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특별시다. 서울특별시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 안의 지역을 수도권이라고 부른다. 대통령령으로 해당 지역이 결정되는데, 지금은 인천광역시와 경기도가 여기에 포함돼있다. 흔히 지방이라고 할 때는 비수도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그런 탓인지, 인천은 지방이면서도 지방이라고 부르기 어색한, 애매한 위치에 있다.

중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외곽의 모든 도시가 지방이 되지만, 하나의 도시를 독립적으로 놓고 보면 모든 도시는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권이란 단어는 차별을 담고 있다.

이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광복 직후부터인데, 범위를 확정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한 건 1963년 ‘수도권광역도시계획’ 착수 이후다. 이 계획은 일본의 ‘수도권정비계획’을 본 따 진행했다. 1956년 일본 각의에 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수도권정비법안’의 내용을 보면, ‘수도에 산업 및 인구의 과도 집중을 방지’하고자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수도권정비계획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는 것이 법률 제정의 목적이다.

수도권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달리 말하면 서울의 인구와 공장을 ‘밀어내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해왔다. 쾌적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공장을 밀어내 건설한 것이 반월공단이나 남동공단과 같은 서울 인근 공업단지이고, 인구를 빼내겠다고 조성하는 것이 이른바 수도권 신도시다.

신도시를 건설할 때는 교통문제 해결이 중요한 선행 조건으로 제시된다. 서울 접근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한 번 확인해보라. 신도시와 함께 건설됐거나 정비된 도로가 일관되게 향하는 곳은 서울이다.

결국, 서울에서 일하고, 먹고, 여가를 즐기더라도 잠은 서울을 떠나 자라는 것이다. 신도시를 잠을 자러 가는 도시 정도로 생각하니 기존 도시에 대한 배려가 있을 리 없다. 마을이 있든, 농토가 있든, 토착 문화나 역사가 있든, 고려 대상은 아닌 듯하다.

인구 분산이 목적이니 신도시는 곧 대규모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 건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땅을 깊게 파헤치고 지면을 깨끗이 정비해야한다. 남아나는 게 있을 수 없다. 한 지역의 공간이 영원히 사장되는 것이다. 그런 우려 때문인지, 최근 3기 신도시 지역이 발표되자 하남시 주민 일부는 문화유적이 통째로 사라진다며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3기 신도시에는 계양구 일부 지역도 포함됐다. 귤현동, 동양동, 박촌동 일대다. 옛날로 따지면, 이 지역들은 부평 읍치로 들어오는 입구에 해당한다. 곳곳에 전통 마을이 있었고 지금도 일부 흔적이 이어오고 있다.

동양동에는 당산이 크게 자리 잡고 있기도 했다. 계양산의 동쪽 구릉에 해당되기도 해서, 사적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계양산성과 인접한 곳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조선시대 오조산을 세운 이유가 된 공간이기도 한데, 휑한 동쪽 지역을 막기 위해 작은 언덕을 조성한 것이다. 이곳에 고층 건물을 지으면 이중의 바람막이가 된다.

구도심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헌 것은 아니다. 뉴타운을 고려하기 이전에, 있던 것을 잘 쓸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인천은 수도권이 되기 이전부터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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