방문한 뒤 ‘외부에 반납함을 두고 자동으로 처리하는 무인반납시스템이 업무 경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우리 미추홀구 도서관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썼는데, 미추홀구립도서관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무인반납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참가자가 개인별로 작성한 연구보고서는 아예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해외 행정 우수사례 자료들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기도 했다.

배상록 미추홀구의회 의장이 작성한 ‘호주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지원’이라는 내용은 2012년 등록된 ‘호주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지원정책’ 자료와 차이가 거의 없다. 의원 12명이 제출한 ‘지속가능 시드니 2030 계획’ 관련 분야별 보고서는 아예 ‘지속가능 시드니 2030 계획’ 요약본을 그대로 복사했다.

이에 대해 배상록 의장은 “관련 분야를 열심히 연구해 보고서를 낸 것인데, 다른 곳에 올라온 자료와 내용이 비슷하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며 “자료를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의회사무국 관계자도 “결과보고서를 보면 기관 방문 소감이 잘 작성돼있다”며 “참가자 개별 연구보고서는 작성할 필요가 없음에도 넣은 것으로 ‘지속가능 시드니 2030 계획’은 번역본이라 내용이 같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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